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손흥민이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는 등 팀의 프리미어리그 3연패를 구해내지 못한 가운데 토트넘 팬심이 손흥민에게서 떠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에버턴전에서 교체로 들어와 깊은 인상을 남긴 17세 공격수 마이키 무어를 손흥민 대신 주전 레프트윙으로 써야한다는 게 요지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다른 무어를 쓰고 싶지만 주장 손흥민의 눈치를 보느라 기용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물론 검증된 주장은 아니다.
하지만 에버턴 원정 충격패를 통해 팬심이 손흥민에게서 적지 않게 떠나고 있다는 증거도 될 수 있다.
영국 TBR풋볼은 20일(한국시간) "토트넘 팬들은 에버턴 원정에서 무어의 활약을 보고 손흥민에게 확실한 지적을 남겼다"며 "토트넘 팬들은 비참한 오후를 견뎌냈으나 무어 등장으로 인해 희망을 봤다"고 했다.
에버턴전은 토트넘의 현재와 미래를 상징하는 두 공격수의 교차점으로 훗날 남을 수 있을까.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이끄는 토트넘은 19일(한국시간)부터 영국 리버풀에 있는 구디슨 파크에서 에버턴과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 22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전반에만 3골을 내준 끝에 2-3으로 졌다.
후반 막판 맹추격전을 벌였으나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진 못했다.
토트넘의 최근 성적은 프리미어리그 빅6라는 명성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이날 패배로 토트넘은 7승 3무 12패(승점 24)가 됐다. 20개 팀 중 15위다. 에버턴이 승점 20을 기록하면서 토트넘 바로 뒤인 16위가 됐다.
토트넘은 지난 15일 아스널과의 북런던 더비 원정 경기 1-2 패배를 포함 최근 프리미어리그 6경기 무승(1무 5패)에 빠져 있다. 지난달 16일 사우샘프턴 원정 5-0 대승 이후 한 달간 승리가 없다. 최근 프리미어리그 10경기로 범위를 넓혀도 단 1승만 거뒀다.
에버턴 만큼은 이겨야 반전이 가능했지만 토트넘은 전반 45분간 와르르 무너졌다. 에버턴은 공격이 취약한 팀인데 이날 만큼은 엄청난 결정력과 화력으로 토트넘을 몰아쳤다.
토트넘은 주전급 멤버들이 줄부상을 당한 수비가 엉망진창이었다.
그러나 공격도 깔끔하진 않았다. 토트넘은 전반 13분 빌드업이 차단되면서 역습을 허용했다.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홈팀 공격수 도미니크 칼버트-르윈에 19세 미드필더 아치 그레이가 농락당하며 선제골을 내줬다. 칼버트-르윈이 10대 선수 그레이를 두 번이나 페인트로 제치며 와르르 무너트리고 득점했다.
이후 토트넘은 동점포 찬스를 얻었으나 날렸다. 손흥민이 장본인이었다.
전반 24분 페드로 포로의 침투패스를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데얀 쿨루세브스키가 잡아 반대편으로 지체 없이 패스했다. 손흥민이 상대 골키퍼와 노마크 찬스를 맞아 오른발 슛을 쐈으나 제대로 맞지 않았다.
손쉬운 슛이었다. 전성기 손흥민 기량이라면 들어가는데 문제 없는 골이었다.
실축하면서 끔찍한 빅찬스미스를 기록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도 "정말 멍청한 피니시"라며 혹평했다.
3분 후에도 역습 끝에 손흥민에게 득점 기회가 왔으나 그의 슈팅은 다시 한 번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골키퍼인 에버턴 수문장 조던 픽퍼드 선방에 막혔다.
이후 토트넘은 전반 30분 일리망 은디아예, 전반 추가시간 미드필더 아치 그레이의 자책골로 순식간에 0-3 리드를 당했다.
토트넘은 후반 브라질 전 국가대표 히샬리송을 집어넣는 등 전세 회복에 안간힘을 썼으나 한 골이 부족했다.
이번 시즌 토트넘 최고의 선수로 각광받는 쿨루세브스키는 후반 32분 픽퍼드가 골대를 비운 틈을 타서 왼발로 띄워 올린 공이 골망을 흔들어 뒤늦게 추격전을 시작했다. 로빙 슛이 에버턴 선수 6명의 키를 넘어 들어가는 그림 같은 골이었다.
이어 후반 추가시간 무어의 어시스트를 히샬리송이 골대에 부딪히면서까지 추가골을 꽂아넣었다.
그러나 승부를 뒤집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사실 이날 경기의 전환점은 손흥민의 전반 두 차례 찬스미스였다. 하나만 들어가 동점이 됐어도 토트넘이 기세를 타고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손흥민은 원톱 도미니크 솔란케의 부상에 따라 이날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한 뒤 후반 들어 레프트윙으로 갔다가 다시 투톱 중 한 명이 되는 등 포지션이 계속 바뀌었다.
포지션 변화가 많았던 탓도 있지만 2021-2022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지난시즌 17골을 넣었을 때의 날카로움은 없었다.
에버턴전 직후 토트넘 팬들은 손흥민 대신 무어를 선발로 넣어야 한다고 소리치는 중이다. 후반 교체로 들어와 번뜩이는 움직임을 보였던 무어가 더 나았다는 평가다.
무어는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보다는 유로파리그에 더 많이 나서면서 토트넘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 전 잉글랜드 국가대표인 제임스 매디슨은 지난해 10월 알크마르와 유로파리그 경기 도중 "어디선가 네이마르가 있는 줄 알았다"고 무어를 극찬했다.
TBR풋볼이 과감하게 '손흥민 아웃'을 주장한 것이다.
매체는 "무어의 여정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며 "10대 선수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첫 골에 기여했다. 0-3으로 뒤진 상황에서 투입돼 결국 졌지만 두 번이나 득점 과정에 관여하며 격차를 2-3으로 줄였다. 토트넘 팬들은 손흥민 대신 무어가 선발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했다.
매체에 따르면 토트넘 팬들은 SNS 등을 통해 "무어가 선발로 나와야 한다. 손흥민보다 더 많은 공격 옵션을 제공할 수 있다", "무어는 항상 포스트 근처에 있어서 흐른 공을 줍는다. 손흥민은 꼭 필요할 때 보이질 않는다", "차라리 무어에게 주장 완장을 줘라. 손흥민이나 (부주장)제임스 매디슨보다 나을 거다", "손흥민은 이제 그만 해야 한다. 감독은 손흥민을 18세 무어 때문에 내쫓는 것 놓고 눈치를 본다"고 주장했다.
토트넘은 오는 24일 유로파리그 원정 경기를 독일 호펜하임과 치른다. 이어 26일엔 강등권 레스터 시티와 프리미어리그 홈 경기를 벌인다. 두 경기 모두 토트넘이 전력에서 우세할 것으로 보이지만 토트넘의 하락세가 뚜렷해 방심은 금물이다. 특히 레스터 시티도 최근 프리미어리그 7연패를 당했기 때문에 토트넘과 사생결단 식으로 경기할 가능성이 높다.
토트넘도 레스터전을 지면 포스테코글루 감독 경질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질 수 있다. 손흥민과 무어 중 누가 선발로 나설지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깊은 생각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게 에버턴 원정에서의 두 공격수 플레이였다.
이번 시즌 손흥민의 컨디션이 급감하는 가운데 코너에 몰린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손흥민을 벤치로 보내는 특단의 대책을 꺼내들지 궁금하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