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요르단 암만, 김환 기자) 현재 한국 축구의 국제적 위상은 어떻길래 이런 질문이 나온 걸까.
월드컵 본선으로 향하는 중요 관문인 3차 예선 1~2위 맞대결 하루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지 언론으로부터 한국 축구의 부패를 묻는 질문이 나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축구대표팀 사령탑 홍명보 감독과 부주장 이재성은 물론 기자회견장에 있던 모든 한국인들을 당황하게 만든 질문이었다. 한편으로는 한국 축구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현실을 8000여km 멀리 떨어진 요르단에서도 알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다.
10일(한국시간) 오후 11시 요르단 수도 암만에 위치한 암만 국제경기장에서 열리는 한국과 요르단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을 하루 앞둔 9일, 요르단 대표팀이 묵고 있는 암만 소재 한 호텔에서 공식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홈팀 요르단에 이어 원정팀 한국의 기자회견이 한창이던 도중 한국 축구의 부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이 홍명보 감독에게 날아왔다.
통역의 입에서 나온 말은 '부패(Corruption)'였다. 경기와 전혀 관계 없는 예상치 못한 질문에 아랍어를 통역하던 요르단 통역은 물론 한국 측 통역, 그리고 영어를 알아들은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과 취재진이 모두 당황하는 순간이었다.
해당 질문을 한 요르단 언론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알아챈 사람들은 모두 헛웃음을 쳤다.
입가에는 미소가 있었지만 기자회견장에 있던 한국인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눈치챈 요르단축구협회 관계자들과 통역을 맡은 남자는 한국 취재진에게 다가와 사과를 건넸다.
홍명보 감독은 요르단 언론이 던진 미끼를 물지 않았다. 그는 "그건 경기 외적인 이야기다. 중요한 건 우리가 내일 치러야 하는 경기"라며 "나는 감독으로 내 역할을 정확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해당 질문은 이번 경기와 관계가 없을 뿐, 정곡을 찌르는 질문으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했다. 그만큼 한국 축구가 현재 전례 없는 수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실들을 모두 파악한 듯 했다. 기자회견장에 한국 축구를 대표해 나온 인물이 홍명보 감독과 이재성이었던 것이지, 사실 요르단 기자가 한국 축구 전체에 던지는 질문이나 다름없었다.
한국 축구는 현재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과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 벌어진 정몽규 회장과 대한축구협회 수뇌부의 행정 헛발질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 말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 그리고 홍명보 대표팀 감독 등 핵심 3인이 모두 국회에 출석해 국회의원들에게 호통을 듣기도 했다.
글로벌 시대에 남의 나라 사정을 파악하는 건 일도 아니다. 우리는 각국 언론과 포털 사이트인 구글로 조금만 검색하면 당장 지구 반대편에서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2024년에 살고 있다.
요르단 언론이 현재 한국 축구대표팀이 외풍에 치이고 있다는 걸 아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오히려 요르단 언론 입장에서는 경기를 앞두고 상대를 흔들 수 있는 좋은 먹잇감이 던져진 셈이다.
최근 전적도 좋은 데다, 한국 축구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점은 요르단에 자신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경기 이틀 전부터 "조르단(요르단) 투(2), 코리아 제로(0)"라며 조롱 섞인 농담을 던지는 요르단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사진=연합뉴스/요르단 암만, 김환 기자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