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숨길 수 없는 손흥민의 두 얼굴이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리빙 레전드로 발돋움하며 토트넘을 넘어 최고의 공격수로 인정받고 있지만 정작 단상 위에 올라 높이 치켜 든 트로피가 없다. 그래서일까. 손흥민도 토트넘에서의 중요한 목표로 트로피 획득을 숨기지 않는다.
손흥민에게 마지막으로 부족한 게 우승이라는 영국 매체의 냉철한 평가가 나왔다.
영국 축구매체 '기브미스포츠'는 지난 18일(한국시간) 토트넘 역대 최고의 7번을 논하면서 손흥민을 1위로 올려놨다. 하지만 매체는 손흥민의 아쉬운 점도 지적했다. 손흥민 잘못이라기보다는 구단의 잘못인데 우승 트로피가 없다는 점이다.
'기브미스포츠'는 손흥민에 대해 "현재 토트넘 주장을 맡고 있는 손흥민은 역대 최고의 7번으로 평가되고 있다"며 "9년 전 2200만 파운드(약 385억원)에 영입된 손흥민은 적응하는 데 시간이 다소 걸렸지만 결국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윙어 중 한 명이 됐다. 토트넘 역대 최다 득점 순위 5위를 차지했고, 여러 찬사를 받았다"고 했다.
손흥민의 개인상도 거론했다. 그는 "가장 주목받을 것은 2020년에 국제축구연맹(FIFA) 푸스카스 상을 받았다는 점이다. 또 2021-2022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도 수상했다"고 치켜세웠다.
토트넘 최고의 7번을 지목하는데 로열티, 충성심이 빠질 수 없다. 매체는 "손흥민은 토트넘 입단 후 세계 최고의 팀들 영입 제안을 받았다"면서 항간에 떠돌았던 리버풀 혹은 레알 마드리드 이적설이 사실일 수 있음을 귀띔한 뒤 "그러나 항상 토트넘에 충성했다. 모든 경기에서 7번을 달고 뛰었다"고 손흥민 축구 인생에서 토트넘이 갖는 의미도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을 지적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우승 트로피가 하나도 없다.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2위를 몇 차례 한 것이 전부다. '기브미스포츠'도 "손흥민이 놓친 건 팀 트로피 뿐"이라며 "토트넘에 합류한 뒤 2번의 결승전에서 패했다"고 했다.
매체 설명대로 손흥민은 두 차례 결승전에 오른 적이 있었다. 우선 2018-201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랐다. 8강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1, 2차전 합쳐 3골을 기록하며 거함을 쓰러트린 손흥민은 특히 당시 부상 중이었던 주포 해리 케인의 공백을 말끔히 메웠다.
준결승에선 루카스 모우라의 해트트릭 등이 나오면서 네덜란드 명문 아약스에 짜릿한 뒤집기를 일궈냈다.
하지만 결승전이 참혹했다. 전반 초반 페널티킥으로 실점한 토트넘은 후반전에 추가골을 얻어맞으며 무너졌다. 0-2로 패했다. 손흥민은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고, 부상에서 돌아왔던 케인 역시 큰 힘을 쓰지 못했다. 결국 손흥민은 토트넘에서의 첫 우승 기회를 허망하게 날렸다.
2020-2021시즌에도 우승할 기회가 있었다. 조세 무리뉴 감독 지휘 아래 리그컵에서 승승장구하며 결승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승 직전 무리뉴 감독이 돌연 경질되면서 팀이 뒤숭숭한 분위기를 연출하더니 결국 맨시티에 졌다. 손흥민도 눈물을 흘렸다.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한 차례 2위를 차지한 것이 최고 성적이다. 손흥민이 "이 팀에서 뭔가 하나를 이루고 싶다"고 하는 이유가 다 있다.
손흥민은 2015년 토트넘 입단 후 9년 동안 활약하면서 토트넘에 없어서는 안 될 구단 레전드로 발돋움했다. 토트넘 통산 득점 5위(162골)를 기록했고 토트넘 역대 14번째 400경기 출전(408경기)에 성공하며 구단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지난 2021-2022시즌엔 리그 23골로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와 함께 공동 득점왕을 차지하며 아시아 선수 최초의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타이틀도 얻었다.
지난 시즌엔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으로부터 주장으로 임명되며 구단 최초의 비유럽 출신 주장 완장을 달게 됐다. 이미 2018년부터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을 맡아왔던 손흥민은 토트넘에서도 주장을 맡으며 친구같은 리더십으로 토트넘 선수단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손흥민은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이끌던 2022-2023시즌엔 프리미어리그 10골을 간신히 채울 만큼 부진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온 지난 시즌에 달라졌다.
프리미어리그에서 17골을 넣었고, 최종전인 셰필드 유나이티드전에선 10호 도움을 올리며 단일 시즌 10골-10도움을 통산 3회 기록하게 됐다. 첼시 레전드 디디에 드로그바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대단한 기록이고 언론에서도 주목 받았다. 10골-10도움을 일궈낸 횟수로는 공동 5위에 자리잡았다. 프리미어리그의 리빙 레전드 자격이 있음을 한 번 더 알린 셈이다.
손흥민이 토트넘 역대 최고의 7번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영표와 함꼐 활약하며 국내에도 잘 알려진 애런 레넌, 잉글랜드 국가대표 감독까지 했던 글렌 호들, 왕년의 스타 오스발도 아르딜레스 등이 손흥민 발 아래 있다.
우승컵이 손흥민의 마지막 과제다.
손흥민도 토트넘을 떠나기 전까지 우승컵을 추가하고 싶다고 밝혔다. 손흥민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재계약 여부를 묻는 질문에 "난 여전히 뭔가를 이뤄내고 싶다. 내가 이 클럽의 전설이 될지를 결정하는 건 내 몫이 아니다. 난 여기서 뭐든 우승하고 싶기 때문에 나 스스로를 전설이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다. 그게 바로 내가 이렇게 헌신하는 이유"라며 "난 안지 포스테고글루 감독과 함께하는 미래가 밝다고 생각한다. 함께 더 많은 걸 성취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발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지금도 새 선수들이 오면 따뜻한 문자와 인사를 보내며 토트넘에 적응하도록 돕는다. 실력은 물론 헌신과 인성까지 최고의 7번이 되기에 부족하지 않다. 2% 남은 과제가 있다면 바로 우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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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