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광주, 유준상 기자) 서스펜디드 경기 재개 이후 무사 1·2루의 위기를 극복한 KIA 타이거즈가 값진 승리를 거뒀다.
이범호 감독이 이끄는 KIA는 23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1차전 서스펜디드 경기에서 삼성 라이온즈에 5-1로 승리하면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마운드에서는 선발투수 제임스 네일이 5이닝 4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6탈삼진 1실점으로 팀의 기대에 부응했고, 장현식(1사사구)-전상현(1⅔이닝 무피안타 1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곽도규(1⅓이닝 무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정해영(1이닝 무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으로 이어진 불펜이 무실점 릴레이를 펼치면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한 전상현은 1차전 데일리 MVP를 수상했다.
타선은 경기 내내 답답한 흐름을 이어가다가 7회말 상대의 폭투로만 2점을 얻었고, 소크라테스 브리토와 김도영의 1타점 적시타로 빅이닝을 완성했다. 8회말 김태군의 1타점으로 확실하게 승기를 굳힌 KIA는 4점 차 승리로 1차전을 마무리했다.
정규시즌을 1위로 마무리한 KIA는 3주간 재정비의 시간을 가진 뒤 한국시리즈에 돌입했다. 체력 회복과 컨디션 관리, 실전 감각 점검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후반기에 부상으로 이탈했던 '에이스' 네일까지 복귀 준비를 마쳤다.
오랜 휴식이 독이 됐을까, KIA는 1차전 중반까지 뜻대로 경기를 풀어가지 못했다. 네일이 5이닝 동안 실점 없이 순항을 이어가면서 삼성 타선을 봉쇄했지만, 삼성 선발 원태인을 만난 KIA 타선은 5회말까지 침묵으로 일관했다.
결국 6회초에 0의 균형이 깨졌다. 선두타자 김헌곤이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아치를 그리면서 삼성에 첫 득점을 안겼다. 두 팀의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변수가 등장했다. 경기 전부터 내리던 비가 계속 쏟아졌고, 6회초 이후 비의 양이 더 많아졌다. 결국 심판진은 6회초 무사 1·2루 김영웅의 타석에서 경기를 중단했고, 40분 이상 기다린 끝에 KBO리그 포스트시즌 역사상 첫 서스펜디드 경기를 선언했다.
22일에도 약하게 비가 내렸고, 그라운드 정비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오후에 비 예보가 있는 점도 변수였다. 결국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우천 순연을 결정했고, 비 예보가 없는 23일에 1차전 서스펜디드 경기, 2차전 경기를 진행하기로 했다.
위기 상황 이후 이틀간 고민을 거듭한 KIA는 23일 경기 재개와 함께 투수를 교체했다. KIA의 선택은 전상현이었다. 김영웅은 번트를 시도했다. 결과는 2루주자 르윈 디아즈의 3루 포스아웃. 포수 김태군이 빠르게 3루로 공을 던져 아웃카운트를 만들었다.
전상현은 후속타자 박병호에게 삼진을 이끌어내면서 아웃카운트를 하나 늘렸다. 2사 1·2루에서 윤정빈을 볼넷으로 내보냈으나 2사 만루에서 이재현에게 투수 땅볼을 이끌어내며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KIA가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짓긴 했지만, 분위기는 바로 바귀지 않았다. 실점을 최소화한 KIA는 6회말 좌완 이승현을 상대로 득점 없이 마감했다. 선두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에 이어 김도영이 삼진으로 물러났고, 최형우의 사구 이후 2사 1루에서 나성범이 삼진을 당했다.
특히 KIA는 이틀 전에 이어 계속 수비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7회초 선두타자 류지혁의 땅볼 때 타구가 투수 전상현의 글러브에 굴절된 이후 유격수 박찬호가 송구 실책을 범했다. 이어진 김지찬의 번트에서는 투수 전상현과 1루수 서건창이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전상현이 힘겹게 1루로 공을 던져 아웃카운트를 만들었지만, 다시 한 번 실책이 나올 뻔했다.
그러나 전상현은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김헌곤을 삼진 처리했고, 2사 2루에서 올라온 곽도규가 디아즈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실점을 막았다. 여전히 두 팀은 1점 차의 거리를 유지했다.
KIA에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건 7회말이었다. 김선빈의 볼넷과 최원준의 안타, 김태군의 희생번트 이후 1사 2·3루에서 서건창이 1루수 뜬공에 그쳤지만, 2사 2·3루에서 박찬호의 볼넷 때 임창민이 폭투를 범하면서 3루주자 김선빈이 홈으로 들어왔다. 21일 경기 개시 이후 이틀 만에 첫 득점이 나왔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2사 1·3루에서 임창민이 다시 폭투를 기록하면서 3루주자 최원준이 홈을 밟았다. 이어진 2사 2루에서는 소크라테스가 우전 안타로 2루주자 박찬호를 홈으로 불러들이면서 3-1로 달아났다. 직전 타석까지 안타를 뽑지 못했던 김도영까지 1타점 적시타를 터트렸다.
3점 차로 격차를 벌린 KIA는 8회초 곽도규의 무실점 투구로 승리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8회말 2사 1루에서 김태군이 좌중간 2루타로 1루주자 최원준을 홈으로 안내하면서 홈 팬들을 열광케 했고, 9회초 마운드에 오른 정해영이 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면서 '2박3일'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경기 후 이범호 감독은 "불펜 투수 중에서 전상현이 가장 구위가 좋다고 판단했다. 투수코치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오늘 경기의 최대 승부처로 봤기 때문에 정공법을 택했다. (전)상현이가 감독의 기대대로 위기를 잘 막아줬다"며 "타자들이 역전에 성공하면서 좀 더 부담을 덜고 타격에 임하다 보니 타구의 질도 좋았고, 추가점을 올린 것 같다. 이 타격감이 2차전에도 이어지길 바란다"고 총평했다.
이어 "김태군이 공격과 수비에서 정말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타석에서는 귀중한 의생번트를 성공했고, 8회말에는 쐐기 타점도 올리면서 팀 승리에 큰 힘이 됐다. 위기 때는 마운드에 올라가 흐름을 끊는 역할도 잘해줬다"고 덧붙였다.
KIA는 1차전 승리로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2차전에 임할 수 있게 됐다. KIA 2차전 라인업은 박찬호(유격수)-소크라테스(좌익수)-김도영(3루수)-최형우(지명타자)-나성범(우익수)-김선빈(2루수)-이우성(1루수)-김태군(포수)-최원준(중견수) 순이다.
'대투수' 양현종이 황동재와 선발 맞대결을 갖는다. 올해 양현종의 정규시즌 성적은 29경기 171⅓이닝 11승 5패 평균자책점 4.10으로, 삼성전 상대전적은 5경기 26⅓이닝 평균자책점 5.13이다.
이 감독은 "1차전 승리로 선수들이 조금은 흥분할 수 있는데, 다시금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1차전은 없었다는 마음으로 2차전에도 전력을 다하겠다"고 승리를 다짐했다.
한편 두 팀의 한국시리즈 2차전은 오후 6시 30분에 개최된다. KBO 관계자는 "1차전이 오후 5시 28분에 종료됐기 때문에 2차전은 오후 6시 30분에 개시된다"고 설명했다.
사진=광주, 김한준 기자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