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05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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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신동', 김진서, '찢어진 고막' 이겨낸 사연

기사입력 2012.01.08 08:33 / 기사수정 2012.01.08 08:33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국내 남자 싱글 계에 숨겨진 보석이 있었다.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던 나무는 혹독한 우박을 맞고 생명이 위태로워졌다. 하지만, 이러한 시련을 이겨내고 쑥쑥 성장해 커다란 줄기를 하늘 높이 들어올렸다.

'피겨 신동' 김진서(16, 오륜중)가 왼쪽 귀 고막이 찢어지는 부상을 극복해냈다. 김진서는 지난 7일 저녁, 서울 공릉동 태릉아이스링크에서 열린 'KB금융그룹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12' 남자 싱글 시니어부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해 1위에 올랐다.

트리플 악셀을 깨끗하게 성공시킨 김진서는 62.55점을 받았다. 개인 쇼트프로그램 최고 점수를 수립한 것은 물론, 지난 11월에 열린 '피겨 랭킹전'에서 이준형(16, 도장중)이 기록한 59.22점도 넘어섰다.

김진서는 비교적 피겨에 늦게 입문했다. 초등학교 5학년 겨울부터 피겨의 길에 들어선 그는 이제 스케이트 경력이 3년을 조금 넘어섰다. 하지만 트리플 5종 점프(토룹, 살코, 룹, 플립, 러츠)는 물론, 트리플 악셀까지 완성시키며 국내 정상급 선수로 우뚝 섰다.

놀라운 것은 김진서가 본격적으로 점프를 익힌 지 2달이 되지 않을 때 '트리플 5종 점퍼'가 됐다는 점이다. '빛의 속도'로 성장하며 전문가들의 기대를 받았지만 뜻하지 않은 시련이 찾아왔다.

김진서는 지난해 5월 13일, 트리플 악셀을 처음으로 성공시켰다. 하지만, 기쁨의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유난히 비가 많았던 지난해 6월. 김진서는 지상 훈련 도중 바닥에 크게 넘어졌다.

아픔을 이기고 다시 연습에 들어간 그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코를 풀 때, 왼쪽 귀에서 바람이 나오는 것이었다.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어린 김진서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왼쪽 귀 고막의 80%가 찢어졌다는 검진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여름은 비가 많이 와서 안개도 많이 끼고 매우 습했어요. 훈련장의 바닥도 미끄러웠는데 그만 넘어지고 말았죠. 병원에서 고막이 찢어졌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어요. 당장 인공 고막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성공률이 20%가 되지 않는다는 소리를 듣고 실망감이 컸습니다."

신이 신동의 재능을 질투했던 걸까. 다른 선수들이 몇 년에 걸쳐서 완성하는 점프를 김진서는 몇 주 만에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장차 한국 남자 싱글을 이끌 재목으로 평가를 받았지만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그러나 김진서는 꿋꿋하게 다시 일어섰다. 선수생명의 위기가 왔지만 이를 극복하면서 마침내 다시 트리플 악셀을 뛰기 시작했다.

"수술을 받았는데 아주 결과가 좋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완전히 회복된 상태이고 모든 소리도 다 잘 들려요. 고막 이외에 무릎과 허리도 안 좋아 고생을 많이 했어요. 무릎은 지금도 상태가 좋은 편이 아닌데 매일 무릎 보호대를 하고 연습과 경기를 소화하고 있습니다. 허리도 매일 침을 맞으면서 치료하고 있어요."

인공 고막 수술을 받고 훈련을 할 때, 어려운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훈련을 할 때, 통증이 심했고 음악도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생각을 지니고 있던 '유쾌한 소년'인 김진서는 시련을 떨쳐냈다.

"코치 선생님을 비롯한 주변 분들이 제게 힘을 주셨어요. 이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결코 좌절감에 빠지지 않았습니다. 코치 선생님도 '최악의 상황은 가지 않을 것'이라며 격려해 주셨어요."

김진서는 "그동안 잘하는 선배들이 많았기 때문에 우승을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쇼트프로그램 1위에 오르면서 우승을 하겠다는 욕심도 생겼다. 우승을 하면 더욱 좋겠지만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좀 더 나은 연기를 펼치는 것이 그의 바램이다.

[사진 = 김진서 (C)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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