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빅터 오시멘이 나폴리와 재계약을 맺은 뒤 갈라타사라이로 임대를 떠났다.
눈길이 가는 부분은 오시멘이 갈라타사라이로 향하기 전 나폴리와 재계약을 맺었다는 점이다. 그간, 그리고 최근 오시멘이 나폴리에서 수모를 당했다는 걸 생각하면 오시멘이 나폴리와 재계약을 체결했다는 건 예상 밖의 결정으로 보인다.
튀르키예 명문 갈라타사라이는 5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갈라타사라이가 나폴리에서 오시멘을 무료로 임대 영입했다. 오시멘은 2024-25시즌 동안 갈라타사라이에서 뛰면서 600만 유로(약 89억원)의 급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알렸다.
같은 날 오시멘의 소속팀인 나폴리도 "우리는 2025년 6월 30일까지 오시멘이 갈라타사라이로 임대됐다는 소식을 공식화했다"며 지난 시즌까지 팀의 주전 공격수로 활약하던 오시멘이 이번 시즌을 갈라타사라이에서 보내게 됐다고 발표했다.
나폴리는 이어 "동시에 구단은 오시멘과 2027년 6월 30일까지 계약을 갱신하는 데에 합의했다"며 오시멘과 재계약을 체결했다고도 전했다.
정확히는 계약에 포함되어 있던 연장 옵션 발동이다. 지난해 12월 나폴리와 재계약을 맺은 오시멘은 기존 계약에서 1년 더 기간을 연장해 2026년 6월까지 나폴리에서 뛰게 됐는데, 여기에 나폴리가 1년 연장 옵션을 집어넣었다. 나폴리는 이번에 이 옵션을 발동시키면서 오시멘과의 계약 기간을 2027년 6월 말까지로 늘린 것이다.
갈라타사라이는 지난 3일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오시멘을 임대 영입하기 위해 나폴리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을 공개한 바 있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 소속이자 유럽축구 이적시장 끝판왕이라는 별명이 있는 데이비드 온스테인,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서 활동하는 유럽축구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치오 로마노 등 복수의 전문가 및 현지 매체들도 오시멘이 갈라타사라이 임대를 앞두고 있다고 전했다.
갈라타사라이가 오시멘 임대 영입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발표한 뒤 갈라타사라이 팬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오시멘이 이스탄불 공항에 나타나자 갈라타사라이 팬들은 그에게 머플러를 던져주고 홍염을 터트리는 등 열렬한 반응을 보이며 그를 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현지 보도에 의하면 갈라타사라이는 나폴리에서 오시멘을 영입하는 비용으로 나폴리에 1000만 유로(약 148억원)를 지불할 예정이었으나, 협상 끝에 이적료 없이 오시멘을 임대하는 데 성공했다. 나폴리 입장에서는 임대료를 받지 못해 아쉬울 수 있으나, 전력 외로 분류한 오시멘의 비싼 주급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만으로도 만족할 만한 거래가 됐다.
오시멘은 이번 여름 이적시장 초반부터 나폴리를 떠날 가능성이 제기됐다. 새 공격수 영입을 원하는 복수의 빅클럽들이 오시멘을 영입하려 했고, 특히 킬리안 음바페가 자유계약(FA)으로 팀을 떠나면서 최전방에 공백이 생긴 PSG가 오시멘과 강하게 연결됐다.
나폴리와 PSG는 곧바로 협상에 돌입했다. 문제는 이적료였다. 나폴리는 오시멘의 바이아웃 금액인 1억 3000만 유로(약 1924억원)가 아니라면 웬만해서는 오시멘을 팔지 않겠다는 입장이었고, 전 세계에서도 손에 꼽히는 부자 구단인 PSG도 1억 3000만 유로라는 거액은 고민할 만한 이적료였다.
오시멘의 비싼 이적료를 조금이라도 깎기 위해 PSG가 제시한 방법 중 하나가 선수를 협상에 포함시켜 이적료를 낮추는 것이었다. 이탈리아 이적시장 전문가 잔루카 디마르지오는 해당 소식을 전하면서 카를로스 솔레르, 노르디 무키엘레, 이강인이 협상 카드로 제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강인을 매각할 계획이 없었던 PSG는 이강인의 이름이 나오자 곧바로 협상 테이블을 엎어버렸다.
PSG 관련 소식을 전하는 'PSG 리포트'에 따르면 파브리치오 로마노는 "이강인은 PSG에서 건드릴 수 없는 존재(Untouchable)"라며 "나폴리는 협상 초기에 오시멘의 바이아웃 금액을 요구했지만, 이강인을 거래에 포함시키는 걸 요청하자 PSG는 오시멘 협상을 중단했다. 이후 PSG는 오시멘 영입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후 오시멘은 첼시, 알 아흘리 이적을 놓고 협상을 벌였지만 첼시는 급여 문제로, 알 아흘리는 구단간의 이적료 차이 문제로 결렬됐다. 분노한 오시멘은 나폴리 구단에 더 이상 1군에서 뛰지 않겠다고 통보했고, 첼시에서 로멜루 루카쿠를 영입한 나폴리도 오시멘에게 1군에서 뛰지 못할 거라며 맞불을 놓았다. 오시멘은 루카쿠에게 등번호까지 빼앗기는 수모를 겪었다.
이번 이적 사가를 놓고 보면 나폴리가 오시멘과의 계약을 연장했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질 수 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나폴리가 오시멘을 아예 매각할 생각이라면 오시멘의 계약 연장 옵션을 발동시키는 것이 구단 입장에서도 더 이득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오시멘이 2024-25시즌 갈라타사라이에서 임대를 마치고 돌아오면 2025년 6월이 된다. 기존 계약은 2026년 6월. 계약 기간이 1년 남은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접근할 팀은 거의 없다. 조금만 기다리면 자유계약(FA)으로 이적료 없이 선수를 영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시멘에게는 1억 3000만 유로라는 어마어마한 바이아웃이 걸려 있는 데다, 나폴리가 바이아웃 조항을 발동시키지 않는다면 오시멘을 매각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했기 때문에 오시멘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다른 팀들 입장에서는 굳이 계약 기간이 1년 남은 오시멘에게 다가갈 이유가 없다.
반대로 생각하면 나폴리는 계약 기간이 1년 남은 오시멘을 매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25-26시즌에도 오시멘을 임대 보내지 않는 이상 높은 주급을 받는 그를 1년이나 더 데리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계약이 1년 더 남아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나폴리는 2025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오시멘 매각을 다시 추진할 수 있다. 올해와 달리 바이아웃 조항을 발동시키지 않아도 적절한 제안이 오면 오시멘을 매각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플랜에서 제외된 오시멘을 조금이라도 빨리 내보내려면 계약을 연장하고 내년 여름에 오시멘을 파는 방법이 최선인 셈이다.
사진=갈라타사라이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