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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예노르트 박지성 되겠다"…황인범, 4년 계약+등번호 4번 네덜란드 빅클럽 입성 각오

기사입력 2024.09.04 06:33 / 기사수정 2024.09.04 06:33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네덜란드 유력 구단 페예노르트에 입성한 황인범의 입성 소감은 대선배 박지성의 길을 걷겠다는 것이었다.

정확히 10년 전 네덜란드를 떠난 박지성의 발자취는 그와 같은 시기 프로 생활을 한 적이 없는 황인범에게도 마땅히 따라 걸어야 하는 길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황인범의 경우 플레이스타일이 박지성을 꼭 빼닮은 것으로도 알려져 있어 그의 네덜란드 무대 활약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페예노르트 구단은 지난 3일(한국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국가대표 미드필더 황인범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2028년다. 황인범은 4년 계약을 체결한 뒤 붉은색과 흰색을 반씩 가르는 페예노르트 유니폼을 입고 나타났다. 그의 뒤엔 태극기가 선명하게 새겨졌다. 황인범은 등번호 4번을 달고 뛰게 된다.

페예노르트는 아약스, PSV 에인트호번과 함께 네덜란드 3대 명문으로 꼽힌다. 한국 축구팬들에게도 익숙한 곳이기도 하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오른쪽 수비수로 뛰면서 포르투갈의 세계적인 스타 루이스 피구를 꽁꽁 묶은 송종국이 월드컵 직후 곧장 페예노르트 유니폼을 입고 네덜란드 무대는 물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뛰었다.

이어 2007년엔 이천수가 자신의 두 번째 유럽 진출 무대로 네덜란드를 골랐다. 2005년 K리그 MVP를 거머쥔 그는 페예노르트에 입단해 1년을 뛰었다.

황인범 입장에선 이번 페예노르트 입단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올 만하다. 2019년부터 캐나다 밴쿠버 화이트캡스, 그리스 올림피아코스, 세르비아 츠르베나 즈베즈다 등을 통해 북미와 동유럽에서 뛰었고 드디어 서유럽 구단에 입성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 것도 네덜란드에서 인기가 가장 높은 구단 중 하나인 페예노르트에 가게 됐으니 이 정도면 초대형 잭팟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네덜란드 유력지 '더 텔레그라흐'에 따르면 즈베즈다는 황인범의 바이아웃(이적 보장 최소 금액)을 800만 유로(약 118억원)로 책정한 걸로 알려졌다. 즈베즈다는 지난해 여름 황인범을 550만 유로에 영입했다. 1년 사이 250만 유로, 약 43억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이 1000억원에 육박하는 이적료를 쉽게 내놓고 있지만 네덜란드 무대에서는 다른 얘기다. 800만 유로는 2022년 체코 수비수 다비드 한츠코를 데려오기 위해 페예노르트가 스파르타 프라하(체코)에 준 830만 유로 다음의 구단 역대 이적료 2위 기록이다.

황인범은 입단 직후 "(전 소속팀) 츠르베나 즈베즈다의 동료 우로 스파이치는 내가 페예노르트로 가는 게 맞는 결정이라고 했다. 내 경력 중 페예노르트가 가장 큰 클럽"이라며 "페예노르트는 홈경기마다 스타디움이 꽉 차는 것으로 들었다. 유럽에서도 빅클럽이고 여기 오래 머무르고 싶다. 기쁘고 팬들에게 좋은 모습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지난 1년간 함께 울고 웃은 즈베즈다 팬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았다. 황인범은 "즈베즈다 가족들에게, 가장 먼저 1년 전에 내가 제일 힘들 때 계약해줘서 감사하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제 생애 첫 번째이자 두 번째 트로피인 2개의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지난 시즌 나에게 '올해의 선수'를 선물해 준 것도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여러분이 저에게 주신 사랑과 무조건적인 응원 덕분에 나는 마치 집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영원토록 감사할 것이다. 훌륭한 구단의 일원이 된 건 정말로 영광이었으며 이 구단은 항상 내 마음속에 있을 것이다. 행운이 있길 바라며 한국 선수인 설영우을 잘 보살펴달라"며 지난 7월 입단해 이제 즈베즈다에서 한창 활약하고 있는 대표팀 후배 설영우에 대한 응원도 잊지 않았다.

황인범은 입단 직후 "내 경력 중 페예노르트가 가장 큰 클럽"이라며 기뻐한 뒤 "페예노르트는 홈경기마다 스타디움이 꽉 차는 것으로 들었다. 유럽에서도 빅클럽이고 여기 오래 머무르고 싶다. 여기 와서 처음 하는 얘기"라며 페예노르트에서 롱런하고 싶은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황인범은 이번 여름 황희찬의 소속팀 울버햄프턴을 비롯해 크리스탈 팰리스(이상 잉글랜드), 레알 베티스(스페인), 아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독일) 등 여러 빅리그 구단과 이적설에 휩싸였다.



