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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클로즈 업 V] 몬타뇨가 54점 올릴 때, 한국 女배구는?

기사입력 2011.11.15 08:06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23전 23승의 신화를 이룩했다. 여러 가지 요소가 이러한 '불멸의 업적'을 가능케 했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병사들을 '사지'로 몰아넣지 않았기 때문이다.

충무공은 승산이 없는 싸움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패배는 전력 손실로 이어진다. 그리고 병사들의 사기를 매우 중요시 여겼다. 사기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충무공은 이러한 선택을 강행했다.

현재 한국여자배구대표팀은 '사지'에 몰렸다. 일본에서 열리고 있는 '2011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컵 여자배구대회'에 출전 중인 대표팀은 일본과 중국에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이번 월드컵 대회는 대회 참가 전부터 잡음이 많았다. 우선 국내리그와 일정이 겹치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시즌을 연기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무산됐다. 주전 선수들 대신 어린 선수들에게 경험을 쌓는 방법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9월에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던 선수들 중, 의무적으로 9명을 엔트리에 포함시켜야한다는 규정이 걸림돌이 됐다.

결국, 국내 6개 구단은 팀 당 각각 2명씩 대표팀에 출전시키기로 합의했다. 이번 대표팀에는 한국 여자배구의 대들보인 김연경(23, 터키 페네르바체)과 황연주(25, 현대건설), 김세영(31, 인삼공사), 남지연(28, GS칼텍스) 등이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문제는 세터 부분에 있었다. 리그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각 팀의 주전 세터를 대표팀에 보낼 수 없었다. 결국, 김형실 감독은 최윤옥(26, 도로공사)과 실업팀에서 뛰고 있는 정지윤(31, 양산시청)을 선택했다.

이들과 기존 대표 선수들이 손발을 맞출 시간은 이틀 밖에 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태에서 최정예 멤버로 출전하는 세계의 강호들과 시합을 한다는 것은 '사지'에 내몰리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여자배구 대표팀은 케냐를 제외한 나머지 팀들에 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이번 대회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것이 협회의 입장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패배로 자신감을 잃는 선수들의 '사기 저하 문제'는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다.

지속적인 패배는 '자신감 상실'로 이어진다. 국제대회에서 연일 분전하고 있는 김연경은 자신의 페이스 북에 "힘내라는 말에 힘이 안나요. 완전 바닥까지 왔어요"라고 심경을 털어놓았다.

지난 9월에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모처럼 일본과 접전을 펼쳤다. 막판 집중력 싸움에서 패해 2-3으로 패했지만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이후, 일본 1진을 상대로 가장 선전한 경기였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일본에 맥없이 무너졌다. 대회의 중요성을 떠나 선수들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다.

그 다음날 열린 중국과의 경기는 더욱 처참했다. 2세트에서 한국은 단 8점 밖에 올리지 못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중국을 3-0으로 완파한 기세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번 월드컵에 출전한 여자배구대표팀은 선수 구성은 분명히 문제가 있었다. 일본의 경우, 조직력을 위해 주전 세터와 리베로는 좀처럼 교체하지 않는다. 10년 가까이 일본 대표팀을 지휘하고 있는 주전 세터 다케시타 요시에(33, JT마베라스)는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대회 때마다 주전 세터가 매번 교체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다.



한국이 일본에 3-0으로 패한 12일, 국내 V리그에서는 몬타뇨(28, 인삼공사)가 홀로 54득점을 올리며 국내 여자배구 한 경기 최다 득점 기록을 갈아치웠다. 문제는 몬타뇨가 국내리그가 아닌 다른 해외리그에서 올린 한 경기 최다득점이 33득점이었다는 것이다. 경기를 마친 몬타뇨는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미국 대학리그에서 한 경기 33득점을 올린 것이 최다 득점이었다"고 회고했다.

V리그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몬타뇨의 선전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국내리그에서 외국인 선수들의 비중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외국인 선수들이 팀의 기둥 역할을 할 때, 국내 선수들의 활약은 미비해지고 있다. 또한, '끈끈한 조직력'으로 국제무대를 호령한 한국 낭자들의 분전은 사라지고 있다.

타국에서 대표팀이 일본에 완패할 때, 국내리그에서는 외국인 선수가 홀로 54득점을 올리는 현상이 벌어졌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출전권을 놓친 한국여자배구는 여전히 표류 중이다.

[사진 = 한국여자배구대표팀 (C) FIVB 제공, 몬타뇨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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