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지수 기자) "한국시리즈에서 만난다면 떨리는 건 우리보다 상대다."
'디펜딩 챔피언' LG 트윈스는 지난 16~18일 안방 잠실에서 선두 KIA 타이거즈와 미리 보는 한국시리즈를 치렀다. 1위 KIA에게 4경기 차 뒤진 2위를 달리고 있던 상황에서 최소 위닝 시리즈를 확보, 격차를 좁히는 게 과제였다.
하지만 결과는 최악이었다. LG는 16일 8회까지 2-0으로 앞서가고 있던 가운데 9회초 믿었던 마무리 유영찬이 무너졌다. 충격적인 2-3 역전패를 당하면서 팀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16일 경기 역전패의 여파는 컸다. LG는 17일 4-14, 18일 0-4로 무릎을 꿇었다. 예상치 못했던 스윕패를 당하면서 3위로 추락했다. 1위 탈환이 아니라 2위 수성도 장담하기 어려운 최악의 상황에 몰렸다.
LG 주전 유격수 오지환도 지난 주말 KIA와의 3연전 결과에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9타수 1안타로 타격감이 좋지 못했던 데다 팀까지 연거푸 패전의 쓴맛을 보면서 여러 가지로 아쉬움이 컸다.
LG와 오지환은 일단 SSG 랜더스를 제물로 반등에 성공했다. 20~22일 잠실에서 열린 주중 3연전에서 위닝 시리즈를 챙겼다. 22일 게임의 경우 오지환이 4타수 4안타 1홈런 3타점 3득점 1볼넷으로 맹타를 휘두르고 13-3 대승을 견인했다.
하지만 LG의 현재 위치는 시즌 62승 53패 2무로 여전히 3위다. 2위 삼성 라이온즈(64승 53패 2무)를 1경기 차로 쫓고 있지만 1위 KIA는 최근 6연승을 질주하면서 70승 46패 2무로 7.5경기 차로 도망갔다. 잔여 경기 일정을 감안하면 LG가 극적으로 선두를 탈환하는 그림은 이뤄지기가 쉽지 않다. 외려 4위 두산 베어스(62승 57패 2무)도 2경기 차로 LG를 바짝 추격하는 걸 더 신경 써야 한다.
오지환도 LG가 어려운 입장에 놓여있다는 걸 부정하지 않고 있다. 22일 게임을 마친 뒤 "아직 (1위에 대한) 미련을 내려놓은 건 아니다. 순위 싸움을 하는데 내려놓을 수는 없는 일"이라면서도 "어차피 (KIA에게 지난 주말) 3경기를 졌기 때문에 그냥 조금 더 편안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지환은 긍정을 잃지 않고 있다. LG가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길고 긴 암흑기를 딛고 이제는 당당히 매년 가을야구 다툼을 이어가고 있는 강팀이 됐다는 데 더 초점을 두고 있다.
LG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다. 2023 시즌에는 1994 시즌 이후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숙원이었던 트윈스의 'V3'를 달성하고 한을 풀었다.
오지환은 KT 위즈와 맞붙은 2023 한국시리즈를 자신을 위한 무대로 만들었다. 5차전까지 타율 0.316(19타수 6안타) 3홈런 8타점 OPS 1.351로 맹타를 휘두르고 MVP를 거머쥐었다. 특히 LG가 5-7로 뒤진 3차전 9회초 2사 후 쏘아 올린 역전 결승 3점 홈런은 LG는 물론 한국시리즈 역사상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로 역사에 남게 됐다.
오지환은 "순위 경쟁을 하는 자체가 즐거움이다. LG가 지금 상위권에 있으면서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고 본다"며 "우리 전력을 바라보는 평가가 선두를 유지해야 한다는 시선이 많다. (최근 결과가) 아쉬울 뿐이지 사실 재밌는 경기를 하고 있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또 "(한국) 시리즈에 간다고 하면 거기서 (KIA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다. 오히려 떨리는 건 그(KIA)쪽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봤을 때는 정규시즌 순위에서 우위를 점할 수는 있어도 시리즈는 단기전이고 무조건 4경기를 먼저 이기는 팀이 우승이다. 이 부분이 우리에게 더 이점이 되지 않을까 긍정적인 것만 생각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오지환은 현재 LG 팀 내 분위기도 크게 처진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자신을 비롯해 김현수, 박해민, 박동원 등 베테랑들과 함께 후배들을 독려하면서 후반기 잔여 경기 기간 동안 최대한 많은 승리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오지환은 "(KIA에게) 진 건 진 거고 이 안에서 또 긍정적인 부분을 찾아야 한다. 연패를 당하면 어떤 실수가 있었는지 찾아보거나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는 게 첫 번째"라며 "다행히 우리 팀에는 투지 넘치는 베테랑들이 많다. 조금만 얘기해도 알아듣고 행동하고 있다. 후배들도 잘 따라오고 있기 때문에 팀 상황이 나쁘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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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