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오타니 쇼헤이는 역시 슈퍼스타였다. 아시아 최초의 메이저리그 40홈런-40도루 달성도 평범하게 하지 않았다. 만화 같은 9회 끝내기 만루 홈런을 쏘아 올리고 또 하나의 전설을 만들었다.
오타니는 2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탬파베이 레이스와 홈경기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 5타수 2안타 1홈런 1도루 4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오타니는 이날 4회말 내야 안타로 첫 출루에 성공했다. 이어 후속타자 무키 베츠의 타석 때 2루를 훔치면서 시즌 40호 도루 고지를 밟았다. 40홈런-40도루 클럽 가입의 예고편을 찍었다.
오타니의 40호 홈런은 가장 극적인 순간 터져나왔다. 오타니는 다저스가 3-3으로 팽팽히 맞선 9회말 2사 만루에서 역사를 썼다. 탬파베이 투수 좌완 콜린 포체를 상대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는 만루 홈런을 터뜨렸다.
오타니는 포체의 초구 135km짜리 슬라이더를 공략했다.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 낮은 코스로 떨어지는 공을 완벽한 스윙으로 걷어올렸다. 우중간 담장을 훌쩍 넘기는 타구를 날려보내고 시즌 40호 홈런을 완성했다.
오타니는 이 홈런으로 아시아 메이저리거로는 최초로 빅리그 단일 시즌 40홈런-40도루를 기록하는 주인공이 됐다. 메이저리그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단 5명만 이룩한 업적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메이저리그 최초의 40홈런-40도루는 1988년 나왔다. 당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소속이었던 호세 칸세코가 42홈런·40도루를 기록했다.
역대 두 번째 40홈런-40도루가 탄생하기까지는 8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1996년 배리 본즈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42홈런·40도루의 역사를 썼다.
이후 1998년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시애틀 매리너스 소속으로 42홈런·46도루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2006년에는 알폰소 소리아노가 워싱턴 내셔널스 유니폼을 입고 46홈런-41도루로 40홈런-40도루 고지를 정복했다.
40홈런-40도루는 이후 2022년까지 누구도 도달하지 못했다. 지난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가 41홈런-73도루를 기록해 무려 17년 만에 40홈런·40도루 시대를 열었다.
아쿠냐 주니어 이후 쉽게 탄생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던 40홈런-40도루의 고지는 오타니가 정복했다. LA 에인절스 소속이던 2021 시즌 자신의 커리어 하이였던 26도루를 쉽게 뛰어넘더니 40도루까지 무난하게 달성했다. 2021 시즌 46홈런, 지난해 44홈런에 이어 커리어 세 번째 40홈런도 동시에 이룩하는 말 그대로 '괴물' 같은 퍼모먼스를 올해 보여주고 있다.
오타니는 이와 함께 2024 시즌 개인 126경기(팀 129경기) 만에 40홈런-40도루를 달성, 역대 최소 경기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종전 기록은 2006년 소리아노의 147경기(팀 148경기)였다.
다저스는 오타니의 활약을 앞세워 탬파베이를 7-3으로 꺾었다. 오타니는 40홈런-40도루를 끝내기 만루 홈런으로 장식하면서 자신이 왜 최고의 스타인지 또 한 번 증명했다.
오타니는 2023 시즌 종료 후 커리어 첫 FA(자유계약) 자격을 취득한 뒤 LA 에인절스를 떠나 LA 다저스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수많은 빅마켓(Big Market) 구단들의 러브콜을 보냈던 가운데 오타니의 마음을 얻은 건 다저스였다.
다저스는 오타니에게 무려 계약기간 10년, 총액 7억 달러(약 9362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베팅했다. 오타니는 전 소속팀 동료 마이크 트라웃이 LA 에인절스와 맺은 계약기간 12년 4억 2650만 달러(약 5630억 원)는 물론 미국 프로풋볼(NFL) 쿼터백 패트릭 머홈스(캔자스시티 치프스)의 북미 프로스포츠 최고 몸값 10년 4억 5000만 달러(약 5940억 원)를 크게 앞지르고 새 역사를 썼다.
오타니는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까지 제쳤다. 메시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FC 바르셀로나와 맺었던 6억 7400만 달러(약 8897억 원)의 계약을 넘어서고 지구상에서 가장 비싼 스포츠 선수로 등극했다.
오타니는 긴 설명이 필요 없는 메이저리그, 야구라는 종목 자체의 아이콘이 됐다. 2018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일본프로야구 닛폰햄 파이터즈를 떠나 LA 에인절스와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 입성한 뒤 투타 겸업으로 '이도류' 신드롬을 일으켰다.
오타니는 팔꿈치 부상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어려운 시기를 보내기도 했지만 2021 시즌부터 빅리그를 평정했다. 타자로 158경기 537타수 138안타 타율 0.257 46홈런 100타점 OPS 0.964, 투수로 23경기에 선발등판 130⅓이닝 9승 2패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했다.
오타니에게 한계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다. 2022년에는 타자로 157경기 586타수 160안타 타율 0.273 34홈런 95타점 OPS 0.875, 투수로 28경기 선발등판 166이닝 15승 9패 평균자책점 2.33으로 더 괴물이 됐다.
오타니는 2023 시즌 베이브 루스도 해내지 못했던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의 두 시즌 연속 10승-10홈런, 단일시즌 10승-40홈런의 위업까지 달성했다. 투수로 23경기 132이닝 10승 5패 평균자책점 3.14, 타자로 135경기 497타수 151안타 타율 0.304 44홈런 95타점 OPS 1.066라는 만화 같은 스탯을 찍었다.
오타니는 팔꿈치 수술 여파로 2024 시즌에는 투수로 나서지 못하고 있지만 왜 자신이 7억 달러의 사나이인가를 성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중이다.
타격감이 주춤하면서 떨어졌던 타율도 0.292(500타수 146안타)까지 회복,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3할 타율 기록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사진=USA 투데이 스포츠/AP/AFP/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