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10년 넘는 현장 공백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만큼 SSG 랜더스가 믿는 구석이 있었다.
SSG는 지난해 12월 31일 "박정태 전 해설위원을 퓨처스팀(2군) 감독으로 선임하면서 2025시즌 퓨처스팀 코칭스태프 개편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SSG 퓨처스팀을 이끈 손시헌 감독이 2024시즌 종료 후 1군 수비코치로 이동하면서 퓨처스팀 감독은 두 달 넘게 '공석' 상태였다. 오랫동안 고민을 거듭하던 SSG는 현역 시절 '악바리'로 불린 박정태 전 해설위원에게 퓨처스팀 지휘봉을 맡기기로 했다.
1991년 1차지명으로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한 박정태 퓨처스팀 감독은 1991년부터 2004년까지 1군 통산 116경기 3857타수 1141안타 타율 0.296 85홈런 639타점 531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806을 기록했다.
수상 이력도 화려하다. 박정태 퓨처스팀 감독은 골든글러브를 다섯 차례(1991·1992·1996·1998·1999년)나 수상했다. KBO리그 30주년 레전드 올스타 BEST 10, 40주년 레전드 올스타 40인에 선정되는 등 선수 생활을 마감한 뒤에도 가치를 인정받았다.
박정태 퓨처스팀 감독은 2005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오클랜드 애슬래틱스 산하 마이너리그팀에서 타격 및 주루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롯데 자이언츠 타격코치와 퓨처스 감독을 역임했고, 2013년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타격코치와 한국야구위원회(KBO) 육성위원으로 활동했다.
박 감독은 KBO 육성위원 활동을 끝낸 뒤 10년 넘게 유소년 야구 발전에 힘을 쏟았다. 2022년에는 밀양시 소재 중·고등학교에서 클럽야구단 창단을 추진해 아마추어 야구 저변확대에 힘써왔다. 12년간 현장을 떠났지만, 그동안 많은 경험을 쌓았다.
SSG 관계자는 "감독님께서 유소년 야구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면서 선수들의 성장에 관해 많이 공부하셨다고 하더라. 기술뿐만 아니라 멘털이나 심리, 기술, 체력 등을 종합적으로 보면서 선수의 육성이나 성장에 관해 많이 배우고 공부하셨다"고 밝혔다.
기존 코치들과 다른 소통 및 접근 방식에 대한 기대도 크다. 구단 관계자는 "감독님께서 MZ세대 선수들에 관해서 많이 이야기하셨다. MZ세대 선수들과는 소통이 중요하고, 또 그 선수들에 맞는 개별 솔루션을 줘야 하는 점을 강조하셨다"고 얘기했다.
이어 "(다른 지도자들은) 그냥 프로에서만 다 큰 선수들을 잠깐 바라보기만 했지만, 어린 선수들을 이해하고 그 선수들의 초·중·고 시절을 다 지켜보는 지도자는 한 명도 없다. 근데 박 감독님은 초·중·고 선수들을 모두 경험하셨고, 그 친구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다 들여다 보셨다"고 덧붙였다.
SSG는 2023시즌 종료 후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위해 리모델링을 선언했다. 1군과 2군 코칭스태프에 변화를 줬으며, 지난해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부여했다. 결과적으로 조병현, 박지환, 정준재 등 팀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질 선수들을 확인했다.
퓨처스팀도 성과를 거뒀다. 2022년과 2023년 각각 북부리그 4위에 그쳤던 SSG는 지난해 한화 이글스에 이어 북부리그 2위에 올랐다. 하지만 세대교체가 순조롭게 이뤄지기 위해서 좀 더 변화를 줘야 한다고 판단했고, SSG와 인연이 없었던 박정태 퓨처스팀 감독에게 손을 내밀었다.
구단 관계자는 "오랫동안 준비하시면서 현장 복귀에 대한 간절함과 절실함이 컸고, 역량도 많이 쌓으셨다"며 "근성이나 투지, 승부욕을 갖고 계신 분인 만큼 선입견 없이 본다면 정말 괜찮은 리더로 보였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SSG는 박정태 퓨처스팀 감독 선임을 앞두고 박 감독에 관한 논란에 대해서 철저한 검증을 거치기도 했다. 박 감독은 지난 2019년 1월 음주운전, 시내버스 기사 운전 방해 및 운전자 폭행 혐의로 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 보호관찰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받았다.
SSG 관계자는 "(박 감독이) 술을 마시고 조금이라도 운전한 건 분명히 잘못한 부분이지만, 판결문이나 기사를 찾아보니 참작된 부분이 있었다. 당시 박 감독은 사건에 대해서 잘못을 온전히 인정하고 이견없이 진술서를 작성해 잘못한 만큼 벌을 다 받겠다고 뉘우쳤다. 또한 국선 변호사를 선임해 재편의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박정태 퓨처스팀 감독과 외삼촌-조카 관계인 추신수 보좌역이 퓨처스팀 감독 선임 작업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구단 관계자는 "추 보좌역과 (박정태 감독 선임 작업은) 전혀 무관한 일이다. 완전히 다른 트랙으로 움직였다"며 "오해의 소지를 만들지 않기 위해 명확한 선임 기준과 절차 그리고 공정한 평가를 거쳐 (퓨처스팀 감독을) 선임했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박정태 퓨처스팀 감독은 구단을 통해 "기회를 주신 SSG 구단에 깊이 감사드린다. 빠른 시간 내에 선수별 장단점을 파악해 맞춤형 선수 성장을 도울 수 있도록 하겠다"며 "유망주들이 기본기와 승부욕은 물론 상황에 맞는 야구를 펼칠 수 있는 지혜도 겸비할 수 있도록 퓨처스 코치 및 프런트와 함께 육성에 힘을 보태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SSG 랜더스, 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