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조광래 감독의 '만화축구'는 1년 5개월 만에 졸작으로 막을 내렸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7일 조광래 감독에 대표팀 감독 경질을 전격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 이후 지휘봉을 잡은 조광래 감독은 부임 후 17개월 만에 자리를 내놓게 됐다. 통산 전적은 11승 5무 3패다.
불과 10개월 전만 해도 상황은 이렇지 않았다. 조광래 감독은 부임 첫 경기였던 지난해 8월 나이지리아전부터 스페인 축구를 표방하며 짧은 패스와 포지션 파괴 등 독특한 전술 색깔을 대표팀에 입히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팬들은 조광래호에 '만화축구'라는 별칭을 부여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비록 대표팀은 올 초 열린 아시안컵에서 우승은 놓쳤지만 한국 축구에 패스란 옷을 입히면서 3위에 올라 청사진을 내보였다. 우승에 실패하고도 귀국길에서 팬들로부터 환영을 받는 등 조광래호의 첫 출발은 괜찮았다.
국내 언론의 찬사는 물론 스페인 언론까지 "한국 축구가 바르셀로나의 축구와 닮았다"는 보도가 이어졌고 조광래 감독도 "이제 만화축구의 1단계 완성이다. 더 향상시키겠다"며 맞장구쳤다.
그러나 조광래 감독의 호언은 채 1년을 가지 못했다. 승승장구할 것 같던 만화축구는 올 여름 들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고 지난 8월 한일전 0-3 대패를 통해 곪았던 문제들이 잇따라 터지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소속팀에서 경기 출장에 어려움을 겪어 자연스레 컨디션이 떨어진 해외파 선수들을 무조건 중용하는 비난과 함께 이동국(전북) 사례를 통해 본 K리그를 배척하는 모습, 손흥민(함부르크) 아버지와의 대표팀 차출 마찰 등 조광래호의 선수단 관리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 무렵 조광래호의 경기력도 의문점이 나돌았고 끝내 경기 내외적으로 일거에 터진 문제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약체 레바논에 패했다. 이로 인해 대표팀은 월드컵 3차 예선에서 탈락 문턱까지 내몰렸고 대한축구협회는 '경쟁력이 없다' 판단하며 조광래호에 끝을 선언했다.
17개월 만에 좌초된 조광래호의 만화축구는 '명작'을 꿈꿨던 초반과 달리 색깔을 입히지 못하고 졸작으로 마감하게 됐다.
[사진 = 조광래 (C) 엑스포츠뉴스 DB]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