막판엔 네덜란드 구단들이 황인범을 주목하고 나섰다. 황인범 다음 행선지로 거론된 팀은 페예노르트가 아니라 라이벌 구단인 네덜란드 최고 명문 아약스였다. 아약스가 바이아웃 금액을 지불할 의사를 보였다고 세르비아 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하면서 아약스에 입성하는 것으로 간주됐다.

그러나 아약스 러브콜이 온 뒤 페예노르트도 참전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결국 황인범은 행선지를 페예노르트로 최종 결정했다.

전세계를 돌아다닌 끝에 서유럽 빅클럽에 입성한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하계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을 통해 해외 진출의 기회를 얻은 뒤 밴쿠버 화이트캡스(캐나다)로 향한 황인범은 이후 2020년 루빈 카잔(러시아)에 입단, 유럽 무대에 도전했다. 이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카잔에 머무를 수 없어 한국으로 돌아왔고 K리그 FC서울에서 잠시 뛰다가 올림피아코스로 갔다. 이어 즈베즈다를 거치고는 천천히 유럽 축구계에 이름을 알렸다.



도중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거액으로 유혹하기도 했지만 황인범은 오로지 축구를 중심에 놓고 신중하게 고민한 끝에 페예노르트라는 큰 구단과의 계약을 이뤄냈다.

네덜란드 1부리그 우승 16회를 차지한 페예노르트에 입성한 황인범은 오자마자 라이벌 구단 PSV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선배 박지성을 얘기했다. PSV에서 펼친 박지성 활약을 얘기하며 페예노르트의 박지성이 되고 싶다고 밝힌 것이다. 박지성은 2003~2005년 PSV에서 뛰다가 이후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QPR에서 뛰었다. 2013년 PSV에 임대 신분으로 1년간 활약한 뒤 은퇴했다.

네덜란드 'fr12'에 따르면 황인범은 어떤 선수로부터 영감을 받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스페인 레전드 미드필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를 선택했다. 황인범은 "그는 전설이다. 이니에스타의 플레이스타일은 내가 어렸을 때 내게 영감을 줬다. 지금도 가끔 유튜브에서 옛날 영상을 찾아보는데 그게 어떻게 가능했는지 상상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축구 레전드 박지성을 언급하는 것도 뺴먹지 않았다. 황인범은 "이제 이니에스타 같은 스타일대로 플레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물론 그건 매우 어려울 것"이라면서 "한국 선수 중에서라면 박지성을 꼽고 싶다. 그가 얼마나 겸손하고 선수로서 얼마나 훌륭했는지 모두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페예노르트에서 그처럼 훌륭한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실제 황인범의 플레이스타일은 박지성과 적지 않게 닮은 것으로 분석된다. 황인범은 중앙 미드필더 혹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고정돼 있고, 박지성은 미드필더와 윙어를 동시에 볼 수 있지만 포지션에 상관 없이 엄청난 활동량으로 공격을 이끌고 수비에 도움을 주는 것은 비슷하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언론도 이미 그런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부트발 플릿센'은 "황인범은 페예노르트 이적을 앞두고 에레디비시에서 9번째 한국 선수가 될 것"이라며 "그 중 특히 박지성은 PSV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이 공격형 미드필더는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유니폼을 입었고, 2013년 한 시즌 동안 복귀했다"고 박지성이 가장 성공한 선수였다고 조명했다.

이어 "박지성은 PSV에서 119경기에 나서 28개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네덜란드 컵과 요한 크루이프 샬이라는 2개의 타이틀을 획득했다"고 박지성의 PSV 커리어도 설명했다.

박지성은 한일 월드컵을 마친 뒤 6개월 기다려 2003년 1월 PSV에 입단했다. 처음엔 유럽 무대 적응 문제로 고생했고, 그가 볼을 잡을 때마다 상대팀이 아닌 PSV 팬들이 야유를 보내는 일까지 벌어졌지만 묵묵히 참고 기다린 끝에 2004-2005시즌엔 핵심 미드필더로 거듭났다. 결국 2005년 6월 PSV를 떠나 당시 세계적인 명문 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하게 됐다. 이후 맨유와 QPR에서 뛰고 2013년 복귀, PSV에서 임대로 1년을 더 뛰고는 은퇴했다. 

황인범은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최강 맨시티와 격돌이 성사되자 황인범은 "개처럼 뛰겠다"고 각오를 밝힌 적이 있는데, 사실 '개처럼 뛴다'는 유럽 언론이 상대 선수를 쉴 새 없이 괴롭히는 PSV 시절 박지성에 대해 했던 극찬이었다. 박지성은 이런 움직임으로 안드레아 피를로, 리오넬 메시 등 당대 최고의 공격수들을 꽁꽁 묶고 알렉스 퍼거슨 전 맨유 감독으로부터 "가장 저평가된 선수"라는 극찬을 받았다.



황인범 역시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하는 플레이가 빼어나 많은 감독들이 중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황인범의 장점은 과감한 공격 못지 않게 훌륭한 수비라는 평가가 종종 나온다. 이제 황인범이 박지성의 뒤를 이어 '개처럼' 뛰는 한국인 미드필더가 될지 흥미롭게 됐다. 



사진=페예노르트, 연합뉴스, SNS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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