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충격적인 결과이다. 태극전사들이 팔레스타인의 '무직' 센터백 듀오를 뚫지 못하면서 0-0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팔레스타인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캐나다-미국-멕시코 공동 개최) 아시아 지역 3차예선 B조 1차전에서 0-0 충격적인 무승부를 거뒀다.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노리는 FIFA 랭킹 23위 한국은 3차예선에서 이라크(55위), 요르단(68위), 오만(76위), 팔레스타인(96위), 쿠웨이트(136위)와 함께 B조에 속했다.
C조에서 1~2위를 차지하는 팀은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고, 조 3~4위는 아시아 예선 플레이오프에 참가해 본선 진출팀을 결정한다. 3차예선 조 편성이 끝난 후 한국은 중동 5개국과 한 조에 묶였는데, 아시아 강호들을 피하면서 어렵지 않게 본선 직행 티켓을 거머쥘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이 3차예선 첫 번째 상대로 만난 건 팔레스타인이다. 한국과 팔레스타인은 역사상 처음으로 A매치를 가졌는데, FIFA 랭킹 차이가 크고 한국의 홈경기인 만큼 홍명보호가 낙승을 거둘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결과는 홍명보호의 충격적인 0-0 무승부였다. 이날 홍명보호는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이강인(PSG), 이재성(마인츠) 등 최정예 멤버들을 내세웠지만 골을 넣는데 실패했다. 무득점이 이어지자 황희찬(울버햄프턴 원더러스) 등을 투입하며 변화를 줬지만 끝내 팔레스타인 골문을 열지 못했다.
경기는 홍명보호가 지배했다. 축구통계매체 풋몹에 따르면 한국의 공 점유율은 75%나 됐고, 슈팅 숫자도 16 대 10으로 팔레스타인보다 훨씬 더 많았다.
문제는 결정력이었다. 후반 43분 손흥민의 슈팅이 골대를 때리거나 좋은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히는 불운이 따르긴 했지만 이날 홍명보호는 4차례 정도 결정적인 득점 찬스가 있었지만 골로 연결시키지 못하면서 안방에서 팔레스타인과 비기는 굴욕을 맛봤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태극전사들이 팔레스타인 수비진을 뚫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날 선발로 나선 팔레스타인 센터백 야세르 하미드와 미첼 테르마니니는 현재 소속팀이 없어 무직인 선수들이다.
하미드는 2023-24시즌까지 이집트 클럽 자말레크에서 뛰다가 이번 여름 팀을 떠나고 아직까지 새 소속팀을 구하지 못해 무직 신분으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테르마니니 역시 지난 7월 쿠웨이트 클럽 카즈마SC를 떠난 뒤 소속팀을 찾고 있는 상황이다.
소속팀이 없다면 경기 감각과 컨디션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두 선수 모두 6월 A매치 이후 한국전 전까지 약 3개월 동안 경기를 치르지 못했는데 손흥민을 앞세운 홍명보호를 틀어 막으면서 기어코 0-0 무승부를 이끌었다.
물론 3차예선은 10차전까지 진행되므로 한국은 앞으로 9경기를 더 치러야 한다. 남은 일정에서 승점을 쌓으면 최소 조 2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지만, 한 수 아래로 생각했던 팔레스타인 상대로 그것도 홈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하고 비긴 사실은 축구 팬들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 3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 대표팀 사령탑 자리에서 경질된 후 대한축구협회(KFA)는 지난 7월 울산HD를 이끌던 홍명보 감독을 대표팀 정식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홍 감독 선임은 곧바로 엄청난 논란에 휩싸였다. 선임 작업 막바지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사퇴한 뒤 임무를 이어받은 이임생 기술총괄이사에 따르면 홍 감독은 거스 포옛 전 그리스 축구대표팀 감독, 다비드 바그너 전 노리치 시티 감독과 함께 최종 후보에 올랐는데 최종 결정권을 쥔 이 기술이사가 홍 감독 선임을 결정했다.
홍 감독 선임 배경에 대해 이 기술이사는 "홍명보 감독이 보여준 플레이 스타일을 보면 빌드업 시 라볼피아나와 비대칭 백3 형태를 가져간다. 이러한 빌드업을 통해 상대 측면 뒷공간을 효율적으로 공격하는 모습을 확인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홍 감독이 선임된 이후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했고, 이번 감독 선임 임무를 맡은 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박주호 위원의 폭로로 인해 전력강화위원회 및 대한축구협회의 행정에 의문이 던져졌다.
박 위원은 홍 감독 내정이 확정되고 하루 뒤 자신의 동영상 채널을 통해 홍 감독 선임 사실을 전혀 몰랐으며, 감독 선임 과정에서 난맥상 혹은 부조리가 있었다면서 전력강화위원직을 사임하겠다고 폭로하면서 파문이 일었다. 특히 그는 '국내 감독 빌드업' 주장을 하면서 지난 2월 전력강화위 구성 초기부터 국내 감독을 뽑아야 한다는 몰이가 위원회 내 있었으며 홍 감독이 계속 우선 순위에 자리잡았다며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이후 축구협회가 비밀 준수 서약 위반을 강조하며 박 위원에 대한 법적 조치까지 검토하자 이영표, 박지성, 이동국, 조원희, 구자철 등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와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했던 유럽파 출신 21세기 레전드 선수들이 박 위원을 지지하면서 축구협회의 감독 선임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대한축구협회는 부정적인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홍 감독을 정식 선임했다. 지난 7월 10일부터 12일까지 3일에 걸쳐 이사회 서면 결의를 실시, 이사진 23명 중 21명의 찬성을 받아 홍 감독 선임을 공식화했다.
팬심도 긍정적이진 않다. 대한축구협회 SNS엔 이벤트를 할 때마다 조롱 댓글이 쏟아졌고, 팬들은 팔레스타인전에 비판 걸개를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전광판에 홍 감독이 잡힐 때마다 '홍명보 나가'라며 야유를 쏟아냈다.
그렇기에 팔레스타인전은 홍 감독에게 여론 반전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경기였는데, 첫 경기부터 홈에서 FIFA랭킹 96위 팔레스타인과 졸전을 펼치며 더욱 위기에 몰렸다.
사잔=서울월드컵경기장, 박지영 기자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