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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지금 봉황대기하고 있습니다"…'NO.38의 시즌 38홀드' 84년생 최고령 홀드왕, 오늘만 산다 [현장인터뷰]

기사입력 2024.09.30 01:33 / 기사수정 2024.09.30 01:33

SSG 베테랑 투수 노경은이 지난 28일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대전 한화전에서 6회 말 구원 등판해 1.2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38홀드 달성에 성공했다. 대전, 김근한 기자
SSG 베테랑 투수 노경은이 지난 28일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대전 한화전에서 6회 말 구원 등판해 1.2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38홀드 달성에 성공했다. 대전, 김근한 기자


(엑스포츠뉴스 대전, 김근한 기자) "제 등번호에서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결국 이뤘네요.“

SSG 랜더스 '최고령 홀드왕' 노경은이 자신의 등번호(38번)와 같은 숫자인 시즌 38홀드를 팀에 중요한 순간 달성했다. 올 시즌 SSG가 5위 타이브레이커 성사 직전까지 간 원동력 가운데 하나는 단연 노경은의 헌신적인 투구다. 노경은은 올 시즌 77경기 등판으로 리그에서 두산 베어스 투수 이병헌과 함께 가장 많은 등판을 소화했다. 그리고 올해 노경은에겐 여전히 마운드에 올라갈 날이 많이 남았다. 그는 오늘만 산다.

노경은은 지난 28일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 6회 말 구원 등판해 1.2이닝 28구 1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팀의 6-2 승리에 이바지했다. 

이날 SSG는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다. 같은 날 5위 KT 위즈가 시즌 최종전 승리를 거두면 SSG가 패할 경우 5강 진출에 실패하는 까닭이었다. 

'KK' 김광현이 선발 마운드에 오른 가운데 SSG는 1회 말 문현빈에게 선제 2타점 적시타를 맞고 끌려갔다. 하지만, SSG는 2회 초부터 4회 초까지 이닝당 1득점씩 기록하면서 3-2 역전에 성공했다. 5회 말까지 추가 실점 없이 안정감을 되찾은 김광현은 시즌 12승 요건을 충족했다. 

위기는 6회 말이었다. 김광현은 4-3으로 앞선 6회 말 1사 뒤 채은성에게 볼넷, 안치홍에게 우익선상 2루타를 맞고 1사 2, 3루 위기에 처했다. SSG 벤치는 곧장 노경은을 마운드에 올렸다. 노경은은 후속타자 이재원과 대타 하주석을 모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괴력을 발휘하며 기적적으로 실점을 막았다. 

SSG는 7회 초 정준재의 1타점 적시 2루타로 귀중한 추가 득점을 뽑았다. 노경은은 7회 말 마운드에도 올라 탈삼진 2개를 포함해 이닝을 매듭짓고 시즌 38홀드를 달성했다. 기세를 탄 SSG는 8회 초 박성한과 정준재의 연속 적시타로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SSG는 28일 경기 승리로 시즌 최종전인 30일 문학 키움 히어로즈전까지 5강 진출 희망을 이어갈 수 있다. SSG는 30일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10월 1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KT와 5위 결정 타이브레이커 경기를 치른다. 

결정적인 천금 홀드를 달성한 노경은은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나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하는 루틴이 있는데 시즌 막판까지 구위를 유지하고자 최근 무리하지 않고 컨디셔닝에만 집중했다. 그 덕분에 속구에 힘이 남아있었다. 오늘 등판 상황에서는 큰 거 한 방을 조심해야 했다. 그래서 깊숙한 코스로만 던지자고 생각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라고 전했다. 

이어 노경은은 "만루 상황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몸쪽으로 깊게 던진 게 좋은 효과를 봤다. 전반기 때 이런 상황에서 하도 많이 나가니까 후반기 때는 오히려 감흥이 없다(웃음). 그냥 하던 대로 한 타자 한 타자 집중해서 대결하려고 한다"면서도 "주변에서 물어볼 때 내 등번호로 홀드 숫자를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그런 부분에서는 개인적으로 뜻깊은 결과였다"라며 고갤 끄덕였다. 

SSG 베테랑 투수 노경은이 지난 28일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대전 한화전에서 6회 말 구원 등판해 1.2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38홀드 달성에 성공했다. 엑스포츠뉴스 DB
SSG 베테랑 투수 노경은이 지난 28일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대전 한화전에서 6회 말 구원 등판해 1.2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38홀드 달성에 성공했다. 엑스포츠뉴스 DB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8회말 SSG 노경은이 공을 힘차게 던지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8회말 SSG 노경은이 공을 힘차게 던지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1984년생인 노경은은 최고령 홀드왕(종전 2007년 LG 트윈스 류택현 당시 36세) 타이틀을 얻었다. 불혹의 나이에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등판 경기를 소화하기도 했다.

노경은은 "보이는 경기 숫자는 많아도 개인적으로 관리를 잘 받고 잘 쉬고 있기에 버겁다는 느낌은 한 번도 안 들었다. 부모님이 건강한 몸과 타고난 체력을 물려주신 덕분인 듯싶다"라며 "숫자와 기록이라는 게 쌓이니까 '몇 년 연속 기록을 세워 보자'라던가 내년 시즌을 위한 동기부여로 작용된다. 또 나이를 많이 먹어도 이런 기록을 달성할 수 있다는 걸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기도 하다. 나처럼 늦게 꽃을 필 수 있는 선수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라며 목소릴 높였다. 

노경은은 팀 마무리 투수로서 첫 풀타임 시즌을 훌륭하게 소화하는 후배 조병현을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노경은은 "어떻게 보면 든든한 (조)병현이가 뒤에 있으니까 내가 오히려 편안한 마음으로 던질 수 있다. 모든 경기에서 투구 컨디션이 좋을 수 없다. 그럴 때는 병현이와 함께 서로 의지하면서 경기를 풀어가야 한다. 병현이뿐만 아니라 (서)진용이와 (문)승원이까지 다같이 잘 던진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SSG는 30일 시즌 최종전 승리 뒤 10월 1일 5위 결정 타이브레이커 경기 성사를 노린다. 이를 통과한다면 단 1패라도 탈락하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임한다. 오늘만 바라보는 하루살이 인생을 당분간 계속 이어가야 한다. 

노경은은 "솔직히 상대(KT) 경기 결과는 의미 없다고 생각해 되도록 신경 안 쓰려고 했다. 어차피 우리가 이기는 수밖에 없다. 우리는 오늘만 봐야 하고, 내일이 없다. 불펜 투수들은 1회든 2회든 언제든 나갈 수 있단 생각으로 계속 준비하고 있다. 서로 농담으로 지금 우리는 봉황대기 대회를 하고 있다고 말하는데 그런 심정으로 경기에 임하는 것"이라며 "가을야구 결과는 이미 하늘에서 결정이 났다고 생각한다. 우리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되 하늘의 뜻을 따를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SSG 베테랑 투수 노경은이 자신의 등번호 38번과 같은 숫자인 시즌 38홀드를 달성했다. 엑스포츠뉴스 DB
SSG 베테랑 투수 노경은이 자신의 등번호 38번과 같은 숫자인 시즌 38홀드를 달성했다. 엑스포츠뉴스 DB


사진=대전, 김근한 기자/엑스포츠뉴스 DB

김근한 기자 forevertoss8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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