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외야수 김재환이 호주 블랙타운 스프링캠프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블랙타운, 김근한 기자
(엑스포츠뉴스 호주 블랙타운, 김근한 기자) 스프링캠프 시작 뒤 팀 타순 논쟁이 펼쳐진 몇 가지 사례가 있었다. KIA 타이거즈에선 3번 김도영,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에선 1번 자리에 각각 심우준과 박해민 기용 가능성이 제기돼 해당 팬들 사이에서 큰 갑론을박으로 이어졌다.
두산 베어스에도 타순 논쟁이 펼쳐질 수 있을까. 두산 이승엽 감독은 2번 김재환 기용이라는 파격 타순 배치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난해 김재환은 부동의 4번(277타수)에서 가장 많은 타석에 들어섰다. 5번(106타수)과 6번(87타수) 자리에도 컨디션에 따라 김재환이 배치됐다.
김재환은 이 감독 부임 첫 시즌인 2023시즌 짧은 기간 슬럼프 탈출을 위한 2번 타자로 배치된 기억이 있다. 하지만, 시즌 출발부터 고정적인 2번 타순 배치가 이뤄진다면 이 또한 큰 파격이 될 전망이다.
이 감독은 중심 타선에서 김재환-양석환-강승호를 붙이는 타순에 변화를 고민하고 있다. 김재환(168삼진)과 양석환(128삼진), 그리고 강승호(158삼진) 모두 팀 내에서 가장 삼진이 많은 상위 타자 3명이다. 장타력이란 장점이 있지만, 득점권 기회에서는 연결이 자주 끊기면서 필요한 득점이 나오지 않았단 게 이 감독의 시선이다.
결국, 팀 타순 고민의 출발점도 여기에 있다. 세 선수를 타순에서 떨어뜨리면서 조금 더 효율적인 득점 생산력을 만들겠단 방향이다. 김재환이 2번 타순에 들어가는 파격 구상이 나온 이유도 마찬가지다.
호주 캠프에서 취재진과 만난 이 감독은 "지난해 2번 타순이 가장 약하다 보니까 고민이 많다. 또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 연속 이닝 무득점 결과를 본다면 결국 장타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도 득점이 나올 수 있도록 다양한 루트를 만들어야 한다. 올해는 2번 타순이 키라고 봐서 김재환 선수를 거기에 놓을지 한번 고민한 거다. 제이크 케이브 선수가 2번에 들어갈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하면 삼진이 많은 선수끼리 붙어 있을 수 있으니 또 고민"이라며 "그렇다고 해서 무언가 확정적으로 타순을 정한 건 아니다. 다양한 조합을 두고 끝까지 고심하려고 한다. 현재로선 1번 타자 자리에 정수빈 선수 정도만 확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이 2번 타자 자리에 김재환을 투입하는 걸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산 베어스

두산 베어스 외야수 김재환이 호주 블랙타운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두산 베어스 외야수 김재환이 호주 블랙타운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너무나도 익숙한 4번이 아닌 2번 타자 김재환에 대한 선수 본인 생각은 어떨까. 호주 캠프에서 만난 김재환은 "개인적으로 타순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2번 타자로 나간다면 감독님 나름대로 생각이 있으시니까 거기에 맞춰서 잘하면 된다. 개인적으로도 나쁘지 않고 오히려 재밌겠단 생각이 든다. 마지막 순간에만 팀이 웃을 수 있다면 나는 무얼 해도 괜찮다"라고 강조했다.
김재환이 2025시즌 외야 수비에 대한 의지를 보인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자신이 144경기 모든 경기에서 지명타자 자리를 차지하는 건 팀에 민폐가 될 수 있단 시선 때문이다.
김재환은 "내가 144경기를 모두 좌익수로 나가겠다는 뜻이 아니다. 장기 레이스를 하다 보면 지명타자 자리가 내가 아닌 다른 선수들이 해야 할 상황도 분명히 온다. 그때 50경기, 아니 10경기든 1경기든 내가 수비에 나가야 할 상황에서 실수 없이 뛰기 위해선 수비 연습도 더 하겠단 뜻을 감독님께 전했었다. 팀 상황에 맞게 수비도 잘 준비하고 싶다"고 목소릴 높였다.
그만큼 우승을 향한 간절함이 크다. 김재환은 호주 캠프 휴식일에 시드니 명소인 블루마운틴을 베테랑 선수들과 함께 찾아갔다. 성스러운 우승 정기를 받기 위해서였다. 김재환은 V7를 향한 진심을 담아 태양을 향해 절을 했다.
김재환은 "10년 전에 호주로 스프링캠프를 오기 시작했는데 처음 블루마운틴으로 갔다. (양)의지랑 (양)석환이랑 처음 가봤는데 그 산의 정기를 받고 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두 바라는 그 순간이 오길 간절한 마음으로 절을 했다"라며 미소 지었다.
마지막으로 김재환은 "개인 숫자 목표는 전혀 없다. 내가 아프지 않고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가서 팀이 더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정말 마지막 순간 재밌게 웃을 수 있는 시즌이 됐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두산 베어스 외야수 김재환이 호주 블랙타운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두산 베어스 외야수 김재환이 호주 블랙타운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사진=블랙타운, 김근한 기자/두산 베어스
김근한 기자 forevertoss8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