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강산 기자] 프로배구에 이어 프로야구에도 승부조작의 짙은 먹구름이 드리웠다.
지난해 프로축구 승부조작 혐의로 구속된 브로커 김모씨의 진술에서 시작됐다. 김씨가 지난 13일 프로배구 승부조작 관련 조사 중 "프로야구에도 경기조작이 있다"며 "브로커가 서울 연고 2명의 투수와 접촉했다"고 폭로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이 때부터 프로야구 경기조작과 관련된 소문은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15일 오전 서울 연고 구단 소속의 한 투수가 사설 불법 도박사이트 브로커로부터 경기조작 제의를 받았으나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넥센 구단도 M선수가 승부조작 제안을 즉시 거절했기 때문에 불법 도박사이트 브로커의 실체를 알지 못하며 금전적인 거래 또한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는 경기조작의 유혹이 프로야구판에도 퍼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M선수처럼 유혹을 뿌리칠 수도 있겠지만 검은 돈의 유혹에 넘어간 선수도 분명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 그만큼 M선수의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14일 저녁 보도에 따르면 조사 중인 브로커 김씨가 서울 연고 구단의 특정 선수 2명이 승부조작에 가담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각종 커뮤니티에는 수도권 구단 선수들의 1회 볼넷 기록을 비롯한 자료 등이 올라오면서 이른바 '마녀사냥'이 시작됐다. 급기야 두 선수의 소속팀과 실명까지 거론됐다. 두 선수가 고의로 '볼넷 조작'을 했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의혹이 제기된 A투수는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2.33개의 볼넷을 기록했다. 그는 지난 시즌 27경기에 선발 등판해 선두타자 볼넷을 허용한 횟수가 3번에 불과했다.
B투수는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2.68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25경기에 선발 등판해 선두타자 볼넷은 단 4개를 허용했다. A선수와 B선수 모두 승부조작이 의심될 정도로 많은 볼넷을 허용하진 않았다. 구단에서도 이 선수들의 가담 여부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오전에는 자신을 전직 선수라고 소개한 A씨가 KBO와 언론사에 전화를 돌려 "승부조작이 프로야구 전반에 퍼져 있다. 코치들도 승부조작에 참여한다"는 충격적인 제보를 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A씨는 전직 선수를 사칭한 것으로 전해졌고 한국야구위원회는 경찰에 A씨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판단,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승부조작 후폭풍이 엄청나다. 정확한 혐의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프로야구판은 한마디로 '쑥대밭'이 됐다. 팬들도 많은 상처를 입었다. 특히 실명이 거론된 선수들의 소속 구단 팬들은 패닉 상태다.
이들은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를 통해 "만약 사실로 밝혀질 경우 엄중 처벌해야 한다", "절대 두 선수가 승부조작에 가담하지 않았을 것이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해외파들의 복귀와 팀 간 줄어든 전력차 등으로 700만 관중을 노리는 2012시즌 프로야구가 개막하기도 전에 암초를 만났다. 빠른 시일 내에 진실을 밝혀내야만 지금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비내리는 문학구장 ⓒ 엑스포츠뉴스 DB]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