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돈을 보고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하면 이렇게 된다. 로날드 쿠만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이 알이티하드로 이적한 스티븐 베르흐베인을 대표팀에 소집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유럽 축구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치오 로마노에 따르면 3일(한국시간) 쿠만은 "베르흐베인은 26세에 사우디아라비아로 간다. 이게 스포츠적 야망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건 분명하다"면서 "네덜란드 국가대표팀과의 동행은 끝났다. 베르흐베인은 아마 내가 이런 말을 했을 거라는 걸 알고 있을 것"이라고 베르흐베인이 대표팀에서 뛰는 모습은 볼 수 없을 거라고 말했다.
1997년생 공격수 베르흐베인은 자국 리그 명문 PSV 에인트호번 유소년 팀에서 성장했다. 2014-15시즌 1군에 데뷔했고, 2018-19시즌에는 리그 33경기에 추전해 14골 12도움을 올리며 재능을 폭발시켰다.
이후 2019-20시즌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토트넘으로 이적했다. 당시 손흥민과 경쟁했던 베르흐베인의 활약은 기대 이하였다. 2시즌 반 동안 83경기에서 8골 10도움에 그쳤다.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난 베르흐베인은 더 많은 출전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이적을 택했고, 2022년 여름 토트넘을 떠나 아약스에 합류했다. 이적 첫 시즌 16골 6도움을 기록하며 단숨에 에이스로 등극한 베르흐베인은 지난 2시즌 동안 팀 핵심 공격수로 활약했다. 쿠만 감독도 베르흐베인을 꾸준히 대표팀으로 불렀다.
하지만 베르흐베인은 26세의 나이에 사우디 이적을 택했다. 공격진 보강을 노리던 알이티하드가 베르흐베인에게 접근했고, 이날 영입을 확정했다.
로마노는 "베르흐베인이 알이티하드로 이적한다"고 이적이 확정적일 때 쓰는 'Here we go'를 덧붙이면서 "아약스와 2500만 유로(약 370억원)의 패키지로 계약이 체결됐다. 베르흐베인은 메디컬 테스트를 마쳤고, 이제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아약스는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베르흐베인의 알이티하드 이적을 발표했다. 아약스는 "알이티하드와 베르흐베인 이적에 대한 합의에 도달했다. 베르흐베인과 구단의 계약은 2027년 6월 30일까지 유효했다. 구단은 알이티하드로부터 2100만 유로(약 311억원) 이상의 이적료를 받을 것"이라고 알렸다.
알렉스 크로스 아약스 기술이사는 "베르흐베인과 구단은 해외에서 좋은 제안이 온다면 이적할 거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이제 이적시장 마지막 순간 그렇게 됐고, 구단도 단기적으로 적합한 대체자를 데려올 수 있는 만큼의 재정적 유연성을 얻었다"며 "우리는 지난 시즌 주장을 맡았던 베르흐베인이 경력의 다음 단계에서 많은 성공을 거두길 바란다"고 앞길을 응원했다.
26세라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사우디에서 많은 돈을 벌 기회를 얻었지만 커리어에 가장 중요한 국가대표팀 경력은 끝나고 말았다.
영국 토크스포츠는 "전 토트넘 스타 베르흐베인이 사우디 프로 리그 합류로 인해 국가대표팀에서 추방됐다"면서 "베르흐베인은 유로 2024에서 네덜란드 선수단 일원으로 활약했고, 네덜란드의 준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하지만 보스니아, 독일과의 네이션스리그 경기 명단에서는 제외됐다"며 쿠만 감독이 베르흐베인을 대놓고 혹평했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쿠만은 "베르흐베인은 아약스에 머물 수도 있었고,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사우디로 간 선택을 존중해야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나였다면 이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럽 빅리그에서 뛰던 선수가 돈만 보고 사우디 리그로 향하면 어떻게 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스포츠적 야망 없이 돈을 벌기 위해 사우디로 간다면 국가대표팀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는 걸 베르흐베인이 잘 보여줬다.
사진=연합뉴스, SNS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