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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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퀸' 김하늘, "나는 웃는 것이 포커페이스"(인터뷰)

기사입력 2011.12.05 07:57 / 기사수정 2011.12.05 08:25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주니어 시절 별명이 방글이였어요. 워낙 잘 웃어서 붙은 별명이죠. 신인 시절에는 경기 도중 너무 잘 웃어서 우승을 하지 못한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그 때 저는 이렇게 말했어요. 웃으면서 우승할거라고요. 그리고 다음 대회에서 바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필드 위에서 그의 플레이는 화려하다. 250야드에 이리는 장타와 정교한 아이언샷, 여기에 쇼트게임은 더욱 노련해졌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골프 경기에서 김하늘(23, 비씨카드)은 늘 웃는다.

시종일관 사라지지 않는 미소 때문에 골프 팬들을 그를 '미소 천사'라고 부른다.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에서 김하늘의 미소를 자주 볼 수 있었다. 올 시즌 3승을 올린 김하늘은 다승왕에 올랐다.

또한, 대상포인트 1위(309점)와 상금왕(5억2429만원)도 결정지었다. 여기에 지난 4일 막을 내린 'KLPGA 왕중왕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김하늘은 한국여자골프의 정점에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 첫 승을 올리기까지 2년7개월이 걸렸다. 또한,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는데 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2008년 시즌 3승을 올리면서 KLPGA 정상급 골퍼로 우뚝 선 그는 짧지 않은 침체기를 극복해냈다.

김하늘은 지금이 최고의 정점이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한 가지 목표를 이루고 나면 새로운 목표를 다시 세우고 정진한다"고 밝힌 그의 시선은 또 다른 정상 고지를 향해있었다.

"나는 웃는 것이 포커페이스"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그녀

2008년 3승을 올린 김하늘은 서희경(25, 하이트), 유소연(21, 한화) 등과 함께 KLPGA 무대를 이끌어갈 골퍼로 주목을 받았다. 2009년은 서희경과 유소연의 '2강구도'가 돋보인 한해였다. 기대를 모은 김하늘은 1승을 올리는데 실패했다.

또한, 2010년은 '춘추전국시대'가 이어졌다. 여러 골퍼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칠 때, 가장 돋보인 이는 이보미(23, 하이마트)였다. 자신과 동갑내기 친구인 이보미가 새로운 '퀸'의 자리에 등극할 때, 김하늘의 이름은 잊혀져가고 있었다.

그러나 푸른 하늘로 다시 비상하는 순간이 마침내 찾아왔다. 지난 4월에 열린 올 시즌 세 번째 대회인 현대건설 서울경제 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목표는 뚜렷했어요. 이것을 이룩하기 위한 다짐도 대단했죠. 간절히 기원한 우승이 일찍 나와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올 시즌 목표는 상금왕이었는데 목표 달성이 가능하겠다는 자신감을 얻었죠."

올 시즌을 앞두고 김하늘은 스윙을 교체했다. 자신의 코치인 로빈 사임스(북아일랜드)의 조언에 따라 스윙을 바꾼 김하늘은 드라이버 비거리가 늘어났다. 또한, 한층 정교해졌다. 스윙에서 자신감을 되찾은 그는 올 시즌 세 번째 대회이자 올해 열린 두 번째 대회인 현대건설 서울경제 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다. 이때부터 김하늘의 비상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사임스 코치님과는 3승을 거뒀던 2008년부터 함께했습니다. 중간에 잠시 헤어진 적이 있었지만 올 초부터 다시 지도를 받고 있죠. 지난 시즌과 비교해 가장 달라진 점은 드라이버샷이 잡혔다는 점이에요."

김하늘은 올 시즌을 통해 '승부사'의 기질도 보여줬다. 중요한 승부처에서 흔들리지 않는 대범함을 보여줬다.

"잘할 수 있는 시기가 있는 것 같아요. 자신감이 넘칠 적에는 무엇을 해도 잘되거든요. 하지만, 안될 때는 모든 것이 안 풀립니다. 골프는 흐름을 타는 경기이고 멘탈적인 부분도 중요해요. 갑자기 우승을 하면 그 다음부터 잘 풀리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감이 생기기 때문인 것 같아요."

김하늘은 경기 도중, 자주 웃는 점이 자신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멘탈스포츠인 골프에서 자주 웃는 것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김하늘은 "나는 웃는 것이 포커페이스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저는 웃는 것이 포커페이스인 것 같아요. 경기 도중, 짜증날 때도 많죠. 하지만, 화를 내는 것보다 웃으면서 그만큼 여유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웃는다고 해서 그저 실없이 웃는 것은 아니죠. 미소 짓고 있을 때도 다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웃음)"

아빠 없이도 잘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골프는 어려서부터 운동을 좋아한 김하늘이 처음 시작한 운동이다. 그리고 곧 인생이 됐다. 그의 골프 인생에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이는 아버지인 김종현 씨다. 필드를 걸어가는 김하늘의 뒤편에는 늘 캐디인 아버지가 있었다. 하지만, 김하늘은 새로운 도약을 위해 아버지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제가 먼저 아빠에게 캐디를 교체하자는 말씀을 드렸어요. 의논 끝에 결국, 아버지가 캐디에서 물러나시게 됐죠. 무엇보다 아빠에게 의지하는 것이 싫었고 아빠 없이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새로운 캐디는 저보다 두 살 어린 친구인데 올 시즌 6개의 대회를 앞두고 이 친구 함께 경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제 또래이다 보니 마음도 편하고 코드도 맞아 재미있게 지내고 있어요."

