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이강인이 자신의 커리어 여섯 번째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강인의 소속팀이자 프랑스 최고의 팀인 파리 생제르맹(PSG)가 시즌이 끝나기 전 프랑스 리그1(리그앙) 우승을 조기에 확정 지으면서 이강인도 자신의 커리어에 또 하나의 우승 경력을 추가했다. 지난 2023년 여름 RCD 마요르카(스페인)를 떠나 PSG로 이적한 이강인은 합류 1년 9개월 만에 다섯 개의 트로피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지휘하는 프랑스의 거함 PSG는 6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파르크 드 프랭스에서 열린 앙제와의 2024-25시즌 프랑스 리그1 28라운드 홈 경기에서 후반 10분 터진 데지레 두에의 선제 결승골을 앞세워 1-0 신승을 거뒀다.
승점 3점을 추가한 PSG(승점 74)는 이후 리그 2위 AS모나코(승점 50)가 브레스트에 1-2로 패배하면서 모나코와의 승점 차가 24점으로 벌어졌고, 남은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28경기에서 23승5무를 거둔 PSG의 다음 목표는 리그 무패우승이다. 남은 6경기에서 한 번도 패배하지 않는다면 무패우승에 성공한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차이다.
PSG는 이번 우승으로 프랑스 1강의 위치를 다시 한번 공고히 했다. 지난 10년간 두 차례 준우승을 차지한 것을 제외하면 프랑스 리그1 트로피는 모두 PSG의 차지였다. 더불어 PSG는 이번 우승으로 리그 4연패도 달성했다.
이강인은 지난달 20일 국내에서 열린 오만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에서 당한 발목 부상의 여파로 명단에서 제외됐다. PSG 복귀 후 그라운드 훈련에도 참여했지만, 엔리케 감독의 판단에 따라 앙제전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날 PSG는 이강인이 빠진 가운데 잔루이지 돈나룸마, 뤼카 에르난데스, 윌리암 파초, 마르퀴뇨스, 아슈라프 하키미, 파비안 루이스, 비티냐, 워렌 자이르 에머리,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곤살루 하무스, 데지레 두에로 선발 명단을 구성했다.
전반전은 득점 없이 마쳤지만, 후반 10분 터진 두에의 선제 득점으로 리드를 가져왔다. 크바라츠헬리아가 공을 끝까지 따라가 올린 크로스를 반대편에 있던 두에가 헤더로 연결해 앙제 골네트를 출렁였다. 이후 추가골은 나오지 않았으나 PSG는 리드를 잘 지켜내며 조기 우승을 확정 지었다.
출전하지 않은 이강인도 PSG 입단 후 자신의 다섯 번째 우승에 성공했다.
2023년 PSG 유니폼을 입은 이강인은 지난해 1월 트로페 데 샹피옹(프랑스 슈퍼컵) 우승으로 새해의 문을 열었다. 이후 2023-24시즌 리그1과 쿠프 드 프랑스(프랑스 FA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프랑스 국내 컵을 모두 가져왔다. 지난 1월에도 모나코를 꺾고 트로페 데 샹피옹 우승과 함께 2025년을 시작한 이강인은 PSG의 리그1 우승 조기 확정으로 다섯 번째 우승 경력을 추가했다.
유망주 시절이었던 지난 2018-19시즌 발렌시아CF(스페인)에서 차지한 코파 델 레이(스페인 국왕컵)를 포함하면 이강인은 커리어 내내 여섯 번의 우승을 경험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고려하면 총 일곱 번이다.
이강인은 이번 시즌 추가로 두 개의 트로피를 따낼 수 있다.
PSG는 현재 쿠프 드 프랑스 4강,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에 오른 상태다. 쿠프 드 프랑스 우승은 PSG에 돌아갈 게 유력하고, 프리미어리그 선두 리버풀을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8강에 오르는 등 PSG가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인상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챔피언스리그 우승도 꿈꿀 수 있는 상황이다.
만약 PSG가 쿠프 드 프랑스와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다면 이강인은 PSG와 함께 트레블을 달성하게 된다. 지금까지 유럽에서 트레블을 달성한 한국 선수는 없다.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지난 2008년 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있던 박지성이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차지한 바 있다.
다만 우승과는 별개로 이강인의 입지가 이전에 비해 줄어들었다는 점은 아쉽다.
이강인은 이번 시즌 전반기만 하더라도 선발과 벤치를 오가면서 어느 정도는 출전 기회를 받았지만, 2025년이 된 이후 출전 시간이 급감했다.
이강인이 주전 경쟁에서 밀려난 이유는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일단 이강인은 엔리케 감독의 '픽'이 아니었다. 이강인이 PSG에 합류한 것은 구단이 엔리케 감독을 선임하기 전이었다.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을 다재다능한 선수라고 칭찬하며 그를 정기적으로 활용했지만, 결국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은 선수이기 때문에 대안이 생기자 이강인을 굳이 기용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이번 시즌 PSG의 새로운 에이스로 떠오른 뎀벨레와 엔리케 감독의 갈등 해소도 이강인의 주전 경쟁에 영향력을 미쳤다. 기존 뎀벨레는 엔리케 감독과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갈등을 푼 뒤 PSG 선발 명단의 고정 멤버로 자리매김했다.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어 감독 입장에서도 뎀벨레를 뺄 이유가 없다. 측면 공격수는 물론 중앙 공격수로도 출전하는 뎀벨레와 포지션이 겹치는 이강인도 그를 밀어내기 힘들어졌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합류한 나폴리의 에이스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영입과 두에의 기량 상승도 이강인의 주전 경쟁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크바라츠헬리아는 PSG에서 적응을 마친 뒤 측면 공격수 한 자리를 꿰찬 상태다. 두에 역시 벤치에 앉는 경기가 많지만 이강인보다 우선적으로 선택되고는 한다. 파비안 루이스, 비티냐, 자이르 에머리, 네베스 등 뛰어난 선수들이 버티고 있는 미드필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에 이적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프랑스 매체 '풋01'은 지난 4일 PSG가 이강인의 이적을 허용했고, 이강인이 지난겨울부터 이강인에게 관심을 보인 아스널로 이적할 것이라고 점쳤다. 보도에 따르면 PSG는 이강인을 이적시키기 위해 임대를 포함한 다양한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 아스널 역시 이강인 영입 작업을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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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