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신태용 감독이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에서 경질됐음에도 선수들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기를 바랐다.
인도네시아축구협회(PSSI)는 지난 6일(한국시간) 5년간 동행했던 신태용 감독과의 계약을 해지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당시 PSSI는 "이번 결정은 대표팀 성과와 대표팀이 앞으로 달성할 장기적인 목표에 대해 오랫동안 신중하게 고려하고 평가한 결과 내려진 것"이라며 "PSSI는 인도네시아 축구국가대표팀 발전에 기여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신태용 감독의 앞날을 기원한다"라며 갑작스럽게 신 감독과의 동행을 마친 이유를 설명했다.
명분은 2024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컵(AFF컵)에서의 부진이었다. 신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는 최근 열린 2024 AFF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수모를 안았다. 23세 이하(U-23) 선수들로만 스쿼드를 구성했다고는 하나 최근 몇 년간 동남아시아 축구계에서 수준급 팀으로 올라선 인도네시아의 조별리그 탈락은 기대 이하의 성적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한 번의 대회에서, 그것도 A대표팀(국가대표팀)이 아닌 연령별 대표팀 선수단으로 구성된 스쿼드를 갖고 탈락했다는 이유로 지난 5년간 신 감독이 쌓았던 업적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신 감독은 뛰어난 지도력을 발휘해 인도네시아 A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 사이에 연속성을 만들었다.
끈끈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2020 미쓰비시전기컵 아세안축구연맹 축구선수권대회(AFF컵) 준우승,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 진출, 2024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4강 진출 등 국제대회에서도 좋은 성과를 냈다.
U-23 아시안컵에선 8강에서 아시아 최강 한국을 무너트려 한국의 올림픽 남자축구 본선 진출을 40년 만에 처음으로 무산시켰다.
또 현재 진행되고 있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예선에서도 나름대로 나쁘지 않은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10경기 중 6라운드까지 진행된 현재 인도네시아는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C조에서 3위에 자리 중이다. 각 조에서 상위 2팀은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고, 3~4위는 플레이오프를 통해 본선 진출팀을 가린다.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기에 신 감독 경질은 많은 팬들을 놀라게 했다. 갑작스러운 경질에도 신 감독은 선수단과 협회에 감사를 전했다.
신 감독은 1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먼저, 그동안 우리 인도네시아 대표팀이 이자리에 있기까지 물심양면으로 큰 힘이 되어주신 에릭 토히르 협회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회장님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성과를 결코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PSSI 협회 여러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항상 도와주시고 지원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우리 코치들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다. 어렵고 힘든 상황도 많았지만 언제나 뜻과 힘을 모아 좋은 결과를 위해 항상 선수들과 함께 뛰어준 것을 잘 알고 있다"라며 함께 한 코칭 스태프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신 감독은 또 함께 한 대표팀 선수들에게도 감사함을 전했다. 그는 "대표팀 선수들에게도 정말 고맙고 감사해. 2026년 월드컵에 꼭 진출해야 한다. 우리 선수들이 월드컵 무대를 꼭 밟아보는 것이 내 소원이다"라며 당부했다.
끝으로 "마지막으로 나를 사랑해 주시고 성원해 주신 인도네시아 국민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나에게 보내주신 따뜻한 마음과 응원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며 인도네시아 국민들에게도 작별 인사를 했다.
한편 신 감독과 결별하기로 결정한 인도네시아는 지난 9일 새로운 대표팀 사령탑으로 네덜란드의 레전드 공격수 출신 패트릭 클라위베르트 감독을 선임했다. 계약 기간은 2027년까지이고, 연장 옵션이 포함되어 있어 계약 기간은 2년에서 더 늘어날 가능성이 존재한다.
어린 시절부터 네덜란드 최고의 재능 중 하나로 꼽혔던 클라위베르트 감독은 선수 시절 네덜란드 명문 아약스와 세계적인 구단인 바르셀로나 등에서 활약했던 전설적인 공격수 출신의 지도자다.
네덜란드 국가대표로도 79경기를 뛰는 동안 40골을 터트려 한동안 네덜란드 국가대표팀 역대 최다골 보유자로 있었고, 유럽축구연맹(UEFA) 200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에서는 득점왕을 차지하기도 했었다.
다만 클라위베르트 감독은 선수 시절과 달리 감독으로 성공한 인물은 아니다. 지난 2008년 LOSC릴(프랑스)에서 은퇴한 뒤 자국 AZ 알크마르에서 수석코치직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FC트벤테 2군 감독과 퀴라소 축구대표팀 감독 대행을 거쳐 지난 2023년 아다나 데미르스포르(튀르키예)의 사령탑에 앉으면서 처음으로 정식 감독직을 수행했다.
당초 클라위베르트 감독과 데미르스포르는 2년 계약을 맺었지만, 클라위베르트 감독의 튀르키예 생활은 6개월도 가지 못했다. 2023년 6월 데미르스포르와 계약한 클라위베르트 감독은 그해 12월 상호 합의 하에 계약을 해지하고 다시 무직 신분이 됐다.
감독으로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클라위베르트 감독을 선임한 배경엔 현재 인도네시아 대표팀에 인도네시아계 네덜란드 혈통 선수들이 많아 네덜란드 출신 선수들과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연합뉴스, PSSI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