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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제

[잡담] 무협만화! 그 환상의 세계로…(2)

기사입력 2004.10.19 05:50 / 기사수정 2004.10.19 05:50

김종수 기자











▲인터넷에서 찾은 하승남화백 이미지



(4)하승남: 제가 한창 무협만화를 즐겨 읽던 8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를 돌아봤을 때 가장 오랫동안 생명력을 유지하고 계신 작가 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만화계(특히 대본소)의 고질적인 병폐인 자기스타일 잃어버리기·다른 사람이 대신 그리기에서 그다지 자유롭지 못한 듯 보이지만 어쨌든 중요한 것 하나는 이분은 그 오랜 세월 동안 무협만화가 하승남이라는 이름을 계속해서 어필하고 있다는 겁니다.
당시로서는 어린 나이였지만 저는 만화가 가지는 최소한의 현실성이라는 것에 상당히 집착하던 편이었습니다.
워낙에 천제황님이나 그외 등등의 만화가분들께서 지나치게 과장된 액션을 구사하셔서 아무리 만화광이었고 초딩이었던 저였지만 이건 아니다싶더군요.
놀라운 무공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은 좋지만 장풍하나에 사방이 쑥대밭이 되고 섬광 몇번에 내놓라하는 고수들이 우수수 쓰러지는 것은 '드래곤볼'에서나 어울리는 장면들이겠죠?^^;


처음으로 읽었던 하승남님의 작품은 '무림문(武林門)'으로 기억됩니다.
상당히 실사적인 그림체에 장풍같은 것도 일체 나오지 않고 오로지 검과 창, 활 등으로 싸우는 실사액션이었습니다.
모든 것에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말처럼 이때의 첫인상으로 말미암아 제 머릿속에는 하승남하면 그래도 최소한의 현실성을 배려해서 무협만화를 그리는 만화가라는 인식이 턱하니 박혀버렸지요.
무림세가의 후계자이면서도 무술보다는 글읽기를 좋아하는 주인공 유세옥은 얼마 후에 있을 운가영이라는 미녀와의 결혼에 가슴이 잔뜩 들떠있습니다. 허나 자신들보다 훨씬 강한 무림세가에서 운가영을 아내로 달라고 하고 이도저도 아니면 차라리 자결하라는 통첩을 보냅니다.
그쪽 방주의 말인즉슨 '내 아들이 운가영이라는 소저를 좋아하니 마음을 줄 수 없으면 미련이라도 없게 죽여주시오'라는 뜻을 표명하지요.
하지만 주인공의 아버지는 보기 좋게 거절하고 그에 대한 대가는 일가의 전멸로 이어지지요.
운가영은 위장독약(?·먹으면 잠시동안 죽은 듯 보이나 실상은 나중에 다시 살아나는^^)을 먹고 죽은 것으로 세상에 알려지고 유세옥은 충복에 의해 몰래 빼돌려져 뼈를 깎는 아픔을 이겨내며 상승검법을 연마하면서 복수를 꿈꾸지요.
뭐 대충 이런 줄거리인데 책표지의 '애정무협만화'라는 말처럼 사랑에 관한 내용이 상당히 많이 나옵니다.


초창기 하승남 화백의 화풍은 내내 이런 식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대공자'를 필두로 점점 과장되기 시작하더군요. 출판사의 압박 때문인지 아니면 인기를 의식한 변화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떻게든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나름대로의 자구책적인 요소도 분명히 내재되어 있었을 것이라 짐작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분은 내내 천제황님처럼 오바액션만을 추구하지는 않고 상당히 다양한 스타일을 오랫동안 구사했었지요.
'대업(大業)' '쾌도만리행' '고수는 외로워' 등에서는 여전히 애정 또는 세상살이를 주테마로 해서 실전무협을 그렸고 앞서 말한 '대공자'를 비롯 '신검마검' '사대가문' '철혈대공'등에서는 과장된 무협액션을 선보였지요.
하승남 화백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70년대 성룡의 쿵푸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의 만화들(제목이 잘 기억이 안 나네요.)을 쏟아내기도 했지요.
내용이야 스토리작가가 관여하면 된다지만 그 다양한 그림체에 대해서는 과연 그분 혼자 변화를 주신 것일까 아니면 전혀 딴사람이 개입된 것 인가에 대해서는 안타깝게도 알길이 없군요.
아무튼 1981년부터 1991년까지 납본(納本)했던 단행본 발행수(공식 집계된 기록만 봐도)만 따져봐도 총112종 1,074권에 이른다는 이분은(타이틀 수에서는 '국내최고'를 기록했고 발행권수로는 박봉성 화백의 다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정말이지 그 꾸준함만큼은 최고 수준의 만화작가라고 밖에 말할 수 없겠네요.



▲ '즙포사신'의 모델이 되었던 이소룡

(5) 김철호: 사실 이분은 무협만화가라기보다는 권투나 탐정만화 전문이었습니다. 특히 '즙포사신'이라는 권법만화 시리즈를 발표할 당시는 이 작품보다는 '스콜피오' '슈퍼스타' '챔피언은 내 거야'등의 권투만화가 폭팔적인 인기를 끌며 이분의 작품들을 대표하고 있었지요.
이분의 작품인 '즙포사신'은 당시에 유행하던 쿵푸만화를 주 모티브로 하고있습니다.
세로줄 대사에 이분특유의 스케치식 그림체가 돋보였는데(이분 작품을 많이 읽어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인물하나를 그려도 실제인물을 대입해 초상화같이 그리시던, 후에 날제비시리즈 등을 통해 깔끔한 그림체(?)로 변화를 시도하게 되지요) 배경이나 내용은 청나라시대, 성룡영화식의 스타일이었고 한가지 이야기를 두권 정도로 나누어 시리즈물로 발표되고는 했었지요.

여기서 주목할만한 점은 주인공 즙포사신, 전체적인 분위기나 내용은 분명 성룡의 쿵푸영화 판박이인데 딱 한명 주인공만은 영락없는 이소룡이었지요.
얼굴이며 스타일, 기합소리와 함께 벼락같이 나가는 주먹과 발은 이분이 얼마나 이소룡을 연구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분의 이소룡 사랑은 다른 작품을 뒤져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권투만화는 물론 씨름·축구만화 등에서도 주인공의 상대역 등으로 시도 때도 없이 나오고 격투 신에서도 찢어질 듯한 기합소리와 함께 순간적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액션장면이 자주 발견되고는 했었습니다.

(계속)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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