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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사나이' 조코비치, 나달-페더러 시대 '굿바이'

기사입력 2011.09.14 07:57 / 기사수정 2011.09.14 09:01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지난 5년 동안 로저 페더러(30, 스위스, 세계랭킹 3위)와 라파엘 나달(25, 스페인, 세계랭킹 2위)의 라이벌 대결은 최고의 볼거리였다.

남자 테니스 역사상 최고의 라이벌로 불린 이들의 라이벌전은 테니스 팬들의 즐겁게 했다. 지난해 황제의 자리에 있던 페더러가 주춤하는 사이, 나달은 롤랑가로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 등을 차례로 제패하며 '1인자'로 우뚝섰다.

올해도 나달과 페더러와의 라이벌 구도는 여전히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나달과 페더러는 가장 높은 곳에서 내려와야만 했다. 지난해까지 세계랭킹 3위에 머물던 노박 조코비치(24, 세르비아, 세계랭킹 1위)가 무섭게 치고 올라왔기 때문이다.

조코비치는 13일(한국시각) 미국 뉴욕 플러싱 메도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US오픈 남자단식 결승에서 라파엘 나달을 3-1로 제압했다. 올 시즌 나달과 결승전에서 6차례 만나 모두 승리를 거뒀다.

이번 승리로 조코비치는 올 시즌 64승 2패를 기록했다. 프랑스오픈 준결승전에서 페더러에 덜미를 잡혔고 신시내티 마스터스 결승전에서 앤디 머레이(24, 영국, 세계랭킹 4위)에 기권패를 당했다.

어깨 부상으로 머레이에 기권패를 당한 것을 제외하면 실제로 경기를 펼쳐 패한 것은 단 한 번뿐이다. 특히, 프랑스오픈에서 페더러에 패하기 전까지는 43연승 행진을 달렸다. 조코비치는 올 시즌 승률 96.97%를 기록해 1984년 존 매켄로(미국)가 세운 역대 시즌 최고 승률인 96.47%(82승 3패)를 넘어섰다.

페더러와 나달의 '2강구도'에 가려져있었던 조코비치는 어느새 '97%의 사나이'가 됐다. 올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 결승전에서 조코비치에 패한 머레이는 "조코비치가 오늘같이 경기를 한다면 그 누구도 그를 이기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머레이의 발언은 그대로 적중했고 조코비치에게 패배는 없었다. 조코비치는 흠잡을 때 없는 포핸드와 백핸드를 지녔다. 여기에 네트 앞에서 펼쳐지는 플레이에 능숙하고 리턴도 안정됐다. 모든 요소에서 완벽한 기량을 갖췄지만 위기 상황에서 약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지난해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서 조코비치는 신들린 나달의 분위기에 압도당했다. 두려움을 털어내지 못한 그는 준결승전까지 보여준 기량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그러나 1년 뒤, 같은 장소에 나타난 조코비치는 전혀 다른 선수로 변해있었다. 조코비치는 준결승전에서 페더러에 내리 2세트를 내주며 0-2로 몰려있었다. 3세트 3-5로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그에게 두려움은 없었다. 끝까지 냉정을 잃지 않았고 집중력에서도 페더러에 앞서있었다.

조코비치의 흔들리지 않은 수비력에 당황한 페더러는 실수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코비치는 내리 4게임을 따내며 위기를 모면했고 결국, 대역전극을 펼치며 결승에 안착했다.

조코비치는 97%의 압도적인 승률을 기록했지만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나달과 페더러, 그리고 머레이 등과는 늘 접전을 펼쳤고 의외의 선수를 맞아 고전한 적도 있었다.

지난해의 조코비치라면 덜미를 잡힐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두려움을 없앤 조코비치는 '패배를 모르는 사나이'로 성장했다.

나달과의 US오픈 결승전에서 승부처는 2세트였다. 나달은 2-0으로 앞서고 있었고 한 게임만 더 따내면 2세트를 이길 확률이 높았다.

2세트 세 번째 게임은 매우 치열했다. 서로 듀스를 주고받으며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지만 최종 승자는 조코비치였다. 접전을 펼치는 상황에서 조코비치는 실수가 나오지 않았지만 나달은 결정적인 더블 폴트를 범하며 이 게임을 내주고 말았다.

1-2로 따라잡은 조코비치는 이 기세를 밀어붙여 2세트를 따내고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는 정신력은 갖춘 조코비치는 페더러-나달의 구도를 종식시키고 새로운 '황제'에 등극했다.

조코비치에게 남은 것은 커리어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대회 모두 우승)이다. 하드코트에 장점을 가지고 있는 조코비치는 상대적으로 클레이코트에 약하다. 올 시즌, '클레이의 황제' 나달을 상대로 마드리드 오픈과 이탈리아 인터내셔널 오픈에서 승리를 거뒀지만 아직 프랑스오픈 우승 경험은 없다.

페더러와 나달의 시대를 종식시킨 조코비치는 이들에 이어 현역 선수들 중, 세 번째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도전한다.



[사진 = 노박 조코비치 (C) US오픈 공식 홈페이지 캡쳐,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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