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용감한 형사들4'이 아산 갱티고개 살인 사건을 다뤘다.
20일 방송한 티캐스트 E채널 ‘용감한 형사들4’에는 김도형 충남 아산경찰서 형사가 출연해 직접 발로 뛴 수사기를 공개했다.
김도형 형사는 2017년 6월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아산 갱티고개 살인 사건을 해결했다.
2002년 4월 충남 아산 갱티고개에서 시신이 발견됐다. 범인을 잡지 못해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었는데 15년만에 유력한 용의자가 붙잡혔다.
김도형 형사는 "처음 경찰이 되고 파출소에서 근무할 때 일어났다. 워낙 큰 사건이라서 지원도 나갔는데 미제로 남아 안타까웠다. 15년 뒤에 강력팀장으로 부임하면서 어쩌면 내가 다시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해 뛰어들었다"라고 말했다.
2002년 4월 18일 오전 7시 112로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등산로 나무에 사람 시신이 걸려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신고자는 등산객으로 갱티고개 정상 부근에 있는 시신을 목격하고 신고했다. 가파른 등산로가 아니었으며 범인이 남성이라면 숨진 상태에서 옮겨질 수도 있었다.
피해자는 여성으로 경사진 비탈길 나무 아래 허리가 반으로 접힌 채 발견됐다. 피해자가 입던 셔츠 목 부분이 피로 흥건히 젖어있고 얼굴도 피로 덮인 상태였다. 목의 3분의 2 가량이 날카로운 흉기로 잘려 있는 잔혹한 모습이었다.
피해자는 목이 졸리는 시점에 칼에 잘려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됐다. 얼굴에는 수개의 멍이 있었고 오른쪽 갈비뼈가 골절되고 간이 파열되는 등 심한 폭행을 당한 것으로 보였다. 범인은 피해자가 뒤늦게 살아있음을 알고 2차 공격을 가한 것이다.
피해자는 맨발이었으며 발바닥이 깨끗했다. 현장에서 피해자의 신발도 발견되지 않았다. 다른 곳에서 살해된 후 그곳에 유기된 것으로 추정됐다.
사망자는 갱티고개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번화가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던 46세의 여성이었다. 전날에도 새벽까지 일을 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가게 문을 닫고 4시간 만에 시신으로 발견된 것이다.
노래방에서 약 300m 떨어진 곳에서 피해자 차량이 발견됐다. 이곳은 피해자가 평소에도 주차를 하던 장소로 피해자는 그날 차를 운전하지 않았다. 집과 노래방은 범행 장소가 아니었다. 몸싸움의 흔적이나 루미놀 반응도 없었다.
하지만 피해자 차량 뒷자석에서 담배꽁초가 있었는데 담뱃재가 같이 발견됐다. 조수석 아래에는 피해자의 신발도 있었다. 안전벨트에서 한 방울보다 적은 혈흔이 나왔는데 담배꽁초와 DNA를 맞춰보니 같은 사람의 것으로 확인됐다. 지문은 나오지 않았으며 주위에는 CCTV와 목격자도 없었다.
범행 당일 아침부터 낮까지 피해자 카드에서 현금 195만 원이 인출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범인은 청주에서 무주까지 2시간 20분 동안 160km를 달려 8차례에 걸쳐 인출했다. 청주 A은행 CCTV에 포착된 범인은 170cm, 보통 체격을 가진 남성으로 추정됐다. 이를 바탕으로 수백명의 DNA를 대조했지만 일치하는 사람이 없었다.
경찰은 대전 톨게이트에서 회수된 62장의 통행권을 수거해 일일이 지문을 감식했다. 4장을 제외한 58장에서 신원 조회가 가능한 지문이 나왔지만 범인을 잡지 못했다.
10년 후인 2012년 통행권 네 장 중에 한 장에서 지문이 검출됐다. 기술의 발전으로 미궁의 4장 중 1장이 밝혀진 것이다. 이 지문은 40대 중반의 남성의 것으로 초동 수사 때 탐문 조사를 받은 사람이었다.
당시 피해자가 운영하던 노래방에서 단골손님의 명함들이 나왔는데 이 남성의 명함이 있었다. 범행 추정 시각에 노래방 인근에서 이 남성이 통화한 기록도 있었다. 그러나 뚜렷한 혐의점이 없어 용의선상에 오르지는 않았다.
2012년 수사팀에서 해당 남성을 재소환했지만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 남성이 조사 도중 피운 담배를 수거해 DNA를 맡겼지만 일치하지 않았다.
5년이 흘러 김도형 형사가 이 사건을 재검토했다. 고등학교를 청주에서 다녀 지리를 잘 아는 김도형 형사는 62장의 통행권 중 범인의 것을 찾아낼 것 같아 세밀하게 조사했다. 지문의 장본인은 2012년에 조사를 받았던 바로 그 40대 남성이었다. DNA가 불일치한 이유는 운전대만 잡은 공범이었기 때문이다.
이 남성은 미성년 당시 택시 기사를 상대로 강도를 저지른 바 있었다. 거주지는 갱티고개 인근이었다. 유력 용의자 김 씨(가명)는 그 사이 증발했다. 본인 명의로 된 휴대전화도 없고 등록된 주소지에서도 살지 않은 지 오래됐다.
마지막 전입 신고 기록에 있던 휴대전화 번호의 가입자는 여성이었다. 메신저를 등록한 결과 프로필에 김 씨의 본명이 떴다. 실시간 위치 추적을 한 결과 아산이었다.
범인은 최근 개업한 성인 오락실 단속을 나온 줄 알고 체포 현장에서 활짝 웃었지만 강도살인 혐의에 대한 영장을 보고 기겁했다. 범인은 자신이 시신 유기만 했다며 중국 국적의 불법체류자가 주범이라고 진술했다.
범인이 지목한 중국인 공범은 뜻밖에 가까운 곳에 있었다. 경기도에서 번듯한 회사에 다녔으며 결혼도 준비하고 있었다. 중국인은 기다리기라도 했듯 "형사님 이제 마음이 홀가분하네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DNA 조사 결과 피해자의 차에서 나온 DNA와 일치했고 범인을 잡게 됐다.
중국인 공범이 잡히면서 김 씨가 꼼짝을 못하게 됐다. 강도 제안과 강도 대상 물색, 흉기 준비 모두 김 씨의 짓이었다. 범인들은 강도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안정환은 "이런 짓을 하고 15년을 잘 먹고 잘 사는 것 아니냐"라며 어이없어했다. 김선영 역시 "그게 정말 화가 난다"라며 거들었다.
사진= E채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