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에서 열린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1차전, 경기 전 마이크 쉴트 샌디에이고 감독이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FP 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경기 내용 못지않게 사령탑들의 신경전도 관심을 받고 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마이크 쉴트 감독과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이야기다.
신경전의 시작점이 된 건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 샌디에이고와 다저스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5전3선승제) 2차전이었다.
두 팀이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1회말 1사에서 샌디에이고 좌익수 주릭슨 프로파가 무키 베츠의 홈런성 타구를 점프 캐치로 건져낸 뒤 관중석을 바라보며 세리머니를 펼쳤다.
6회초 무사에서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다저스 선발 잭 플래허티의 투구에 맞으면서 긴장감이 고조됐다. 이닝이 끝난 뒤에도 타티스 주니어와 플래허티의 설전이 계속 이어졌다.
팬들도 분노했다. 7회말을 앞두고 일부 다저스 팬들이 그라운드로 캔과 야구공 등을 던졌다. 그러면서 경기가 약 10분 동안 중단됐다. 팬들의 행동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프로파는 강하게 불만을 드러냈고, 팀 동료들은 프로파를 진정시켰다. 경기장에는 팬들에게 물건을 던지지 말 것을 요청하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2차전 경기, 7회말 다저스 홈팬들이 샌디에이고 좌익수 주릭슨 프로파에게 야유를 보내고 있다. AFP 연합뉴스
경기 종료 이후 당시 상황을 복기한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다저스타디움에서 1000경기 이상 봤지만, 이런 경기를 본 적은 없었다. 당연히 많은 감정들이 존재하겠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선 절대 안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경기는 샌디에이고의 10-2 승리로 막을 내렸으나 두 팀의 신경전은 계속됐다. 플래허티는 "첫 번째는 팬들이 절대 관여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선수들에게 무언가를 던져선 안 된다. 1회초에는 한가운데로 공을 던졌다. 타티스 주니어를 맞힐 이유가 없다. (공이) 머리 근처로 간 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없었다"며 타티스 주니어에게 고의로 사구를 던진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마차도는 "(플래허티가) 최고의 타자를 아웃으로 잡아야 하지 않나. 맞히려고 하면 안 된다. 우리는 오타니 쇼헤이를 맞히려고 하지 않았다. 우리 선수를 그렇게 맞힐 수는 없다"고 이야기했다. 마차도가 다저스 더그아웃 쪽으로 공을 던졌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플래허티의 지적에 대해서는 "난 항상 더그아웃으로 공을 던진다"고 반박했다.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3차전 경기,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이 5회말 마운드를 방문한 뒤 더그아웃으로 돌아가고 있다. AFP 연합뉴스
다저스는 경기가 없었던 8일에도 샌디에이고와의 신경전을 이어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로버츠 감독은 "그때는 보지 못했으나 영상을 통해서 마차도가 공을 던진 걸 봤다. 불안했다"며 "그물이 있어서 공에 맞지 않았지만, 나를 향해 (공을 던진 게) 의도된 행동이었다면 꽤 무례한 일"이라고 이야기했다.
쉴트 감독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9일 디비전시리즈 3차전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난 쉴트 감독은 "선수들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하고, 경기 중에는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며 "의도는 없었다. 마차도는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으며, (정규시즌 중에 보여준) 삼중살에서 그걸 증명했다고 생각한다"고 마차도를 감쌌다.
이어 "과거에 내가 관리한 선수를 폄하하지 않고, 또 앞으로도 그렇게 행동하지 않을 것이다. 팀 전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런 방식으로 팀을 운영하고 싶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3차전 경기, 샌디에이고가 다저스를 6:5로 제압하고 시리즈 전적 2승1패를 만들었다. 경기 종료 후 샌디에이고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AFP 연합뉴스
양 팀 사령탑의 신경전에 경기장 분위기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9일 경기에서 펫코파크를 채운 4만7774명의 관중은 경기 내내 'Beat LA'를 외치며 승리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고,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결과적으로 홈 팬들의 응원이 승리로 이어졌다. 1회초 무키 베츠의 선제 솔로포가 터졌으나 샌디에이고는 2회말에만 대거 6점을 뽑아내면서 승부를 뒤집었다. 3회초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만루포로 6-5까지 쫓겼지만, 마지막까지 추가 실점 없이 1점 차 리드를 지키면서 6-5로 승리했다. 미국 매체 'USA투데이'는 "샌디에이고가 팬들의 성원에 응답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선발투수 마이클 킹이 5이닝 5피안타(2피홈런) 1볼넷 3탈삼진으로 고전했으나 불펜투수들이 힘을 합쳐 다저스의 추격을 저지했다. 제레미아 에스트라다(1이닝 무실점)를 시작으로 제이슨 아담(1이닝 무실점), 태너 스콧(⅔이닝 무실점), 로버트 수아레즈(1⅓이닝 무실점)가 무실점 릴레이를 펼쳤다.
한편 시리즈 전적 2승1패를 만든 샌디에이고는 10일 4차전에서 승리하면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7전4선승제) 진출을 확정한다. 샌디에이고의 4차전 선발투수는 딜런 시즈다.
사진=AFP/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