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한국 축구가 또 하나의 경사를 맞았다.
유럽 5대 리그 중 하나로 꼽히는 스페인 라리가에 18세 공격형 미드필더 김민수가 데뷔를 했다.
그의 소속팀 지로나를 이끄는 마첼 산체스 감독은 김민수의 재능을 높게 사며 다음 라리가 경기에서도 그를 데려가겠다고 밝혔다. 이강인의 뒤를 이어 또 하나의 라리가 한국인 성공 스토리가 만들어질 지 관심을 모으게 됐다.
2006년생 공격수 김민수가 한국인으로는 8번째로 라리가 무대에 '깜짝 데뷔'했다.
김민수는 20일(한국시간) 스페인 지로나의 무니시팔 데 몬틸리비에서 열린 레알 소시에다드와의 2024-2025 라리가 10라운드 홈 경기에서 지로나가 0-1로 끌려가던 후반 27분 교체로 그라운드에 투입돼 경기가 끝날 때까지 뛰었다.
지난시즌 라리가 4위를 차지하며 이번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무대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던 지로나는 이번 시즌엔 다소 고전 중이다. 지로나는 전반 44분 상대팀 미켈 오야르사발에게 허용한 득점을 만회하지 못하고 0-1로 패했다.
이번 시즌 3승 3무 4패(승점 12)로 20개 구단 중 13위에 자리잡았다.
지로나는 패했지만 지난 2022년 꿈을 품고 지로나에 입단한 김민수에겐 잊을 수 없는 하루가 됐다. 지난해 여름, 올 여름 연달아 지로나 프리시즌 일정에 동행했던 그는 이후 2군팀인 뛰다가 이번 레알 소시에다드전을 앞두고 부상자가 발생하자 1군 '콜업' 대상이 됐다.
당초 1군과 함께 훈련하다가 출전 명단엔 들지 못할 거라는 관측이 있었으나 산체스 감독은 김민수를 교체 명단에 넣더니 후반 중반 그라운드에 집어넣어 라리가 데뷔전을 치르게 하고 그의 장래성을 인정했다.
이로써 김민수는 이천수(레알 소시에다드), 이호진(라싱 산탄데르), 박주영(셀타 비고), 김영규(알메리아), 이강인(발렌시아), 백승호(지로나), 기성용(마요르카)에 이어 한국인 선수로는 8번째로 라리가 무대에 서는 역사를 썼다.
오른쪽 날개로 투입된 김민수는 슈팅을 시도하지는 못했지만 11차례 볼 터치와 함께 6차례 패스에 성공하고 두 차례 볼 경합에서 한 차례를 이겨냈다.
소파스코어는 후반 추가시간을 포함해 23분 정도 뛴 김민수에게 평점 6.5로 그리 좋은 점수를 주지는 않았다.
다만 미첼 감독의 평가는 나쁘지 않아서 김민수를 계속 1군과 동행하게 하며 기회 더 줄 것임을 시사했다.
스페인 유력지 마르카에 따르면 미첼 감독은 이날 경기 직후 "김민수는 우리와 두 번의 프리시즌을 치렀고, 에너지와 능력을 가지고 있다"며 "슛 능력이 있어 우리가 많은 기대를 갖고 있다"고 호평했다.
미첼 감독은 이어 "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엔 출전할 수 없지만 돌아오는 토요일 라리가 경기에선 그에게 기대를 하고 있다. 그를 스쿼드에 집어넣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지로나는 오는 23일 홈에서 슬로바키아 구단인 슬로반 브라티슬라바와 챔피언스리그 리그 페이즈 3차전을 치른다. 앞서 프랑스 최고 명문 파리 생제르맹, 네덜란드 유력 구단 페예노르트에 연속으로 패해 리그 페이즈 참가 36개팀 중 상위 24팀에 주어지는 16강 직행 혹은 플레이오프 티켓 따내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브라티슬라바 정도는 이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김민수는 등록 문제로 브라티슬라바전엔 뛸 수 없고, 26일 라스 팔마스 원정 경기 출전이 가능할 거라는 데 미첼 감독의 생각이다. 지로나가 챔피언스리그와 라리가를 동시에 소화하다보니 김민수에게도 기회의 문이 계속 열릴 가능성이 크다.
지로나는 김민수를 '지로나의 진주'로 부르며 애지중지 키우고 있다. 그는 경기도 광주에 있는 선동초, 광주초를 거쳐 어린 시절 스페인에 넘어간 뒤 해외 생활을 시작했다. 2020년 CE 메르칸틸, CF 담을 거친 뒤 지로나에 2년 전 입성했고 마침내 18살 나이에 라리가 데뷔전을 치렀다.
17세 10개월 만에 라리가 공식전을 누빈 이강인, 18세 7개월 만에 라리가 무대에 선 김영규에 이어 한국인 역대 3번째 최연소 데뷔 기록도 썼다.
사진=연합뉴스 / 지로나 / 김민수 SNS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