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자-김도영 충돌→벤치 욕설 논란…"선수 안부 묻는 게 우선 아닐까" KIA 입 열다 [광주 현장]

(엑스포츠뉴스 광주, 유준상 기자)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이 최근 논란에 대해서 구단의 입장을 전했다.

이 감독은 7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리는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시즌 13차전을 앞두고 "이틀 정도 지난 시점에서 말씀드리는 게 죄송하기도 한데, 한화 측에서도 입장을 발표했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도 구단의 입장을 발표해야 하기 때문에 말씀드리게 됐다"며 "욕한 사실이 없다. 공식적으로, 또 비공식적으로 김도영 선수가 괜찮은지 안부를 묻는 게 우선이었으면 했다. 그게 우리 입장에서는 아쉬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문제의 상황이 발생한 건 지난 5일 광주에서 진행된 한화 이글스와 KIA의 맞대결이었다. 당시 두 팀이 3-3으로 팽팽하게 맞선 8회초 2사 1·2루에서 한화 장진혁의 땅볼 때 KIA 3루수 김도영이 공을 잡다가 한화 요나단 페라자와 충돌하면서 그대로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공식 기록은 페라자의 수비방해.



이닝이 종료된 이후 한동안 그라운드에서 일어나지 못한 김도영은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어지럼증 증세를 호소하면서 경기를 이어갈 수 없었다. 9회초를 앞두고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김도영을 불러들인 KIA는 김규성의 수비 위치를 1루수에서 3루수로 조정했고, 변우혁을 1루수로 투입했다.

이 과정에서 양 팀 선수들의 언쟁도 있었다. KIA 선수들이 페라자의 주루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고, 10회초 타석에 들어선 페라자가 10회초 헛스윙 삼진 이후 KIA 더그아웃을 가리키며 강한 불만을 내비쳤다.

사령탑은 더 이상 당시 상황을 언급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전했다. 이범호 KIA 감독은 6일 경기 전 인터뷰를 통해서 "지나간 일에 대해서 언급하고 싶지 않고, 그런 부분은 넘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논란의 불씨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한화의 생각이 달랐기 때문이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6일 잠실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특히 김도영 선수는 전국구 팬을 갖고 있고, 우리 한국의 스타인데 부상을 당해서 나도 놀랐다"며 "그런데 아쉬운 부분은, 페라자가 왜 이렇게 흥분했는지 내가 통역을 통해 물어보니 페라자도 놀라서 쓰러진 선수에게 사과하는 장면에서 (상대) 벤치에서 욕이 나왔다고 한다"고 이야기했다.

또 김 감독은 "페라자는 뛰는데 타구가 공교롭게도 그쪽이었던 건데, 그런 부분을 갖고 고의성이 있다고 얘기하는 건 아닌 것 같다"며 "자기 팀 선수도 귀하고, 또 상대 팀도 안 볼 사이도 아니지 않나. 올 시즌이 끝났다고 돌아서면 안 볼 팀도 아니다. 페라자가 흥분한 부분에 있어서는 경기를 마치고 수석코치끼리 통화를 한 것 같다. 이쯤에서 잘 마무리를 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정리하면, 한화는 KIA 벤치에서 먼저 욕설이 나왔기 때문에 페라자가 화를 냈다고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5일 경기 후 양승관 한화 수석코치, 손승락 KIA 수석코치의 통화에서도 양 측의 입장 차가 있었다. 최대한 말을 아꼈던 이범호 감독이 입장 표명에 나선 이유다.

이 감독은 "8회초 손승락 수석코치가 나왔을 때 경기 중반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기 때문에 야수 뒤로 돌아가야 크게 부상을 당하지 않는다고 페라자에게 이야기한 것이고, 그 상황에서 욕설이 나왔다면 다들 말리고 제스처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감독은 "직원 한 분이 욕설을 들은 뒤 페라자에게 이야기했고, 페라자가 화가 나서 그런 행동을 했다고 나오지 않았나. 욕설을 한 적이 없다. 욕설이 나왔다면 그 상황에서 난리가 났을 것이고, 심판분들도 계셨기 때문에 (욕설을 들었다면) 제재했을 것이다. 한 번 더 확인한 결과 그런 적이 없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는 아쉬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 팀 선수가 경기를 하는 데 있어서 수비방해로 부상을 당하면서 그날 경기, 어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동업자 정신으로서 가장 중요한 게 아닌가 싶다"며 "경기 종료 이후나 이튿날 선수가 괜찮은지 묻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언급이 없다 보니까 욕설이 이슈화됐고, 선수가 흥분했다는 게 팩트처럼 나오고 있다. 우리 벤치에서 욕을 했다는 상황으로 비춰지는 것 자체가 아쉬울 뿐이다. 우리도, 상대 팀도 중요한 경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팀이 흔들리거나 마찰이 생기면 좋은 건 없다. 부상자가 나오지 않고 서로 좋은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6일 경기에 출전하지 않고 치료와 회복에 집중한 김도영은 이틀 만에 선발 출전한다. 이 감독은 "트레이닝 파트와 상의한 결과 본인이 좀 좋지 않더라도 경기에 나간다고 했다. 수비까지도 소화한다"고 설명했다.

김인범을 상대하는 KIA는 박찬호(유격수)-소크라테스 브리토(좌익수)-김도영(3루수)-최형우(지명타자)-나성범(우익수)-김선빈(2루수)-서건창(1루수)-김태군(포수)-최원준(중견수) 순으로 라인업을 구성했다. 선발투수는 에릭 스타우트다.

이날 KIA는 엔트리에도 작은 변화를 줬다. 외야수 이창진이 1군으로 올라오면서 투수 유지성이 2군으로 내려갔다.

사진=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