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지난달 30일 토트넘 홋스퍼와의 홈 경기에서 0-3으로 참패했다.
전반 3분 상대 센터백 미키 판더펜에 빠른 역습을 허용, 쇄도해 들어가던 원정팀 공격수 브레넌 존슨에 선제골을 내주면서 경기를 끌려갔지만 전반 42분 핵심 공격 자원 브루누 페르난데스가 다이렉트 퇴장을 받은 것이 결정타였다.
페르난데스는 맨유에서 제로톱 최전방 공격수까지 볼 만큼 다재다능하고 충성심이 깊다. 이번 시즌부터는 주장 완장까지 차고 있다.
그런데 이 때 페르난데스에 내려진 퇴장 판정이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다. 레드카드가 취소됐다.
맨유 구단은 2일 홈페이지를 통해 "페르난데스는 토트넘 홋스퍼와의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심판 태클로 퇴장당했다"며 "페르난데스는 애스턴 빌라, 브렌트퍼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의 리그 경기에 결장할 예정이었지만, 성공적인 항소 이후 선발 출전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다이렉트 퇴장에 대해선 3경기 출전 정지 처분이 내려져 맨유 입장에선 날벼락 맞은 상황이었으나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페르난데스는 맨유 공격수들이 부진할 경우 가짜 9번 전술에서 스트라이커를 뛸 만큼 공격 전방위 포지션을 볼 수 있는 핵심 자원이어서 그의 징계 취소가 반가울 것으로 보인다.
페르난데스는 다음 경기부터 뛸 수 있게 됐다.
퇴장 당시 페르난데스는 토트넘 공격형 미드필더 매디슨과 볼 경합을 하다가 미끄러졌는데 공교롭게 그의 발이 매디슨의 정강이를 가격한 모양새가 됐다. 주심은 망설임 없이 레드카드를 꺼냈다. 별도의 비디오 판독도 이뤄지지 않았다.
반면 페르난데스는 매디슨을 가격한 것은 맞지만 잔디에 미끄러지면서 나온 자세였다며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강하게 항의했다.
재미있는 것은 반칙을 당한 매디슨도 경기 뒤 페르난데스에게 레드카드를 과했다는 지적을 한 것이다. 매디슨도 퇴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고 했다.
페르난데스가 레드카드를 받으면서 맨유는 엉망이 됐다. 급하게 19세 미드필더 코비 마이누를 불러들이고, 첼시에서 뛰다가 지난해 여름 입단한 메이슨 마운트를 집어넣어 공수 연결을 원활하게 하고 역습을 노리고자 했으나 한 번 무너진 전열이 정비되긴 어려웠다.
맨유는 후반 들어 데얀 쿨루세브스키, 도미니크 솔란케에 연속골을 내주고 0-3으로 참패했다.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다.
이날 경기 앞두고 전문가들은 맨유의 승리에 손을 들어줬다. 맨유 홈 경기인데다가 토트넘 간판 공격수 손흥민이 허벅지 뒷근육 부상으로 아예 결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트넘이 경기 초반 선제골을 넣었고 맨유는 간판 선수 퇴장과 함께 와르르 무너졌다.
페르난데스는 석연치 않은 퇴장 판정에도 경기 직후 동료들에게 미안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토트넘전 참패 뒤 "승부를 되돌리기 위해 맨유 선수들이 기울였던 모든 노력에 감사하고 미안하다"며 "하지만 (뒤집기는)불가능했다. 동료들이 보여준 노력과 캐릭터에 감동했다. 그걸로 만족한다"고 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퇴장이 잘못된 판정이었다고 항변했다.
그는 당시 "주심은 내게 분명 스터드(축구화 바닥)로 인한 접촉이 있었다고 말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난 스터드나 발로 접촉한 게 아니라 내 발목으로 접촉했습니다. 상대가 역습 상황이었으니까 옐로 카드를 줬다면 받아들였을 테지만 레드 카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결국 페르난데스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
페르난데스의 레드카드가 취소되면서 사령탑인 에릭 텐 하흐 감독도 한숨 돌리게 됐다. 이 경기 뒤 텐 하흐 감독의 경질 요청이 커진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진 것을 넘어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주장이 경기 도중 쫓겨나는 와중에 3골 차로 패했으니 맨유 팬들의 충격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쨌든 텐 하흐 감독 입장에선 팬들 앞에서 참패의 책임을 심판 탓이라고 어느 정도 돌릴 수 있게 됐다.
다만 페르난데스 퇴장 당시에도 0-1로 지고 있었기 때문에 패배가 전적으로 심판 때문이라고 하기도 뭣하다. 맨유 레전드 개리 네빌은 "퇴장 전에도 맨유 경기력이 형편 없었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맨유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