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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축구협회 "손준호 승부조작 영구 제명 FIFA 통지"…대한축구협회에 알렸다

기사입력 2024.09.12 14:30 / 기사수정 2024.09.12 15:38



(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영구 제명' 중징계를 받은 손준호(수원FC)의 선수 생명이 끝날 위기에 놓였다. 중국축구협회가 국제축구연맹(FIFA)에 이를 알렸다고 통지했다. 

12일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축구협회는 지난 11일 대한축구협회에 보낸 공문에 "손준호에 대한 영구 제명 징계를 FIFA와 아시아축구연맹(AFC)에 보고했다. 향후 조치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FIFA가 징계위원회를 열어 중국축구협회의 징계 내용을 검토하고 각 회원국에 손준호의 징계 내용을 전달하면, 손준호는 어느 국가에서도 축구 선수로 뛸 수 없게 된다. 

중국축구협회는 지난 10일 "관계 법기관이 인정한 바에 의하면, 전 산둥 구단 선수 손준호가 부당 이득을 도모하기 위해 부정 거래, 축구 경기 조작, 불법 수익을 취하여 스포츠맨십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스포츠맨십을 상실했다"라고 징계 배경을 공개했다.



이어 "손준호는 축구와 관련한 모든 활동을 평생 금지한다. 모든 종사자가 이 사건을 거울로 삼고, 자신을 깨끗이 하고, 부당한 이익의 유혹을 단호히 배격하고, 공정한 경쟁의 경기장 환경을 수호하며, 각 회원협회와 축구단이 경종을 울리고 경고 교육과 관리 지도를 강화해 축구 업계의 좋은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촉진하기를 바란다"라며 '영구 제명' 징계를 내렸다. 

지난해 5월 손준호는 중국에서 귀국하려다 중국 랴오닝성 공안에 연행돼 구금됐다. 당시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최근 한국 국민 한 명이 '비(非)국가공작인원 수뢰죄' 혐의로 형사 구류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해 손준호의 구금 사실을 확인했다.

구금 당시 손준호 측은 손준호의 혐의가 승부조작이 아닌 뇌물 수수라고 주장했는데 중국 협회는 이와 달리 승부조작 혐의에 대해 징계를 내렸다.

10개월 간의 구금 생활이 끝나고 손준호는 중국 공안의 조사를 받다가 지난 3월 27일 귀국했다.



다만 손준호가 중국 당국으로부터 정확히 어떤 판단을 받아 석방된 것인지는 여전히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다. 

이후 손준호는 중국축구협회로부터 국제이적동의서(ITC)를 발급받고, 대한축구협회의 검토를 거쳐 K5리그 건륭FC에 등록하며 국내 무대로 복귀했다. 이후 친정팀인 전북 현대와 훈련하며 입단을 눈앞에 둔 것으로 보였으나 석연 찮은 이유로 결국 지난 6월 K리그1 수원FC 유니폼을 입으며 K리그에 돌아왔다.

당시에도 수원FC가 손준호를 영입하면서 큰 리스크를 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과거 포항 스틸러스에서 손준호를 지도했던 최순호 수원FC 단장은 "손준호를 향한 리스크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손준호를 품었다.

손준호가 K리그에 돌아와 정상적으로 활동하면서 그의 중국발 사법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된 듯 보였지만, 최근까지도 어떻게 해결됐는지 명확히 알려진 내용은 없었다.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손준호는 이번 9월 A매치 당시 대표팀에도 발탁될 수 있었지만,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감독은 그를 선택하지 않았다. 이 역시 그에 대한 의혹을 키우는 소재가 됐다.

지난달 8월 26일 명단 발표 기자회견 당시, 홍 감독은 손준호의 상황에 대해 "손준호 선수는 계속 지켜보고 있다"면서 "아직 (중국과 관련해) 명확하게 되어 있지 않는 부분이 있다. 중국축구협회 측에 문의해서 거쳐 가야 하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리스크가 있었다"고 했다.



손준호 측은 구금 당시부터 줄곧 '승부조작'이 아닌 '금품수수' 혐의를 주장해 왔기 때문에 귀국했을 당시 큰 문제 없이 축구 선수로 복귀해 활동을 이어가는 게 가능했다는 판단이었지만, 중국축구협회의 실제 징계 사유는 '승부조작'이었다. 

