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무슨 원한이 쌓였길래 현소속팀 러브콜을 7번이나 거부할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이 자랑하는 월드클래스 라이트백이 이적료 한 푼 없이 스페인 거함 레알 마드리드로 옮기게 됐다. 이 과정에서 리버풀이 재계약 요청을 7번이나 요청했으나 전부 거절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던지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가 유럽 최정상급 측면 수비수인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를 품기 직전이다. 유력기자들이 이를 속속 인정하고 나섰다.
벨기에 축구 전문 기자 사샤 타볼리에리 기자는 24일(한국시간) '스카이스포츠 스위스' 채널을 통해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는 레알 마드리드 선수가 될 것이며, 5년 계약을 하게 된다"고 알렸다.
그는 이어 "알렉산더-아놀드는 지금 1100만 유로(170억원)를 벌고 있다"며 "레알 마드리드로 옮기게 되면 연봉이 1500만 유로(230억원)로 껑충 뛴다. 여기에 매력적인 옵션, 그리고 입단할 경우 합리적인 사이닝 보너스로 받을 수 있다"고 알렸다.
또한 "리버풀이 협상을 위해 거듭 접촉했지만 알렉산더-아놀드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고 했다.
앞서 스패인 유력 매체 '마르카'도 알렉산더-아놀드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 확정 소식을 알린 적이 있다.
마르카는 24일 "이적이 99% 완료됐다"며 "아놀드가 리버풀의 재계약 제안을 7번 정도 거절한 것으로 보인다. 아놀드는 오래 전 레알 이적을 결정했으며 어떤 것도 그의 마음을 되돌리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영국 매체 '커트오프사이드' 역시 같은 날 "아놀드가 레알과 협상을 99% 마무리했다"며 "올 시즌을 끝으로 리버풀과 계약이 끝나고 FA로 레알로 합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렉산더-아놀드는 해리 케인, 주드 벨링엄과 함께 오늘날 잉글랜드 축구를 대표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프리미어리그 명문 구단 리버풀 유스 출신인 그는 타고난 오른발 킥 능력과 더불어 빠른 공격 전환이 강점이다. 이에 따라 오늘날 현대 축구가 요구하는 풀백의 공격력을 상당히 갖춘 선수로 평가된다.
게다가 아놀드는 개인기도 어지간한 공격형 미드필더와 큰 차이가 없어 가끔씩 미드필더로 기용되고도 준수한 기량을 발휘할 정도다. 백3 전술에도 유용해 수비수 3명 중 오른쪽 센터백을 맡기도 한다.
다만 그는 2024-2025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끝나는데 나이가 1998년생으로 올해 27살에 불과하다. 대개 이 정도 나이의 선수라면 소속팀이 어떻게든 이적료를 받고 팔기 마련인데 알렉산더-아놀드는 리버풀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기를 거부한 채 다른 구단으로의 이적도 요청하지 않아 리버풀 팬들 속을 태웠다.
결국 이번 시즌이 진행되면서 레알 마드리드가 그를 이적료 없이 '공짜'에 데려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일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됐다.
사실 레알은 알렉산더-아놀드에 대해 한 차례 이적 제의를 리버풀에 했다. 다만 레알이 제안한 액수가 2500만 유로(약 382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리버풀 자존심만 긁은 셈이 됐다.
물론 계약기간 6개월 남은 선수의 이적료를 후하게 지불하는 구단은 없다.
하지만 선수 생활 최전성기인 알렉산더-아놀드의 몸값이 최소 1000억원은 평가받는 것을 고려하면 레알이 매긴 2500만 유로 이적료를 "이 돈이라도 받고 팔든가, 아니면 여름에 한 푼도 받지 못 받고 빼앗길 줄 알라"는 최후통첩이나 다름 없었다.
리버풀은 결국 겨울이적시장에도 그를 내주지 않았다. 알렉산더-아놀드는 현재 보스만 룰 신분이기 때문에 프리미어리그 구단을 제외한 전세계 모든 구단과 다음 시즌 입단을 전제로 협상할 수 있다.
결국 3월 들어 레알 마드리드 이적설이 강하게 나돌았고 사실상 계약서에 사인하는 것만 남았다.
알렉산더-아놀드의 '이적 사가'는 예상대로, 레알 마드리드 이적으로 종지부를 찍었지만 축구계엔 씁쓸한 사례를 하나 더 남기는 꼴이 되고 말았다. 레알은 지난해 여름에도 프랑스 슈퍼스타 킬리안 음바페를 이적료 없이 'PSG에서 빼내' 논란이 됐는데 이번에도 똑같은 일을 저지른 셈이 됐다. 전성기의 선수를 이적료 없이 영입하는, 상도의에 어긋하는 행동을 저지르는 구단이 됐다.
레알은 바이에른 뮌헨 레프트백 알폰소 데비이스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접근했으나 뮌헨이 그에게 500억원의 사이닝 보너스를 주는 등 적극 대처하고 재계약까지 이끌어내면서 자유계약 영입에 실패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