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나 혼자 산다'가 저출산 문제와 관련해 또 소환됐다.
25일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주재한 '일, 가정 양립 우수기업 성과 공유' 주제 4차 인구비상대책회의에서 "사랑이 넘치는 가정이 살기 좋은 출발점이라는 것을 모든 미디어 매체에서 다뤄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박민 KBS 사장을 향해 "방송의 역할이 제일 중요하다. 나 홀로 사는 게 마치 편하고 복 받은 것처럼 하는데, 사랑이 넘치는 가정이 살기 좋은 사회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영화, 드라마나 모든 미디어 매체에서 다뤄줘야 한다"며 "KBS에서 큰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런가 하면 "최근 출생아 수와 혼인 건수에서 출산율 반등의 희망이 보이고 있다. 어렵게 출산율 반등의 불씨를 살린 만큼 이제 민관이 더욱 힘을 모아 확실한 반전의 모멘텀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자율출퇴근제와 주4일 근무제 등을 도입한 기업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윤 대통령은 "일·가정 양립에 앞장서고 있는 우수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을 검토하고, 국세청 세무조사 유예와 같은 방안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를 저격(?)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이어졌다.
'나 혼자 산다' 외에도 싱글들의 일상을 다루는예능이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1인 가구 예능의 원조격이자 인기 예능인 만큼 '나 혼자 산다'가 가장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다.
'나 혼자 산다'는 지난해 12월에도 저출산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바 있다.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은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출생률 저하 문제와 관련해 방송사 프로그램 편성이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서정숙 의원은 "'나 혼자 산다', 불륜·사생아·가정파괴 드라마가 너무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따뜻하고 훈훈한 가족 드라마를 많이 개발해서 사회 분위기 조성에 방송사도 기여해달라"고 했다.
11주년을 맞은 '나 혼자 산다'는 1인 가구 스타들의 다채로운 무지개 라이프를 보여주는 싱글 라이프 트렌드 리더 프로그램이다. 2013년 3월 22일 첫 방송을 시작해 10년이 지난 지금도 꾸준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해 진행한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오랜 시간 동안 '나혼산'을 지켜온 '전회장' 전현무는 "초창기에는 혼자 사는 것 자체가 우울하고 짠한 느낌이었는데, 요즘엔 너무나 다양하게 1인 가구 라이프를 즐기는 시대가 되다보니 대중이 날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것 같다"라며 변화된 시선을 밝힌 바 있다.
또 "초창기에는 '결혼해야 하는데 어떡하니' 이런 정서가 강했다면, 지금은 혼자서 잘 사는 모습을 응원해주시고 포기하신 건지 결혼하라는 얘기를 안 하신다. 뉴스를 통해서 보는 것보다 프로그램을 통해 1인 가구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뀐 것을 크게 느낀다"고 밝히며 싱글 생활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을 전했다.
사실 저출산 문제는 미디어, 즉 '나 혼자 산다'의 책임만은 아니다. 턱없이 높은 집값과 물가를 비롯해 미혼 남녀의 성비 불균형, MZ세대들의 이성 및 결혼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이 큰 몫을 한다.
젊은 세대에서 결혼을 미루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시대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프로그램에 고스란히 담긴 것 뿐이다.
미디어의 역할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싱글들의 삶을 다뤘다는 이유로 공개 석상에서 또 저출생의 원인으로 지목당한 '나 혼자 산다' 측은 억울할 일이다.
사진= MBC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