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나는 결승전이 열리는 날 플레이가 좋지 않은 선수와 만나길 선호하고 있다.(웃음)"-라파엘 나달(결승전에서 조코비치와 머레이 중 누구와 만나고 싶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
명불허전이었다. 라파엘 나달(26, 스페인, 세계랭킹 2위)과 로저 페더러(31, 스위스, 세계랭킹 3위)가 펼친 호주오픈 준결승전은 테니스의 진수를 여실히 보여줬다.
나달은 오랜 숙적인 페더러를 제압하고 결승전에 안착했다. 2009년까지 나달이 마지막 승부처에서 만나는 상대는 늘 페더러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나달-페더러의 2강 구도를 깨트리고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노박 조코비치(25, 세르비아, 세계랭킹 1위)가 있기 때문이다.
나달과 페더러의 그늘에 가려져있었던 조코비치는 지난해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4대 메이저대회 중, 롤랑가로 프랑스오픈을 제외한 세 개의 대회에서 정상에 등극했다.
또한, 2010년 페더러를 제치고 1인자로 등극한 나달을 상대로 6연승을 거뒀다. 조코비치는 지난해 나달과 결승전에서만 6번 만났다. 2010년까지 7승16패로 나달에 열세를 보였던 조코비치는 전세를 뒤집으며 세계랭킹 1위에 등극했다.
지난 시즌부터 나달의 '최종 목표'는 페더러가 아닌, 조코비치였다. 윔블던과 US오픈 결승전에서 두 선수는 명승부를 펼쳤지만 조코비치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호주오픈 결승전에 진출한 나달은 조코비치와 앤디 머레이(25, 영국, 세계랭킹 4위)의 승자와 결승전을 치른다. 만약, 조코비치가 올라온다면 결승전에서만 7번 째 만나는 셈이다.
나달은 지난해 조코비치에 6연패를 당했다. 나달은 조코비치의 벽을 넘지 못하고 4개의 투어 대회와 2개의 메이저대회에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그 때마다 나달은 "조코비치는 대단한 선수다. 나보다 확실히 잘했다"며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나달은 준결승을 마치고 가진 인터뷰에서 "조코비치와 머레이는 모두 톱클래스의 선수들이다. 조코비치는 지난해 마지막 그랜드슬램 2개 대회에서 정점에 있었다. 세계 1위에 오르면서 자신감도 얻었다. 머레이도 정말 잘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첫 경기에서 한 세트만 내줬을 뿐이다"고 두 선수를 높이 평가했다.
나달은 자신에게 6연패를 안겨준 조코비치를 만나고 싶다는 의견은 피했다. 하지만, 최근의 페이스를 봤을 때, 조코비치가 결승전에 오를 확률이 높다. 6연패의 사슬을 누구보다 끊고 싶어 하는 이는 바로 나달 자신이다.
나달과 페더러의 대결만큼, 조코비치와 나달의 대결도 새로운 볼거리로 떠올랐다. '디펜딩 챔피언'인 조코비치가 나달을 만나려면 27일 오후(한국시각)에 열리는 준결승전에서 머레이의 벽을 넘어야 한다.
[사진 = 라파엘 나달, 노박 조코비치 (C) 호주오픈 공식홈페이지 캡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