더불어 전 세계로 징계가 확대될 경우, 선수 생명이 위태로워진 손준호 측은 '승부조작'으로 징계가 내려진 것에 크게 반발하며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지난 11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손준호는 "승부조작에 가담한 적이 없다고 조사 과정에서 줄곧 얘기했다. (20만 위안은) 절대 그런 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산둥 시절 절친한 사이가 된 조선족 선수 진징다오(한국명 김경도)와 서로 필요할 때 돈을 내주고 선물도 사주는 등 여러 번 돈이 오갔었다. 20만 위안(약 3765만원)이 진징다오로부터 온 건 딱 한 차례다. 하지만 이렇게 큰 돈이 왜 왔는지 손준호는 기억하지 못했다. 특히 이 돈은 중국 공안이 승부조작 경기로 지목한 지난해 1월 산둥-상하이 하이강 경기 며칠 뒤 받았다.

손준호는 공안이 제대로 된 증거 없이 진징다오의 자백만으로 자신을 압박 수사했다며 "내가 그 친구(진징다오)와 위챗으로 경기 전에, 또는 문서 내용, 연락 내용 등이 공안의 증거로 단 하나도 없었다. 오직 내 (거짓) 자백만이 증거였다. 그건 사실대로 이야기하는 바다. 문제가 된 진징다오와 주고받은 20만 위안이 어떤 목적이었는지 모르겠다. 중국 돈으로 오가고 하니 큰돈이 오갔지만, 인지가 잘 안된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손준호는 "승부조작은 단 한 번도 인정하지 않았다. 말할 기회마다 승부조작은 절대 하지 않았다. 정말 당황했다. 내 이름을 발표 안 할 거로 생각했는데 나와서 정말 황당했다"라고 말했다. 

중국 공안 조사 초기 단계에서 아내와 아이들 등 가족을 거론해 협박 및 강압 수사가 진행됐고 손준호가 이에 어쩔 수 없이 공안이 내민 '최대 65만 위안(약 1억 2212만원) 뇌물 수수 혐의'를 거짓으로 자백했다. 

이후 손준호는 변호사를 통해 이를 번복하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다 올해 초 재판 진행 과정에서 중국 현지 판사와 고위 간부로 보이는 사람과의 협상을 거쳐 '금품수수' 죄목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한국으로 돌아온 상태다. 

하지만 손준호는 자신의 승부조작 의혹을 풀 핵심 근거인 산둥-상하이 하이강 경기 며칠 뒤 진징다오에 돈 받은 이유를 뚜렷하게 해명하지 못했다. 이에 국내 여론도 손준호의 중국 고생은 이해하면서도 의혹을 말끔하게 풀어달라는 요구 역시 같이 하는 상태다.

특정 국가 축구협회 승부조작 징계가 FIFA를 거쳐 전세계로 확대 적용된 사례는 지난 2012년 한국에도 있었다.



한국 축구계 2011년 K리그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됐던 전 국가대표 공격수 최성국이 대표적이다.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울산 현대 호랑이에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했던 최성국은 성남 일화 천마를 거쳐 수원 삼성에서 뛰고 있던 2011년 K리그 승부조작 사건의 중심에 섰다. 심지어 최성국은 승부조작에 가담한 걸 넘어 주변 선수들에게 승부조작을 권유하는 등 브로커 역할까지 한 것으로 밝혀져 팬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최성국은 이후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을 강조하면서도 해외 리그 진출을 준비했다. 당시 최성국은 규정의 허점을 이용, FIFA로부터 1년짜리 임시 이적 동의서를 발급받은 뒤 마케도니아 1부 구단 FK 라보트니츠키에서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입단을 위한 준비를 차곡차곡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성국 관련 보도를 접한 대한축구협회가 FIFA에 이를 알려 마땅한 조치를 주문했고, FIFA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한국에서 받은 징계가 해외에서도 유효하다고 결정했다. 아울러 이를 즉시 FIFA 홈페이지로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최성국은 전 세계 축구계에서 영구 제명됐으며 지금까지 축구 관련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대한축구협회가 이사회를 통해 최성국 등 당시 승부조작 관련자들에 대한 사면을 의결했으나 여론의 분노에 직면해 취소한 적이 있다.

손준호가 중국에서 받은 징계 역시 이런 식으로 전세계 확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FIFA가 중국축구협회 징계를 존중해 각국 협회에 전파하면 손준호는 지금 뛰고 있는 K리그1에서의 출전이 정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준호 측은 자신이 받은 돈 20만 위안은 승부조작과 관계 없다며 FIFA 항소, 더 나아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제소도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CAS에서 승소할 때까지는 CFA 통지를 거쳐 FIFA가 전파한 징계가 유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손준호 축구인생은 그야말로 바람 앞의 등불이 된 상황이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중국축구협회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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