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현희 기자] 2011-12 NH 농협 프로배구 남자부 경기의 최강자는 단연 삼성화재다. 탄탄한 조직력에 ‘가빈’이라는 공격무기까지 갖춘 삼성화재는 프로배구 출범 이후 단 한 번도 챔피언 결정전 진출에 실패해 본 적이 없다. 프로 원년을 포함하여 무려 5번의 우승을 경험했으며, 특히 최근 4년 동안 단 한 번도 챔피언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올 시즌에도 삼성화재는 1위를 독주하고 있다. 이쯤 되면 V리그 5연패도 노려봄직 하다.
이에 반해 여자부는 약간 사정이 다르다. KGC 인삼공사가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2위 도로공사와의 격차가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6위 GS칼텍스를 제외한 3~5위에 랭크되어 있는 팀들 역시 1승, 1패에 순위가 바뀌는 상황에 놓여있어 누구나 챔피언 자리를 노릴 수 있다. 말 그대로 ‘평준화’가 진행 중인 셈이다.
하지만, 1990년대 ‘실업배구’ 시절에는 남/녀부 판도가 지금과는 완전히 정반대였다. 남자부에서는 고려증권, 현대자동차서비스(현대캐피탈 전신), 럭키금성(LIG손보 전신)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었던 반면, 여자부에서는 호남정유(GS 칼텍스 전신)가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었다.
팀 자체가 국가대표였던 추억의 팀, 호남정유
1990년대 ‘백구의 대재전’ 여자부에 소속되어있는 각 팀의 제1목표는 ‘우승’이 아니었다. ‘타도 호남정유’였다. 호남정유만 이기면 우승으로 가는 지름길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호남정유는 당대의 스타 플레이어들이 한자리에 모일 만큼 실업배구의 최강자였다. 특히, 1990년 3월부터 4년 10개월 동안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으며 무려 92연승 행진을 이어가기도 했다.
당시 호남정유팀은 그 자체가 국가대표라 할 만큼 쟁쟁한 스타들이 많았는데, 레프트 장윤희를 필두로 세터 이도희, 센터 홍지연, 라이트 박수정, 정선혜 등은 실제로 국제대회가 열릴 때마다 태극마크를 달기도 했다. 선경, 후지필름, 한일합섬, 도로공사 등 여자배구팀들이 호남정유 잡기에 열을 올린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유일하게 이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던 팀이 바로 한일합섬인데, 여기에는 당대 최고의 공격수, 김남순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후 호남정유는 모기업 개편과 함께 ‘LG정유’로 이름을 바꾼 이후에도 실업배구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고, 프로화가 진행된 2005년 이후에는 ‘GS 칼텍스’로 출범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이 ‘호남정유’의 후예들은 2007-2008 V리그에서 프로 출범 이후 첫 우승을 차지한 것을 비롯하여 이듬해에도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하며 이름값을 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16일 현재 4승 20패로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어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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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희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