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오만 무스카트, 나승우 기자) 홍명보호가 다소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오만에 입성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7일(한국시간) 수도 무스카트 국제공항을 통해 적지 오만에 입성했다.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한 대표팀은 카타르 도하를 거쳐 오만 땅을 밟았다. 무스카트 공항엔 대표팀 유니폼을 든 한국 축구팬과 오만 한인회까지 약 20여명의 팬들이 찾아 대표팀을 반갑게 맞이했다. 김기주 주오만 한국 대사와 김승일 오만한인회 회장도 나타났다.
다만 2차예선 중국, 태국, 싱가포르 원정 때 현지 축구팬들이 들어차 뜨거운 열기 속에 입국한 것과 비교하면 썰렁한 분위기 속에서 들어왔다.
골키퍼 송범근과 이재성이 맨 앞에 나섰다. '고교 신성' 양민혁이 뒤를 이었다. 이강인, 황희찬, 김민재가 차례로 나타났다. 홍 감독도 코칭스태프와 함께 선수단 버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팬들은 선수들과 홍 감독을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었고, 꽃다발도 선물했다. 한인회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환영합니다!'가 적힌 현수막을 흔들며 환영했다. 주장 손흥민은 가장 늦게 나타나 팬들에게 사인을 해준 후 떠났다.
대표팀은 오는 10일 오후 11시 오만 무스카트에 위치한 술탄 카부스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6위 오만과 2026 북중미(캐나다·미국·멕시코 공동개최)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B조 2차전 원정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한국과 오만 모두에 중요한 경기다. 대표팀은 지난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팔레스타인전을 0-0 무승부로 마쳤다. 확실히 잡았어야 할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그 것도 홈에서 승점3을 따내지 못하면서 첫 경기부터 위기에 직면했다.
자칫 이번 오만 원정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추후 일정을 고려했을 때 초반 기세가 크게 꺾여 월드컵 본선 진출에 빨간불이 켜질 가능성이 있다.
대표팀은 오는 10월 요르단 원정을 다녀온 후 홈에서 이라크를 상대한다. 11월에는 쿠웨이트, 팔레스타인과 중동 원정 2연전이 기다리고 있다. 반환점을 돌게 되는 11월 팔레스타인전까지 대부분이 원정 경기다. 여기서 최대한 승점을 잃지 말아야 한국 홈 경기가 3번이나 포함된 7~10차전에서 본선행을 확정지을 수 있다. 팔레스타인전에서 승리를 놓쳤기 때문에 오만 원정서 승점3이 중요한 이유다.
승리가 절실한 건 오만도 마찬가지다. 오만은 이라크에게 0-1로 패하면서 현재까지 B조에서 유일하게 승점을 얻지 못한 팀이 됐다. 대표팀을 상대로 승리하지 못하면 2연패가 돼 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한 희망이 일찌감치 사라지게 될 수 있다.
다만 오만 현지에서 월드컵 예선 경기를 앞둔 분위기는 느낄 수 없었다.
대표팀이 입국하는 순간도 지난 3월 태국, 6월 싱가포르 원정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태국, 싱가포르 원정 때는 인근 나라 팬들까지 몰려와 손흥민과 이강인 등 스타 플레이어들의 사인을 받으려고 인산인해를 이뤘지만 이날 무스카트 공항에 두 선수의 유니폼을 든 오만 팬들은 보이지 않았다.
무스카트는 홍 감독에겐 약속의 땅이다. 지난 2012년 2월 올림픽 축구대표팀(U-23 대표팀)을 이끌고 치른 2012 런던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오만 원정에서 3-0 완승을 거두고 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곳이기 때문이다. 홍 감독이 선수들에게 큰 헹가래를 받은 곳이기도 하다.
다만 한국 축구 입장에선 보기 드문 치욕을 당한 경기장이 바로 무스카트 술탄 카부스 종합운동장이다. 한국은 2002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달성한 이듬 해인 2003년 10월 열린 2004 아시안컵 예선 2라운드를 오만에서 치렀으나 1-3으로 충격패한 적이 있다. 한국은 같은 장소에서 베트남에도 지는 굴욕을 맛보고 본선행 좌절 위기에 놓였으나 네팔을 잡고 간신히 예선 통과한 기억을 갖고 있다.
이번엔 선임 논란과 팔레스타인전 부진에 따른 따가운 시선을 누그러트리기 위한 승리를 만들기 위해 오만에 왔다.
대표팀은 바로 숙소로 이동해 짐을 푼 뒤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후 6시(한국시간 7일 오후 11시) 알 시브 경기장에서 간단한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사진=오만 무스카트, 나승우 기자 / 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