김하늘은 새로운 캐디인 후배 박상민(21)씨와 올 시즌 6개의 투어에 출전했다. 그 중, 우승 두 번, 준우승 두 번을 기록했다. 찰떡호흡을 보여준 박 씨는 최근 군 입대를 준비하고 있다. 영장이 나온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원을 했기 때문에 입대를 미룰 수 있는 상황이다. 김하늘은 "내가 좀 더 함께 하자고 부탁했는데 캐디 동생은 아직 결정을 못내렸다"고 말했다.



남자보다 더 털털한 그녀, "이상형은 개리처럼 재미있는 사람"


필드 위에 선 그녀는 화사하다. 뛰어난 실력만큼, 뛰어난 패션 감각으로 갤러리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와는 달리 자신은 아가자기함과 애교는 전혀 없다고 털어놓았다.

"좀 무뚝뚝하고 애교도 없는 편이에요. 오히려 제 남동생이 더 많죠.(웃음) 동생과 비교해도 제가 더 털털한 편입니다. 골프를 하는데 이런 성격이 도움을 주는 것 같아요. 안 좋은 일이 있어도 쉽게 잊어버리고 잘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죠."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는 낯을 가리지만 친해지면 매우 유쾌한 사람이 된다고 밝혔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골프는 물론, 자신이 좋아하는 기호를 유쾌하게 털어놓는 김하늘은 한마디로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처음에 낯을 가리지만 한번 친해지면 그 사람을 정말 재미있게 웃길 수 있어요. 주변에서도 제가 많이 웃긴다고 말씀해주세요. 코미디와 웃기는 것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친한 분들과 거리낌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김하늘은 서른이 되기 전에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28세 이전에 결혼하고 싶은 것이 그의 희망사항이다. 이상형은 '웃겨줄 수 있는 재미있는 사람'이다. 힙합 그룹 리쌍의 멤버이자 각종 예능프로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개리가 그의 이상형이라고 공개했다.

"개리처럼 재미있는 사람이 좋아요. 리쌍도 너무 좋아해 얼마 전에는 그분들의 콘서트까지 다녀왔습니다. 결혼은 28살 정도에 하고 싶은데 그 이후에도 골퍼 생활은 계속하고 싶습니다. 먼 훗날, 제 실력이 우승을 못할 정도가 되면서 차분하게 다른 길도 생각하려고 해요. 방송과 패션 쪽으로 관심이 많은데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 이 분야를 공부하고 골프 사업 쪽의 일을 하고 싶어요."



LPGA 진출은 '필수'가 아닌 '선택'


한국 여자골퍼들에게 LPGA 진출은 공통적인 목표로 자리 잡았다. KLPGA를 거쳐 LPGA에 진출한 몇몇 골퍼는 세계 정상에 등극했다. 한 때, KLPGA를 주름잡았던 신지애(23, 미래에셋자산운용)와 최나연(24, SK텔레콤, 이상 세마스포츠마케팅)은 한국을 대표하는 LPGA의 쌍두마차로 활약하고 있다.

올 시즌 KLPGA 최고의 골퍼로 거듭난 김하늘은 LPGA 진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LPGA 진출에 대한 말은 많이 듣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좀 더 준비가 된 후에 생각해볼 예정입니다. 솔직한 심정은 Q스쿨(PGA나 LPGA 1부 투어에서 활약할 수 있는 시드권을 획득하기 위한 2부 투어)을 통해 LPGA에 가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서)희경 언니처럼 우승을 통해 가는 길이 열리지 않으면 반드시 가야한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최고의 무대는 모든 골퍼들의 최종 목표다. 김하늘 역시 LPGA에서 활약하고 싶은 마음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자신의 기량을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는 단계까지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LPGA에 진출하려면 적응과 준비가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겨룰 수 있는 실력이 될 때까지는 섣부르게 결정하고 싶지 않아요."

현재 LPGA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신지애와 최나연에 대해 김하늘은 "단점이 거의 없고 못하는 것이 없다.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고 있고 경험도 많다"고 말했다. 또한, 올 시즌 세계 최고의 골퍼로 등극한 청야니(23, 대만)에 대해서는 "드라이버를 워낙 멀리 치는데 쇼트게임까지 좋아졌다.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김하늘은 자신의 전성기에 대해 "앞으로 5년"이라고 말했다. 김하늘은 "이 기간 동안 자신의 커리어를 많이 쌓고 기회가 온다면 외국에 나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골프를 안 하면 무엇을 할지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털어놓은 김하늘은 여전히 더 높은 곳을 향해 비상하고 있었다.



[사진 = 김하늘 (C)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 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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