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손흥민이 아버지와 같은 인물이라고 칭찬했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토트넘 복귀 의사를 드러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18일(한국시간) "토트넘 홋스퍼의 전 감독 마우리시오 포체티노는 언젠가 토트넘으로 복귀하고 싶다고 말했다"라고 보도했다.
현재 토트넘을 이끄는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입지는 불안한 상태이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서 8강 진출에 성공했으나 국내 컵대회인 FA컵과 카라바오컵 모두 탈락했고, 무엇보다 프리미어리그에서 14위를 기록하며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주어지는 4위권과 거리가 먼 상황이다.
일각에선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UEFA 유로파리그에서 우승에 실패하면 즉각 경질될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입지가 위태로운 가운데 토트넘 역대 최고의 지도자 중 한 명인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토트넘 복귀 의사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매체에 따르면 포체티노 감독은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클럽을 떠났을 때 한 인터뷰에서 토트넘으로 돌아오고 싶다고 말했던 걸 항상 기억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난 미국 축구대표팀에 있으므로 지금은 이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겠다"라며 "하지만 그때 내가 한 말은 5~6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가슴에서 느껴진다. 언젠가 토트넘으로 돌아가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포체티노 감독은 토트넘의 다니엘 레비 회장과 여전히 좋은 관계라고 설명했다. 그는 "거의 6년간 함께 했던 모든 일과 모든 흥망성쇠와 감정적인 일들 때문에 힘들었던 건 사실이다"라면서 "우리는 아주 잘 헤어졌다. 하나는 전문적인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적인 것이었다. 지금 토트넘을 떠난 다음날처럼, 우린 항상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아르헨티나 출신 포체티노 감독은 2014년 5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약 5년간 토트넘을 지휘했다. 이 기간 동안 그는 293경기에서 160승60무73패를 기록했다.
특히 2018-19시즌에 구단 역사 최초로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진출하면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비록 결승전에서 리버풀한테 패해 준우승에 머무르며 우승에 실패했지만, 포체티노 감독이 토트넘 역대 최고의 감독 중 한 명이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했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준우승을 한 후 포체티노 감독은 2019년 11월 토트넘을 떠났고, 2021년 1월부터 파리 생제르맹(PSG)을 지휘하다 2022년 7월 경질됐다. 약 1년간 현장을 떠나 있던 그는 2023-24시즌을 앞두고 첼시의 부름을 받아 다시 프리미어리그 무대로 복귀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많은 기대를 받으며 프리미어리그에 돌아왔지만 첼시에 부임한지 1년 만에 지휘봉을 내려 놓았고, 지난해 9월부터 미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을 이끌고 있다.
현재 미국 대표팀을 이끌고 있음에도 포체티노 감독은 토트넘 복귀를 꿈꿨다. 만약 포체티노 감독의 토트넘 복귀가 성사된다면 토트넘 주장이자 레전드 손흥민과의 재회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손흥민 입장에서 포체티노 감독과의 재회는 의미가 남다르다.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손흥민이 한때 독일로 돌아가려고 할 때 이를 만류한 게 포체티노 감독이었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지난 2019년 영국 '이브닝 스탠다드'와의 인터뷰를 통해 2015-16시즌이 끝난 후 토트넘을 떠나는 걸 진지하게 고려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당시 손흥민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2015년 여름 토트넘으로 이적해 프리미어리그 무대에 입성했다.
손흥민이 1년 만에 이적을 고려하게 된 계기는 출전 시간 부족이었다. 지금은 토트넘 부동의 주전 공격수이지만 손흥민은 데뷔 시즌에 리그에서 28경기 4골 1도움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28경기 중 선발로 나온 건 15경기뿐이었고, 총 출전 시간도 1104분에 불과했다. 아르헨티나 국가대표로 이탈리아 세리에A AS로마에서 활약하다가 손흥민보다 토트넘에 1년 먼저 온 에리크 라멜라가 손흥민과의 경쟁에서 다소 우위를 점하던 상황이었다.
당시를 회상한 손흥민은 "난 그때 거의 토트넘을 떠날 뻔했다. 포체티노 감독한테 여기가 편안하지 않아 독일로 돌아가고 싶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볼프스부르크 등이 영입에 진지한 관심을 보였고, 토트넘은 레버쿠젠에 줬던 이적료 그대로 받을 수 있었더. 원금 회수가 가능했던 것이다. 손흥민도 볼프스부르크 이적으로 마음을 굳히고 있었다.
하지만 이 때 포체티노 감독이 손흥민을 설득했다. 포체티노 감독을 믿고 토트넘에 잔류한 손흥민은 곧바로 다음 시즌인 2016-17시즌에 리그 14골 8도움을 포함해 모든 대회에서 21골 9도움을 기록하며 토트넘 핵심 공격수로 거듭났다.
굳은 신뢰를 보내며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성장시켜준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에게 은사나 다름이 없다. 손흥민은 "포체티노 감독이 나를 믿어줬다. 정말 감사하다. 단지 감사하다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라며 감사를 드러냈다.
포체티노 감독도 "손흥민은 인내심이 대단했다. 그와 나눈 대화는 프로페셔널할 뿐만 아니라 인간적이었다"라며 "그때 내린 결정으로 인해 지금 손흥민은 행복하다. 우린 지금 손흥민의 최고의 모습을 보고 있다"라며 자신을 믿고 남아준 손흥민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포체티노 감독을 믿고 토트넘에 잔류한 손흥민은 이후 꾸준히 성장하면서 2021-22시즌 생애 첫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르며 월드 클래스 공격수로 거듭났다. 2023-24시즌엔 토트넘 주장으로 선임됐고, 리그에서만 17골 10도움을 올리며 맹활약했다.
지난 2023년 11월 포체티노 감독이 첼시를 이끌고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을 방문했을 때 손흥민은 포체티노 감독이 아버지와 같은 인물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골닷컴'에 따르면 당시 손흥민은 포체티노 감독에 대해 "우리는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포체티노는 토트넘에 있을 때 아버지와 다름이 없었다"라며 은사와 재회하게 된 소감을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