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가요계는 굵직한 소송들이 끊이질 않았다. 중소돌의 기적이었던 피프티 피프티가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 분쟁을 하며 결국 소송전으로 번졌고, 어도어 전 대표의 민희진은 하이…브를 상대로 각종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뉴진스까지 전속계약 무효를 선언하며 탈 어도어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 연일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엑스포츠뉴스에서는 올 한해 가요계를 뒤흔든 대형 소송전을 통해 다사다난했던 2024년을 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장인영 기자) 올해 가요계의 뜨거운 감자는 단언, 민희진과 하이브의 분쟁이다. 지난 4월 발발한 민희진, 하이브의 갈등과 함께 최근 어도어와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한 그룹 뉴진스(NewJeans)까지, 업계에선 이들의 기약 없는 분쟁이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입을 모은다.
뉴진스는 지난달 28일 서울 모처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시정되지 않았다며 어도어와의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했다. 아울러 하이브와 어도어의 귀책사유로 전속계약을 해지하므로 이에 따른 위약금 배상 및 가처분 등 법적 소송은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어도어는 뉴진스의 계약기간이 2029년 7월 31일까지 유효, 전속계약유효확인 소송을 제기하며 맞서는 중이다.
뉴진스는 더 나아가 소속사에서 운영하던 기존의 SNS 계정과 소통 앱인 '포닝'을 벗어나 '진즈포프리'(jeanzforfree)라는 이름의 계정을 개설한 뒤 이곳에서 팬들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엑스포츠뉴스는 8개월간 '현재진행형'인 민희진 하이브 분쟁을 바라보는 업계 종사자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지금의 K팝이 존재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온 업계 종사자들이 솔직한 의견들을 밝혔다.
◆ "계약기간은 서로의 욕심을 주장하는 문서가 아니다." (음악 프로듀서)
"뉴진스와 피프티피프티의 분쟁에 있어서 가장 큰 핵심은 서로의 공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대형이든 중소든 소속사 입장에서는 아이돌 그룹을 제작할 때 가능성과 꿈에 투자한다. 누구도 성공을 확신할 수 없다. 그 가능성과 꿈을 위해 소속사는 제작비용을 투자받으러 전전긍긍하며 프로듀서와 안무가를 비롯해 수많은 관계자들을 만나며 홍보에 힘쓴다. 아티스트들은 수많은 실력향상과 자기발전에 쏟아부으며 언제 터질지 모르는 자신의 포텐을 갈고닦는 일을 되풀이한다. 결국 소속사, 아티스트 모두 불확실한 미래에 투자하는 것. 이 모든 것이 대중의 마음을 움직였을 때 소위 말해서 '대박'이 나는 것이다. K팝 시장은 둘 중 하나만 잘한다고 해서 성공할 만큼 만만하지 않다."
"그룹 한 팀이 대박 나는 것엔 많은 이들의 피땀눈물이 섞여 있다. 이같은 '심플한 법칙'을 가수들도 늘 기억해야 한다. 계약기간을 성실히 이행하는 것은 서로의 노력과 공로를 인정하는 믿음과 신뢰의 약속이지, 욕심을 주장하는 문서가 아니다."
◆ "업계 근간 흔들릴 수 있어, 책임감 있는 모습 기대" (연예기획사 부장)
"하이브와 민희진 그리고 뉴진스 분쟁은 올해 가장 큰 엔터계 이슈 아닌가. 민희진의 기자회견 이후 관계자들은 쇼케이스나 제작발표회, 인터뷰 등 행사 진행 시 또 긴급 기자회견이 열리진 않을까 조마조마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무엇보다 뉴진스가 법적 소송이 아닌 기자회견을 통해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한 점은 정말 이례적이다. 결과에 따라 그동안 업계에서 쌓아 올린 근간이 흔들리고 기존 종사자들의 노력이 허탈해질 수 있기 때문에 업계에서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욱이 하이브와 같은 초대형 엔터사가 장기간 분쟁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대응과 지지부진한 모습은 중소기획사들 입장에서도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K팝의 위상이 흔들리지 않도록, 올바른 결과와 그에 따른 책임감 있는 모습을 기대한다."
