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대체 누가 의심했나...'멀티골' 손흥민, 주간 베스트 11 '싹쓸이'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자신을 향한 의심을 한 경기 만에 확신으로 바꾼 손흥민이 주간 베스트 일레븐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손흥민은 지난 24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에버턴과의 2024-25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PL) 2라운드 홈 경기에 선발 출전해 멀티골을 터트리며 토트넘의 4-0 대승을 이끌었다.

이날 손흥민은 자신의 주 포지션인 왼쪽 측면 공격수가 아닌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출전했다. 직전 경기에 선발로 나섰던 신입생 도미니크 솔란케가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경기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솔란케의 부상을 확인, 솔란케가 에버턴전에 출전하지 못할 거라며 토트넘이 다른 옵션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설상가상 다른 스트라이커 자원인 히샬리송마저 컨디션 난조로 선발 출전이 어려웠기 때문에 결국 토트넘은 다시 손흥민에게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손흥민은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하기는 했으나 일반적인 스트라이커 역할보다 활동범위가 더 넓었다. 아래로 내려와 빌드업에 가담하거나 동료들에게 패스를 전달하는 등 단지 상대 골문을 노리는 것보다 더 많은 임무를 수행했다.

스트라이커의 본분인 득점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손흥민은 토트넘이 1-0으로 앞서고 있던 전반 25분 추가골이자 자신의 시즌 1호골을 터트리며 토트넘에 승기를 가져왔고, 토트넘이 3-0으로 리드하고 있던 후반 33분에는 경기를 끝내는 쐐기골로 경기에 종지부를 찍었다.



첫 번째 골은 손흥민의 개인 능력, 두 번째 득점은 동료의 도움을 받은 골이라는 점에서 약간 달랐다.

손흥민은 전반 25분경 에버턴의 스로인 상황에서 공이 에버턴의 수문장이자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의 골키퍼 조던 픽퍼드에게 향하자 픽퍼드를 빠르고 강하게 압박했다. 공을 컨트롤하던 픽퍼드는 손흥민의 압박에 당황, 결국 손흥민에게 공을 빼앗기고 말았다. 손흥민은 공을 몰고 올라간 뒤 빈 골문에 침착하게 집어넣었다.

후반 33분 토트넘의 역습 상황에서는 네덜란드 출신 센터백 미키 판더펜이 공을 몰고 먼 거리를 질주한 끝에 왼편에서 뒤따라 달려오던 손흥민에게 내줬고, 손흥민은 이를 정교한 왼발 슛으로 마무리하면서 자신의 두 번째 골을 뽑아냈다.

2015년 8월 토트넘에 입단한 이후 지난 시즌까지 세계 최고의 리그인 프리미어리그에서 120골을 몰아쳤던 손흥민은 에버턴전 멀티골로 자신의 PL 121호골·122호골을 기록하며 과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 등에서 활약했던 벨기에 국가대표 공격수 로멜루 루카쿠(121골)와 리버풀과 잉글랜드의 레전드인 스티븐 제라드(120골)를 넘어 프리미어리그 리그 통산 득점 단독 21위로 올라섰다.



손흥민은 뛰어난 활약 속에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이 선정한 2라운드 공식 베스트 일레븐은 물론 다수의 매체들이 뽑은 이주의 팀에도 선정됐다.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초반부터 좋은 기세를 보여주고 있는 손흥민이다.

영국 공영방송 'BBC'에서 축구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전직 프리미어리거 트로이 디니는 손흥민을 노니 마두에케, 콜 팔머(이상 첼시)와 함께 이주의 팀에 포함시켰다. 최전방 공격수 포지션에는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와 주앙 페드루(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가 있었기 때문에 손흥민은 첼시 소속의 두 명과 함께 이주의 팀에서 2선에 배치됐다.

손흥민 외에도 자신의 100번째 프리미어리그 경기였던 에버턴전에서 득점을 터트린 토트넘의 부주장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폭풍 질주로 손흥민의 골을 어시스트한 판더펜 역시 'BBC' 선정 이주의 팀에 이름을 올렸다.

프리미어리그의 전설인 앨런 시어러도 손흥민을 선택했다. 시어러는 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손흥민을 이주의 팀에 선정하면서 "도미니크 솔란케가 없는 동안 센터 포워드로 뛰면서 에버턴전에서 맹활약을 펼쳤고, 두 골을 넣었다"며 손흥민을 뽑은 이유를 설명했다.



손흥민은 평점으로 봐도 절대 밀리지 않았다. 축구 통계 매체 중 가장 유명한 '후스코어드닷컴'과 '소파스코어' 역시 손흥민에게 높은 평점을 주면서 손흥민을 이주의 팀에 선정했다.

'후스코어드닷컴'에서 손흥민이 받은 평점은 9.05점이었다. 이는 마두에케(9.83점), 홀란(9.44점), 팔머(9.28점), 그리고 케빈 더브라위너(9.13점)에 이어 베스트 일레븐 중 다섯 번째로 높은 평점에 해당됐다.

'소파스코어'는 손흥민에게 8.9점을 줬다. 리버풀 소속 윙어 루이스 디아스와 같은 점수였다. 손흥민의 평점은 마두에케(9.7점), 더브라위너(9.6점), 홀란(9.2점), 팔머, 로메로(이상 9점)에 이어 여섯 번째로 높았다.



다수의 매체에서 손흥민을 높게 평가받은 것도 좋은 일이지만, 무엇보다 손흥민이 자신을 향한 의심을 한 경기 만에 지우고 스스로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손흥민은 레스터 시티와의 개막 라운드 이후 많은 비판을 받았다. 당시 손흥민이 침묵하자 현지 매체들과 축구 전문가들이 손흥민의 경기력과 태도에 대해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토트넘의 주장이자 핵심 공격수인 손흥민조차 이제는 토트넘에서 주전 자리가 보장되면 안 된다며 손흥민의 주전 박탈 가능성까지 제기할 정도였다.

'풋볼 365'라는 매체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손흥민을 벤치에 앉히고 새 영입생인 윌송 오도베르를 측면에 배치해 에버턴의 측면을 흔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속도가 빠르고 드리블 돌파 능력이 좋은 측면 공격수를 기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도베르는 정작 에버턴전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다 교체되어 나갔다. 오히려 토트넘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대승에 큰 기여를 한 선수는 '풋볼 365'가 주전 자리를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손흥민이었다.

지난 시즌 초반 손흥민이 보여줬던 페이스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이번 시즌에 대한 기대가 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손흥민이라고 해도 컨디션이 100%로 올라오지 않은 시즌 초반부터 몰아치는 건 힘들다. 손흥민이 침묵하더라도 그에게 필요한 건 시간이다.

사진=연합뉴스, 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소파스코어, 후스코어드닷컴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