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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클로즈 업 V] 女배구, 올림픽 출전해야 살아난다

기사입력 2011.11.23 07:29 / 기사수정 2011.11.23 07:29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지난 20일, 일본에서 열린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컵 2011'에 출전했던 여자배구국가대표 선수들이 소속 팀에 복귀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출전권 3장이 걸린 이 대회에서 이탈리아와 미국, 그리고 중국이 1~3위에 오르며 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당초, 한국은 국내시즌과 일정이 겹쳤기 때문에 최정예 멤버를 출전시키지 않았다.

특히, 각 팀의 주전세터는 대표팀에 차출되지 않았다. 리그가 진행 중이였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포지션인 세터는 소속 구단에 남았다.

올 시즌, 한국여자배구대표팀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세터에 있었다. 주전 세터인 김사니(30, 흥국생명)는 어깨 부상 때문에 그랑프리 대회와 아시아선수권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랑프리에서 한국 팀을 조율한 이숙자(31, GS칼텍스)는 대회를 마친 뒤, 심각한 부상으로 치료와 재활에 들어갔다.

아시아선수권에서는 은퇴 후, 신생 프로팀인 IBK기업은행에 복귀한 이효희(31, IBK기업은행)가 주전세터로 기용됐다. 그리고 이번 월드컵대회에서는 최윤옥(26, 도로공사)과 실업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정지윤(31, 양산시청)이 가세했다.

김연경(23, 터키 페네르바체)과 황연주(25, 현대건설), 그리고 김세영(30, 인삼공사) 등은 대표팀을 뛰면서 여러 명의 세터와 호흡을 맞췄다. 올 시즌 한국 여자배구의 가장 큰 문제점은 변동이 없어야할 주전 세터가 자주 교체됐다는 점이다.

일본을 비롯한 배구 강국들은 공격수는 교체해도 팀을 지휘하는 주전 세터는 쉽게 교체하지 않는다. 팀의 조직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다.

하지만, 한국은 또다시 세터를 교체한 상황에서 단 이틀만 호흡을 맞추고 월드컵에 출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다. 예상대로 한국은 케냐와 알제리, 그리고 아르헨티나에만 승리를 거두고 나머지 국가들에게는 완패를 당했다.



22일, 도로공사에 3-0으로 승리를 거둔 후 인터뷰를 가진 김사니는 "런던올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획득해야겠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고 말했다.

김사니는 현재도 어깨 상태가 좋지 않다고 밝혔다. 수술도 고려해야할 상황이지만 남은 정규리그와 내년 5월에 열리는 올림픽 세계예선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자배구대표팀의 김형실 감독은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김사니의 노련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4년 아테네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할 때, 당시 23세였던 김사니는 주전 세터로 기용됐다. '당대의 세터'인 강혜미(전 현대건설)가 복귀했지만 장래성을 인정받은 김사니가 주전 세터로 나서며 올림픽 진출을 이끌어냈다.

그 후로 7년이 지난 상황에서 김사니는 다시 한번 올림픽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사니는 "(김)연경이와 (정)대영이와도 올림픽 메달을 획득하자고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고 밝혔다.

김연경은 공수를 고루 갖춘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여자배구 명문구단인 페네르바체에 입단해 리오노브 소콜로바(러시아), 톰 로건(미국) 등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세계적인 레벨에 올라선 김연경의 존재는 한국 여자배구의 가장 큰 무기다.

정대영은 김사니와 가장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동료이자 친구다. 지금까지 같은 팀에서 활약하지는 않았지만 장시간동안 대표팀에서 뛰면서 희로애락을 함께했다.

현재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선수 구성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지난 시즌까지 흥국생명을 이끌었던 일본인 지도자인 반데이라 마모루 감독은 "선수 개개인의 능력을 보면 한국은 일본에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다. 문제는 시스템이다. 일본은 대표팀 선수들이 서로 조직력을 완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 하지만, 한국은 대표팀이 호흡을 맞출 기간도 짧고 지도자도 자주 바뀐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여자배구 대표팀은 짧은 시간 동안 호흡을 맞춰 본 뒤, 눈앞에 닥친 대회에 출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월드컵에서 이러한 관례는 그대로 재현됐다.

일본은 올 시즌 3라운드만 마친 뒤, 곧바로 올림픽 예선전 준비에 돌입한다. 이와 비교해 한국은 6라운드의 대장정이 끝난 후에 올림픽 준비에 들어간다.

하지만, 김연경을 비롯한 선수들의 열의는 아직도 꺼지지 않고 있다. 김사니가 주전 세터로 가세할 때, 여자배구대표팀은 신구의 조화가 형성된다.

양효진(22, 현대건설)도 발목이 돌아가는 큰 부상으로 그랑프리와 아시아선수권에 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림픽 출전에 대한 강한 열의를 내비쳤다. 양효진은 "잘하는 선수들이 모두 모인다면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올림픽에 나가고 싶은 열의는 물론, 일본에 이기고 싶은 열망도 크다"고 밝혔다.

한국 여자배구는 아테네올림픽 이후 기나긴 침체에 빠져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국내리그의 부흥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올림픽 출전만이 정답이다.



[사진 = 김사니, 양효진 (C) 엑스포츠뉴스DB, 한국여자배구대표팀 (C) FIVB 제공]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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