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혜진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백설공주' 변영주 감독이 작품에 한국의 어떤 한 사건을 차용한 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MBC 금토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극본 서주연, 연출 변영주, 이하 '백설공주')은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살인 전과자가 된 청년이 10년 후 그날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담은 역추적 범죄 스릴러 드라마. 반환점을 돌아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가운데, 연출을 맡은 변영주 감독이 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 카페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통해 여러 궁금증에 답했다.
작품은 넬레 노이하우스의 히트 소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원작이다. 또한 드라마 '구해줘 2'를 집필한 서주연 작가가 원작 소설을 각색해 대본을 집필했고, 특히 영화 '화차', '낮은 목소리' 등으로 독창적인 연출 세계를 구축해 온 변영주 감독의 첫 드라마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미스터리 스릴러'는 현재 대중이 선호하지 않는 장르임에도, '백설공주'는 변영주 감독의 첫 드라마가 됐다. 선택의 이유에 대해 "'화차' 만들면서 느꼈던 게 문학으로든 영상물로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만들어야 하는구나 느꼈다. 실제로도 저에게 코미디가 들어오진 않는다. 방송 나갔을 때 웃기는 애지 웃기는 걸 만드는 애는 아니다. 흔히 무거운 장르가 많이 들어오고 저 또한 즐긴다"며 "'더 밝은 걸 해볼까'가 아니라, 대중이 (이 장르를) 잘 버티게 해주는 장치가 뭐가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대중이 원하는 장르를 하겠다가 아니라 어떻게 견디게 할까 이 과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답답하지만 달콤함을 놓지 못해 계속 보게 된다며 '꿀고구마'라는 평을 얻기도. 끝에 올 한 방의 '사이다'를 위해 버텨야 할 이유를 묻자 그는 "저는 인간으로도 사이다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게 맛볼 때는 통쾌할지 몰라도 이 세상이 사이다로 해결되는 게 없다. 고구마가 있기에 세상이 달라지는 거라 믿고 있다"는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 변 감독은 "이 죄인들이 처벌받을 수 있을 것인가, 죄인들끼리는 단단한가, 자백으로 사건이 해결되는 게 재밌을까"라고 물음을 던진 뒤, "이건 건오(이가섭 분)가 해결하는 게 아니라 상철(고준)과 정우(변요한)가 해결해야 하는 사건이다. 해결이 안 나서 답답하지만, 새로운 실마리가 보일 때 '그걸 어떻게 해결할 건데'가 이 장르를 보게 하는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영화 연출을 하다 드라마를 처음 하게 된 변영주 감독은 어려운 부분도 가감 없이 털어놨다. 그는 "매화 엔딩을 쫄깃하게 못 끝냈다고 생각한다. 기능적인 공부가 필요하다. 이건 전혀 다른 방식의 이야기법이 필요한 매체구나 생각을 했다"고 솔직하고 냉정하게 분석했다.
이어 변 감독은 "처음 이 작품 합류했을 때 대본이 10부까지 있었다. 엔딩을 모르는 상태로 작품을 하는 게 쉬운 경험은 아니었다. 현장에서 대사를 바꾸는 건 괜찮지만, 뒤에 이게 큰 영향을 주게 되면 어떡하지? 싶어 밤 12시 넘어 작가님한테 전화해 이렇게 바꿀 건데 뒤에 영향이 없는지 묻기도 했다"며 "드라마는 교집합 같다. 2-3회 사이, 3-4회 사이 교집합이 있다. 드라마를 하며 그걸 계산하기가 가장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또한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실시간으로 반응이 오는 매체이기도. 그러나 변영주 감독은 피드백을 "안 봅니다"라고 단호히 밝혔다. 그는 "영화 때도 그랬다. 어떤 평론도 보지 않고, 오히려 내가 뭘 잘못했나를 빨리 깨닫는 게 좋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결과물을 보고 말씀하시는 건데, 저는 과정에서 제가 왜 그랬는지를 알지 않나. 그래서 먼저 제가 복기를 냉정하게 해내고 난 뒤에 한참 뒤에 (반응을) 본다. 이건 이것 때문이었겠구나, 칭찬받은 건 내가 이걸 잘했기 때문이야를 알고 봐야 그게 쌓여 그다음에 같은 이야기 안 들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백설공주'의 수많은 비평의 글들은 올 겨울이나 내년에 볼 것"이라고 해 웃음을 안겼다.
잘못을 판단하는 기준도 밝혔다. 그는 "제가 만족하고 있는가"를 꼽으면서, "나이가 들면서 좋아진 건, 누가 '이거 별론데' 할 때 남 탓을 안 하려는 버릇이 생겼다. 책임은 다 감독이 갖는 거다. 배우의 연기부터 편집이나 결과까지. 그래서 '감독님, 감독님'하며 현장에서 의자 주는 거라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또한 영화와 드라마의 부담감 차이는 없다고도 했다. 변 감독은 "영화나 드라마나 어찌 됐건 연출자로서 책임져야 하는 거다. 예를 들어 제가 시나리오를 썼느냐, 남이 썼느냐에서도 대본이 어떻다 하는 건 너무 치사하지 않나. 글이 영상으로 바뀌는 건 다 제 책임이다. 제가 최종적으로 모든 걸 책임지고 욕도 결론적으로 제가 먹는 것"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이내 그는 "칭찬이 있다면 그것도 제가 다 먹는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어 주위를 웃게 했다.
아쉬움이 남는 지점도 있다. 그는 "관계를 계단으로 만들었다. 이를테면 제일 위에 정치인이 있고 경찰서장이 있고 누가 있고 이런 식으로 그들 사이에서도 언제든 균열이 일어날 수 있게. 그들이 균열이 일어나야 세상이 바뀌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한국적인 상황으로 바꿨다"며 "(또) 이 마을이 얼마나 빤한가 반성도 있는 거다. (마을이 작고 서로 연결돼) 비밀이 있을 수 없는데 이런 엄청난 비밀이 있었다. 그렇게 엮었는데 너무 유장하게 해 버렸다. 잘 보이지 않아 제가 실패했다. 더 드러내거나, 적은 시간 안에 표현해야 하는데. 제가 드라마 속도감을 너무 몰랐다. 마을 전체가 '9시에 봤던 이 애가 저녁 6시에도 볼 수 있는 애다'를 티 내고 싶었는데 못한 것 같다"고 인물들이 끊임없이 겹쳐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음을 밝혔다.
마을 공동체가 범인이라는 점에서 밀양 사건이 연상된다는 반응도 있었다. 이에 대해 변 감독은 "지금 한국사회 어떤 권력을 가진 사람들과 거기에 종속돼 무언가 지푸라기 잡아먹고사는 많은 것을 염두에 두고 썼다"고 어떤 사건을 가져온 건 아니라고 답했다.
작품의 시청률은 첫 방송 대비 3배 이상 뛰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많은 고민으로 만든 '백설공주'를 통해 변 감독은 성공적 드마라 데뷔를 해낸 것. 다만, 상승세를 타고 있는 시청률과 별개로 변 감독은 이 작품이 "재방송도 보게 되는 드라마였으면"이라는 바람을 밝혔다. 그는 "'나 이거 봤는데' 하고도 다시 보실 수 있는 작품이면 좋겠고, 몇몇 배우들의 출세작으로 대표되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그게 저한테는 기쁜 일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③에서 계속)
사진=MBC
조혜진 기자 jinhyej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