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코칭스태프에 대한 선수들의 신뢰가 홍명보호를 초반 위기에서 구해내는 원동력이 될까.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첫 A매치 브레이크에서 1승 1무를 챙겨 한숨 돌린 가운데 태극전사들이 홍 감독 등 코칭스태프에 대한 믿음을 드러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축구팬과 여론은 물론 정치권까지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의 특혜 논란 등을 지적하고 있고, 오는 24일엔 홍 감독이 국회에 출석해달라는 요청까지 받은 가운데 정작 선수들은 사령탑의 리더십과 용병술 등에 동의해 나가는 모습이다.
홍명보호는 지난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팔레스타인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1차전 홈 경기에서 0-0으로 비겨 엄청난 야유를 받았다. 안 그래도 홍 감독 선임 반대 목소리가 커진 와중에 국제축구연맹(FIFA) 23위 한국이 96위 팔레스타인과 비겼으니 야유와 비판이 쏟아질 만했다.
다행히 10일 오만과의 원정 2차전에서 손흥민이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공격수 황희찬과 주민규가 각각 선제골과 쐐기골을 터트리면서 3-1 쾌승을 거둬 3~4차전 등 다음 항해를 기약할 수 있게 됐다.
주목할 만한 것은 태극전사들이 해외파와 국내파 가릴 것 없이 홍 감독 리더십에 긍정적인 반응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축구계에선 팔레스타인전 때 경기장을 지배한 야유와 무승부란 납득할 수 없는 결과가 오히려 선수단을 뭉치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도 분석한다.
선수들의 코멘트 하나하나는 홍명보호의 지난 2주간 항해를 설명한 단서이기도 하다.
특히 말 수가 적고 때로는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을 그냥 지나치는 파리 생제르맹(PSG) 이강인의 발언이 예사롭지 않다.
이강인은 5일 팔레스타인과의 홈 경기를 마친 뒤 믹스트존에 나타나 "우리 선수들은 100% 감독님을 믿고, 감독님을 따라야 되고"라고 운을 뗀 뒤 "충분히 감독님이 저희도 꼭 이기고 좋은 축구를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실 거라고 믿고 있고 저희는 100% 따를거다"라고 했다.
이어 "꼭 앞으로는 감독님과 함께 코칭스태프분들과 함께 좋은 축구,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하겠다"고 했다. 취재진 사이에선 형식적인 것 같으면서도 홍 감독에 대한 믿음을 넌지시 드러낸 이강인의 표현에 놀라는 분위기가 흘렀다. 특히 팔레스타인전 무승부로 코칭스태프가 가장 어려울 시기에 이강인이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였다.
오만 원정 기간엔 황희찬과 김민재 등 역시 한국이 낳은 특급 선수들의 발언이 시선을 끌었다.
황희찬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지난 시즌 12골을 터트리며 A급 공격수 반열에 올랐다. 김민재는 '레바뮌' 중 하나인 독일 최고 명문 바이에른 뮌헨에서 주전 센터백으로 활약하고 있다.
우선 김민재는 오만 원정 전 기자회견에서 홍 감독에 대한 장점을 전했다. "한국에서 가장 잘 하셨고, 대표팀에서도 오랜 경험을 갖고 계신 감독님과 이제 할 수 있어서 좋게 생각하고 있다"며 "감독님께서도 내게 조언해 주시는 부분들, 제가 부족한 부분들 피드백을 바로바로 해 주실 수 있기 때문에 좋게 생각하고 있다. 감독님이 말씀해 주시는 것들 잘 생각해서 이제 경기장에서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김민재 이전에 홍명보가 있었다는 말이 나올 만큼 한국 축구 센터백을 대표하는 두 사람이 공감하는 측면을 김민재가 거론한 것이다.
황희찬은 "감독님이 가운데 10번 자리에서 내가 뒷공간으로 많이 빠지고, (손)흥민이 형하고 또 (오)세훈이하고 같이 연결 플레이, (이)강인이, (황)인범이 이렇게 다 같이 연결 플레이를 많이 주문하셨다"면서 "뒤로 가는 부분, 포켓 위치에서 볼을 받아주면서 연결해주는 부분들을 많이 얘기해주셨다"며 벤치 주문대로 한 것이 좋은 결과로 연결됐음을 알렸다.
K리그 득점왕 출신으로 홍 감독과 울산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주민규가 "시간만 주어지면 좋은 내용과 결과가 모두 나올 것으로 본다"고 밝히는 등 국내파들의 홍 감독 신뢰도 적지 않다.
선수들이 감독에 대놓고 반기를 들 수 없는 게 현실이긴 하나 홍 감독 혹은 코칭스태프에 대해 구체적인 표현으로 좋은 평가를 하는 것은 요르단, 이라크 등 3차예선에서 가장 힘든 상대들과의 10월 2연전을 앞두고 긍정 신호다.
선수단의 단결, 그리고 9월 A매치에서 나타난 긍정 신호들이 3~4차전에서 홍명보호 업그레이드로 나타날지 지켜볼 일이다. 여전히 홍 감독 용병술에 대해 '손흥민 해줘 축구', '유럽파 의존 축구'라는 혹평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