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서울월드컵경기장, 김환 기자)
"응어리가 내려간 것 같아요."
문선민이 미소를 지으며 한 말이다.
5경기 동안 침묵하던 문선민의 득점포가 드디어, 그것도 가장 중요한 순간에 불을 뿜었다. 문선민이 정승원의 동점골로 마련한 역전의 발판을 밟고 대역전극을 만들어낸 것이다. 홈 팬들 앞에서 자신의 시그니처 세리머니인 '관제탑 세리머니'를 펼친 문선민의 표정에는 후련함이 묻어났다.
문선민은 지난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대구FC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6라운드 홈 경기에 후반전 교체 출전해 후반 추가시간 3분경 극장 결승골을 터트리며 서울의 3-2 역전승을 이끌었다.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루카스 실바와 교체되어 들어온 문선민은 투입 초반에는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결정적인 순간 승리로 이어지는 골을 만들어내며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무엇보다 서울 입단 후 좀처럼 득점과 연이 없었던 문선민이 6경기 만에 골맛을 봤다는 게 중요했다.
경기 후 김기동 감독도 "(문)선민이가 심적으로 쫓기고 있는 것 같았다. 이적 후 골을 넣고 싶어하는 마음이 컸다. 준비하면서 선민이에게 '오늘 네가 골을 넣어서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며 "사실 교체 투입 직후 실망스러울 정도로 경기력이 좋지 않았지만, 안쪽으로 들어오면 기회가 더 많이 날 거라고 생각했고, 이것이 주효했다"고 기뻐했다.
김 감독은 또 "선민이는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역할을 한다. 찬스에서 골이 나오지 않아 아쉬웠던 부분이 있었다"면서 "오늘 골을 넣어서 그런 무게(부담감)를 내려놓은 경기이지 않았나 싶다"며 대구전 골이 문선민에게도 큰 의미가 있을 거라고 했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문선민도 득점 이야기를 하자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문선민은 "응어리가 풀린 느낌이다. 동점 상황에서 결승골을 넣어서 팀에 보탬이 됐다는 생각 덕에 응어리가 내려간 것 같다"며 후련하다는 속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매 경기마다 찬스는 있었지만 골이 안 들어갔다. 감독님께서도 그런 부분을 두고 '마음을 편안하게 갖자'고 말씀하셨다"며 "나도 마음을 편하게 갖고 있었고, 오늘 경기 전에도 감독님께서 '오늘 뭔가 하나 할 것 같다'고 말씀하신 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웃었다.
김기동 감독의 신뢰 덕에 자신감을 얻었다는 게 문선민의 설명이다. 문선민은 "(투입 후) 생각보다 느낌이 괜찮았고, 그래서 나도 '오늘은 뭔가 하나 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리고 우리가 리드하고 있던 상황에서 내가 들어온 거기 때문에 찬스가 올 거라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편하게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문선민은 대구전 활약을 바탕으로 다시 주전 경쟁에 뛰어들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지금 상황을 잘 이겨내고 극복하면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다. 선수로서 주전 경쟁은 늘 숙제와 같다.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번 득점은 문선민 본인에게는 물론 FC서울에도 의미가 있는 득점이다. 서울은 그간 리드를 내주면 경기를 뒤집는 경우가 많지 않았는데, 대구전을 통해 역전을 노리는 힘과 자신감을 얻었다.
문선민은 "이런 경기가 잘 안 나온다. 나는 올해 이적해서 온 선수지만, 팀이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힘이 있어야 강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경기를 통해 강팀이 될 발판을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점에서도 선수들이 자부심을 갖기 바란다. 우리가 이번 경기를 계기로 강팀으로 발전하면 좋겠다"고 했다.
김기동 감독이 FC서울에 부임한 이후 대구를 상대로 따낸 첫 승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이 이야기를 듣자 문선민은 "감독님도 오늘 발 뻗고 편하게 주무시겠네요"라면서도 "팀의 승리에 보탬이 된 것 같아서 기쁘다. 오늘까지만 즐기고 내일부터 다음 경기를 위해 집중할 것"이라며 단 하루만 승리에 취해 있겠다고 했다.
사진=서울월드컵경기장, 김환 기자 / 한국프로축구연맹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