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11.09 20:20 / 기사수정 2007.11.09 20:20
[엑스포츠뉴스=박형진 기자] 짜릿한 뒤집기, 산동전을 기억하는가?
성남 일화(이하 성남)은 올 한 해 정말 많은 경기를 치뤘다. K리그를 비롯하여 FA컵과 하우젠컵에도 참가하였고, A3 대회와 피스컵에도 초청되어 경기를 펼쳤다. 그리고 준결승에서 아쉽게 탈락하긴 했지만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4강까지 오르며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시즌 초반 '6관왕' 얘기가 나왔던 성남이지만, 성남은 이미 다섯 개의 트로피를 놓쳤다. FA컵과 하우젠컵은 일찌감치 패배의 쓴맛을 보며 탈락의 아픔을 겪었고, 야심 차게 준비한 A3 대회와 피스컵에서는 리그에서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며 우승컵과 멀어졌다. 성남이 가장 갈망했던 AFC 챔피언스리그의 트로피는 성남이 결승 문턱에서 우라와 레즈의 벽을 넘지 못하며 안타깝게 놓치고 말았다.
성남은 마지막 남은 K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우승 전망이 밝지 않다.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정규리그 5위 포항에서 1-3으로 무기력하게 패배했기 때문. 성남이 이 결과를 뒤집기 위해서는 두 골 차 이상의 승리가 필요하지만, 최근 포항의 상승세를 보았을 때 성남의 '뒤집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대역전의 활극, 산동전을 기억하라
성남은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어려운 경기를 펼치며 토너먼트 탈락의 위기에 빠졌다. 성남은 산동 루넝, 애들레이드 등과 힘겨운 경기를 하며 마지막까지 조 1위 산동 루넝에 승점 3점차로 뒤지고 있었고, 산동 원정경기에서 1-2로 패한 바 있어 과거전적에서도 불리한 상황이었다. 성남은 마지막 조별리그 경기인 산동 루넝과의 경기에서 두 골 차 이상으로 승리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경기를 시작했다.
탄천종합운동장에는 조별리그 통과를 자축하기 위해 500여 명의 산동 루넝 팬들이 몰렸고, 어웨이석은 주홍빛 유니폼을 입은 중국팬들의 열띤 응원으로 들떠 있었다. 산동 루넝은 그만큼 승리를 자신했고, 객관적으로 성남이 불리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성남 선수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고, 흥분하지도 않았다. 성남은 늘 그렇듯 일관된 모습으로 산동 루넝을 상대했고, 김동현이 전반 38분 선제골을 터뜨렸다. 손대호가 뒤이어 전반 42분 두 번째 골을 터뜨리며 산동 루넝을 위기에 빠뜨렸다.
순식간에 두 골을 실점한 산동 루넝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두 골 차 이상으로 패배하지만 않으면, 무승부만 거두어도 무리 없이 토너먼트 진출이 가능한 상황에서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산동 루넝 선수들이 당황하는 사이 성남의 에이스 모따가 후반 26분 쐐기골을 터뜨렸고, 이 골은 성남의 토너먼트 진출 자축포가 되었다.
리그 1위의 자존심, 실력으로 보여달라
김학범 감독은 6강 플레이오프 제도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하고 있다. 정규리그 5위 팀이 AFC 챔피언스리그 자격을 획득하게 되는 현 상황에 불만을 표출한 것. 1년 내내 좋은 모습을 유지하고도 단 몇 번의 경기로 우승컵을 헌납해야 하는 현 제도가 성남에게 불합리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성남에게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성남은 1차전 종료 직전 장학영의 만회골로 대역전의 기회를 잡았다. 세 골은 극복하기 어려운 점수이지만, 두 골은 그래도 해볼 만하다. 산동전에서도 성남은 두 골 이상의 승리라는 페널티를 갖고도 세 골을 넣으며 대역전에 성공하지 않았던가.
제도의 문제는 분명 수정이 필요하지만, 성남이 현행 제도의 불합리성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실력뿐이다. 리그 1위의 자존심을 세우고 싶다면, '무관의 제왕'이 아닌 챔피언의 자격으로 시즌을 마치고 싶다면 성남에게 필요한 것은 짜릿한 골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팬들이 간절하게 기다리는 축구의 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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