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오만 무스카트, 나승우 기자) 지금껏 한국 축구를 못 살게 군 중국 주심 마닝이 한국-오만전서 손흥민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취소시키며 악연을 이어갔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0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오만 무스카트의 술탄 카부스 경기장에서 열린 오만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B조 2차전 원정 경기서 황희찬, 손흥민, 주민규의 골로 3-1 진땀승을 거뒀다.
2만8000여명의 오만 관중들이 엄청난 야유가 쏟아진 가운데 전반 10분 팽팽했던 흐름을 '돌격대장' 황희찬이 깨뜨렸다. 전반 10분 박스 밖 중앙에서 공을 잡은 황희찬이 기습적인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오만 골망을 갈랐다. 홍명보 감독의 선택이 적중했다.
하지만 전반 중반 이후 오만이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전반 막판으로 갈수록 더위에 지친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힘에 부친 모습을 보였다. 이를 틈 타 오만이 맹공을 펼쳤다.
결국 오만이 득점에 성공했다. 전반 추가시간 알사디의 프리킥이 문전 정승현의 머리를 스친 뒤 그대로 대표팀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 오만이 역습을 통해 추가골을 노렸고, 이강인이 이를 저지하려다가 옐로카드를 받으면서 1-1로 전반전이 종료됐다.
대표팀은 후반 10분 이강인의 반대전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페널티킥을 얻어내 앞서갈 기회를 잡았다. 손흥민이 먼저 볼을 소유했는데 상대 수비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손흥민이 직접 키커로 나서기 위해 공을 들고 박스 안으로 걸어갔다.
그러나 마닝 주심이 경기를 멈춰세웠다. 비디오판독실과 교신 끝에 비디오판독(VAR)을 하러 갔다. 거의 5분 가까이 확인했고, 오만 관중들은 페널티킥 선언을 취소하라며 소리를 질렀다. 확인을 끝낸 마닝 주심은 경기장 안으로 들어오면서 두 손을 교차시켰다. 페널티킥이 아니라고 앞선 판정을 번복한 것이다.
한국 축구와의 악연이 이어진 순간이었다.
마닝은 지난 1월 아시안컵 조별리그 첫 경기 한국-바레인 격돌에서 주심으로 나선 적이 있다.
해당 경기에서 태극전사들은 무려 5장의 경고를 받아 토너먼트 첫 경기부터 '옐로 트러블'에 빠졌는데 몇 개의 경고는 석연치 않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한국은 바레인전에서 전반 9분 만에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가 경고를 받았다.
이어 전반 13분 핵심 센터백 김민재가 옐로카드를 받았는데 이 카드는 결정적인 반칙도, 거친 반칙도 아니었는데 받았다는 점에서 경기 후에도 국내 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전반 28분엔 풀백 이기제가 바레인 선수를 손으로 살짝 밀었는데 역시 경고를 받았다.
전반 30분도 되질 않아 수비형 미드필더, 중앙 수비수, 측면 수비수가 옐로카드를 각각 하나씩 받다보니 위르겐 클린스만 전 대표팀 감독이 이끌던 한국 대표팀이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마닝은 후반 들어선 공격수들을 걸고 넘어졌다. 당시 경기 원톱이었던 조규성과 스타플레이어 손흥민이 옐로카드를 하나씩 받았다.
반면 바레인 선수들의 거친 반칙엔 관대했다. 전반 16분 바레인 선수가 손흥민을 태클로 쓰러트렸지만 아무 카드도 나오질 않았고, 이후 이강인의 돌파도 거의 고의적인 저지에 의해 차단됐으나 마닝은 눈 감았다.
한국이 이강인의 원맨쇼에 힘입어 3-1로 이겼기에 망정이지 비기거나 졌다면 마닝이 큰 논란이 될 뻔한 경기였다.
논란의 중심에 섰던 마닝은 이번엔 손흥민의 페널티킥을 취소시켰다. 이날도 역경을 이겨낸 손흥민의 결승포가 터지며 대표팀의 승리로 끝나긴 했지만 마닝과 한국 축구의 악연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