◆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 산업은 붕괴한다." (베테랑 홍보 담당자)
"하이브와 민희진의 갈등이 어느덧 뉴진스와 어도어로 변질됐다. 결국 아티스트가 전면에 나서게 된 상황이 씁쓸하다. 우리만의 새로운 길을 걷겠다는 이들을 마냥 응원하긴 쉽지 않을 것 같다. 지금의 K팝 산업을 쌓아 올린 제도와 절차는 지켜져야 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바탕 위에 다시 쌓아야 한다. 기본적인 것이 지켜지지 않는 한 산업은 붕괴한다. 너무 불안하고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 "매니지먼트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일들이 계속돼." (연예기획사 매니지먼트 본부장)
"2024년은 K팝 역사상 손에 꼽을 만큼 부정적 사건이 많았던 해라고 본다. 급속한 K팝 산업 발전과 성과, 영향력 등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많았는데 이에 부합하듯 그동안 쌓아 올린 공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만한 사건들이 많았다. 전세계에서 바라보는 K팝 업계에 대한 관심과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본인의 이익과 이슈몰이에만 혈안이 돼 세대와 성별을 갈라치고 갈등을 조장해 시장을 파괴한 이들 때문에 어려운 해였다."
"그동안 돈과 관련된 전속계약 분쟁이 주를 이뤘다면 올해는 특이하게 아티스트의 감정으로 인한 시시비비가 계속 발생하는데 업계의 입장에서 보면 큰 위험 요소다. 더 이상의 매니지먼트 사업을 지속해 나가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한편, 하이브와 민희진의 갈등은 지난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하이브는 민희진과 어도어 경영진 등이 경영권을 찬탈해 독자 행보를 시도했다며 감사에 착수했다. 이와 함께 하이브는 이들을 상대로 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민희진은 하이브의 또 다른 레이블 빌리프랩 소속 걸그룹 아일릿에게 '뉴진스 카피' 문제를 제기하자 해임 절차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 경영권 탈취 의혹에 대해선 전면 부인했다.
결국 민희진은 직접 나섰다. 민희진의 줄무늬 티셔츠와 모자, 내뱉는 단어 하나하나 '밈'(meme)이 된 그 기자회견 말이다. 이 자리에서 민희진은 뉴진스 멤버들을 향한 애틋함에 눈물을 흘리다가도 하이브 경영진들에 불만을 토로할 때면 'X저씨들', '양아치', '시XXX' 거침없는 비속어를 던지며 전무후무한 기자회견을 만들어냈다.
당시 민희진은 하이브의 임시주주총회의결권 행사를 막아달라며 낸 가처분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되며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사내 성희롱 은폐, 주술 경영, 뉴진스 멤버 빼돌리기 등 의혹이 연달아 불거지며 논란이 됐다. 민희진은 하이브가 고의로 부정적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고 반박, 결국 양측의 갈등은 '맞고소'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 가운데 민희진의 대표직 해임을 꾸준히 요구해 왔던 하이브는 지난 8월 이사회를 통해 민희진을 해임하고 김주영 어도어 사내이사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어도어는 민희진이 사내이사직을 유지하며 뉴진스의 프로듀싱도 그대로 이어간다고 밝혔으나, 민희진은 "일방적인 회사 측 통보"라고 맞섰다. 이번엔 뉴진스 멤버들이 목소리를 냈다. 뉴진스 5인은 지난 9월 라이브 방송을 켜고 민희진의 대표직 복귀를 요구했다. 뉴진스의 등판에도 유의미한 성과가 나오지 않은 가운데, 민희진은 지난 돌연 어도어 사내이사에서 사임했다. 이후 뉴진스는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어도어와 작별을 고했다.
익명을 요구한 가요계 관계자는 "업계가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됨에 따라 많은 분쟁과 예상치 못한 일들이 계속되는 것 같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경험은, 성장통이 돼 (K팝 시장을) 더 단단하게 만들 것이다.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본다"고 전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한국온라인사진기자협회, 어도어
장인영 기자 inzero6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