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대한민국 '철기둥'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다가오는 오만 원정에서 팬심을 되찾을 수 있을까.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오는 10일(한국시간) 오후 11시 오만 무스카트에 위치한 술탄 카부스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오만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캐나다·미국·멕시코 공동개최)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B조 2차전 원정 경기를 치른다.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노리는 FIFA 랭킹 23위 한국은 3차예선에서 이라크(55위), 요르단(68위), 오만(76위), 팔레스타인(96위), 쿠웨이트(136위)와 함께 B조에 속했다.
C조에서 1~2위를 차지하는 팀은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고, 조 3~4위는 아시아 예선 플레이오프에 참가해 본선 진출팀을 결정한다. 함께 B조에 묶인 팀들 중 한국보다 강한 전력을 갖춘 팀이 없기에 팬들과 전문가들은 무난한 본선 진출을 전망했다.
그러나 홍명보호는 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 지난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팔레스타인과의 B조 1차전 홈경기에서 0-0 충격적인 무승부를 거뒀다.
이날 홍명보호는 김민재를 포함해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이강인(PSG), 황인범(페예노르트), 이재성(마인츠) 등 최정예 멤버들을 내세웠지만 골을 넣는데 실패했다.
한국의 공 점유율은 75%나 됐다. 슈팅 숫자도 16 대 10으로 팔레스타인보다 훨씬 더 많았지만 문제는 결정력이었다. 좋은 슈팅이 골키퍼 선방이나 골대에 막히는 불운이 따르긴 했지만, 이날 태극전사들은 득점 찬스를 골로 연결시키지 못하면서 안방에서 팔레스타인과 비기는 굴욕을 맛봤다.
비록 1차전을 비기긴 했지만 3차예선은 10차전까지 진행되므로 한국은 앞으로 9경기를 더 치러야 한다. 남은 일정에서 승점을 쌓으면 최소 조 2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지만, 한 수 아래로 생각했던 팔레스타인을 홈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하고 비기자 축구 팬들은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홍명보호는 다가오는 오만 원정 때 승리를 거둬 반등을 노리고 있다. 마침 오만은 B조 1차전에서 이라크에 0-1로 패하면서 분위기가 처진 상태이다.
그러나 역시 방심은 금물이다. 대표팀은 마지막 오만 원정에서 크게 혼쭐난 적이 있다. 2003년 10월 2004 아시안컵 예선서 후반에만 내리 3골을 내주며 1-3으로 패했다. 당시 패배는 '오만 쇼크'라는 아픈 기억으로 한국 축구사에 남았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1년 만에 한국 축구의 민낯이 드러났다. 움베르투 코엘류 당시 대표팀 감독이 조기 퇴진하는 결정적인 경기가 됐다.
특히 약체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결정력 부족을 드러내며 무득점에 그친 대표팀이 오만의 밀집수비를 어떻게 공략할지가 가장 큰 고민거리다. 또한 이라크를 상대로 보여줬던 오만의 날카로운 역습도 공수 전환 속도에 약점을 드러낸 대표팀에 충분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원정 경기인데다 오만이 날카로운 역습을 보여주면서 손흥민도, 이강인도 아닌 김민재가 오만과의 B조 2차전 키 플레이어로 떠올랐다.
독일 분데스리가 명문 바이에른 뮌헨에서 주전 센터백으로 뛰고 있는 김민재는 지난 팔레스타인과의 홈경기 때 선발로 출전해 김영권(울산HD)과 함께 센터백 라인을 책임졌다.
경기가 0-0 무승부로 끝나긴 했지만 김민재 스탯은 훌륭했다. 축구통계매체 '풋몹'에 따르면 이날 김민재는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는 동안 패스 성공률 90%(104/116), 롱패스 성공률 64%(7/11), 걷어내기 3회, 리커버리 2회, 공중볼 경합 승률 86%(6/7) 등을 기록했다.
독일 매체 '바이에른 스트라이크스'도 "김민재와 한국은 실망스러운 결과를 거뒀지만 그렇게 나쁘거나 중요하지는 않다"라며 "김민재는 90분을 뛰었고, 104개의 패스를 완료했다"라고 전했다.
그렇기에 김민재는 한국의 3차예선 첫 승 도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오만전 활약상으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응원하는 공식 서포터즈 '붉은악마'와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민재는 지난 팔레스타인전이 끝나고 관중석에 있던 붉은악마들과 대화를 나눴다. 팬들이 촬영한 영상에 따르면 그는 팬들에게 선수들을 위한 응원을 부탁했지만 졸전 후 무승부라는 결과에 팬들의 분노는 식지 않았고, 말을 마치고 돌아가는 김민재를 향해 야유를 하는 팬들도 있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 김민재는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다들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선수들에게 응원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다"라며 "사실 저희가 처음부터 못했던 건 아니지 않나. 지금 (경기를) 왜곡해서 내 SNS에 찾아와 그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처음부터 우리가 못하지는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표팀이) 못하기를 바라고 응원하시는 부분들이 아쉬워서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었다. 전혀 심각한 분위기는 아니었다"라며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이건 생각하기 나름이라 그렇게 받아들이는 분들은 그러시면 된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분위기가 좋지 않은 와중에도 팬분들이 오셔서 응원해주셨다. 선수들도 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라며 "내가 팬들을 찾아간 걸 안 좋게 생각하시는 분들은 그러셔도 된다. 하지만 공격적으로 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선수들이 잘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붉은악마는 6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입장문을 냈다. 붉은 악마는 "경기 종료 후 김민재 선수가 N석 쪽으로 와 '좋은 응원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라는 짧은 말을 남기고 돌아가고 선수와 관중 간의 설전은 없었습니다"라며 설전이 오간 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희의 야유와 항의는 거짓으로 일관하는 협회와 스스로 본인의 신념을 져버린 감독에 대한 항의와 야유입니다. 진정 선수들을 생각하고 대한민국 국민들을 생각한다면 협회는 이에 응답을 해야 할 것입니다"라며 경기장에서 했던 야유가 선수들이 아닌 대한축구협회와 홍명보 감독을 향한 야유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붉은악마가 탄생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선수들과 모든 순간들을 함께했고 어떠한 순간에도 ’못하길 바라고’ ‘지기를 바라고‘ 응원을 하진 않았습니다"라며 "간절히 승리를 바랐던 김민재 선수가 좋은 결과가 안 나온 아쉬움에 그리고 오해에 그런 일이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단, 표현의 방법과 장소는 매우 아쉽습니다"라며 김민재 반응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붉은악마, 오만 SNS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