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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대표팀 원했던 '월클 명장' 에릭손, 40년 지도자 인생 뒤로 하고 별세…향년 76세

기사입력 2024.08.26 22:44 / 기사수정 2024.08.26 22:44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축구 종가'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을 처음 이끌었던 스웨덴 출신 명장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이 별세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 등 유럽 언론은 에릭손 감독이 26일 세상을 떠났다고 알렸다. 향년 76세.

에릭손 감독은 지난 1월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아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터였다. 그는 지난해 달리기를 하고 온 뒤 집에서 갑자기 쓰러졌고 이후 병원에서 췌장암 말기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올 초 "남은 인생이 1년 정도인 것 같다"고 밝힌 적이 있는데 2024년을 넘기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에릭손 감독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은 아니지만 대표팀과 클럽을 넘나들면서 꾸준하고 착실한 성적을 내는 감독으로 이름을 떨쳤다.

지난 1977년 자국 구단 데게르포르스를 맡은 것을 시작으로 2019년 동남아 필리핀 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날 때까지 40여년 동안이나 현역 감독으로 활약한 그는 지휘봉을 2년 넘에 놓았던 적이 한 차례에 불과할 만큼 지속적으로 축구계에서 사랑을 받았다.



1982년 스웨덴 빅클럽 예테보리를 지금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전신인 UEFA 우승으로 이끌어 명성을 처음 알린 에릭손 감독은 1982년 포르투갈 명문 벤피카 감독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1990년대엔 AS로마, 피오렌티나, 삼프도리아 등 이탈리아 세리에A가 유럽 최고 리그로 전성기를 걷던 시절 이탈리아 명문 구단을 두루 맡으면서 각광을 받았다. 그의 이름을 전세계에 떨친 시기가 바로 2000년이다. 당시 그가 지휘하고 있는 라치오 로마가 1999-2000시즌 세리에A 최종 라운드에서 유벤투스를 따돌리며 뒤집기 우승을 일궈냈다.

세리에A에서 만년 중상위권에 그치던 라치오가 1976년 이후 24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리면서 에릭손 감독의 지도력도 맹위를 떨쳤다. 당시 세리에A는 유벤투스와 AC밀란, 인터 밀란, AC파르마, AS로마, 피오렌티나, 라치오 등 7팀이 엎치락뒷치락 순위 경쟁을 펼치며 전세계 축구팬들의 눈길을 사로잡던 때였다.

이후 에릭손 감독은 눈길을 대표팀으로 돌렸는데 축구종가 잉글랜드가 그를 주목해 러브콜을 보냈고 에릭손 감독도 응했다. 잉글랜드는 당시 2000년 유럽축구선수권 본선에서 조별리그 탈락하더니 이어진 2002 한일 월드컵 유럽예선 홈 경기에서 독일에 패배, 망신을 톡톡히 당한 상태였다. 잉글랜드축구협회는 자국 지도자 케빈 기건을 경질하고 에릭손을 데려왔다. 

에릭손 감독의 잉글랜드 부임은 강렬하진 않았으나 나름대로 무난했다. 웨인 루니, 마이클 오언, 데이비드 베컴 등 슈퍼스타들이 즐비한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메이저대회 4강을 가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았으나 부진했다고 평가할 수도 없었다.



에릭손 감독은 잉글랜드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첫 해 독일 원정에서 5-1 대승을 거둬 깔끔하게 설욕전을 펼치더니 한일 월드컵 유럽예선 최종전 그리스전에서 종료 직전 데이비드 베컴의 프리킥이 터져 극적으로 본선행 티켓을 거머쥔 것이다.

한일 월드컵 본선에서도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를 조별리그에서 잡는 등 승승장구, 8강까지 진출했다. 비록 브라질에 패해 준결승에 오르지 못했지만 잉글랜드 축구의 희망을 쐈다는 칭찬을 들었다.

이후 에릭손 감독 체제 잉글랜드는 포르투갈에서 열린 2004 유럽선수권(유로 2004)에서도 스위스와 크로아티아를 격파하며 8강에 올랐으나 포르투갈에 승부차기로 졌다. 2006 독일 월드컵 8강에서 잉글랜드가 포르투갈에 다시 한 번 승부차기로 져 탈락한 뒤 에릭손 감독은 지휘봉을 내려놓고 다시 전세계 곳곳을 돌아다녔다.

2007~2008년엔 '오일 머니'가 유입되기 전 맨체스터 시티 지휘봉을 잡았으며, 2008년엔 북중미 멕시코, 2010년엔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대표팀을 각각 맡았다. 2010년대엔 아시아로 눈을 돌렸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축구 굴기'를 내세우면서 중국 슈퍼리그 구단들이 막대한 돈을 들여 슈퍼스타급 지도자와 선수들을 데려갈 때 광저우 부리, 상하이 상강, 선전FC 등에서 감독으로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이후 2018-2019년 필리핀 대표팀을 끝으로 지도자계를 떠났다. 필리핀 대표팀을 지휘할 땐 2019년 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열린 아시안컵에서 한국과 붙기도 했다. 필리핀은 분전했으나 0-1로 졌다.

암투병 사실을 고백한 에릭손 감독은 평생의 소원이었던 리버풀 구단 지휘봉을 잡기도 했다. 지난 3월 리버풀 홈구장 안필드에서 열린 리버풀-아약스 자선경기에서 1일 감독으로 부임해 벤치를 오간 것이다. 6만이 넘는 관중이 모여 에릭손 감독을 응원했다. 에릭손 감독은 "꿈이 이뤄졌다"며 눈물을 흘렸고, 그 경기가 마지막 공식 행사가 됐다.

에릭손 감독은 한국 축구 팬들에겐 북한 대표팀 지휘봉을 잡을 뻔한 일로도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한국과 함께 통과한 뒤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김정훈 감독을 경질하고 당시 북한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던 스웨덴 명장 에릭손 영입을 추진했다. 외신은 에릭손이 북한 대표팀을 이끌고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 갈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도했으나 결국 이뤄지지 않았고 에릭손 감독은 디디에 드로그바 등이 있는 코트디부아르 대표팀을 맡아 오히려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에서 북한과 대결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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