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사 만루 위기→8연속 직구로 2K, 강심장 인증한 김택연..."도망칠 생각 없었다" [수원 현장]

(엑스포츠뉴스 수원, 김지수 기자) 두산 베어스가 자랑하는 슈퍼루키 김택연은 역시 '강심장'이었다. 위기에서 과감하게 자신의 공을 꽂아 넣는 과감함으로 팀 승리를 지켜냈다. KBO리그 고졸 신인 단일 시즌 최다 세이브 신기록 작성도 눈앞에 뒀다.

두산은 17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의 팀 간 13차전에서 3-2로 이겼다. 지난 16일 4-0 완승의 기세를 몰아 주말 3연전 위닝 시리즈를 확보했다. 연승 숫자도 '3'까지 늘리면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두산은 이날 선발투수 곽빈이 7⅔이닝 5피안타 2볼넷 4탈삼진 2실점 호투로 팀 승리의 발판을 놨다. 곽빈은 최고구속 154km를 찍은 위력적인 직구를 앞세워 KT 타선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두산 벤치는 3-2로 앞선 9회말 정규이닝 마지막 수비에서 '클로저' 김택연에게 승리까지 남은 아웃 카운트 3개를 맡겼다. 김택연은 선두타자 오재일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하지만 KT의 마지막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1사 후 황재균이 중전 안타로 출루하면서 두산과 김택연을 괴롭혔다. 이어 김상수의 내야 땅볼성 타구가 라이트에 들어가면서 두산 3루수 이유찬이 타구를 놓쳐 좌전 안타로 연결됐다.

김택연은 2사 1루 혹은 2사 2루가 아닌 1사 1·2루 고비에 몰렸다. 후속타자 배정대까지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으로 출루시키면서 1사 만루로 상황이 악화됐다.

열아홉 살 어린 투수에게는 가혹한 환경이었지만 김택연은 무너지지 않았다. 1사 만루에서 신본기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한숨을 돌렸다. 

신본기는 김택연의 초구 150km, 2구 151km짜리 직구에 배트를 휘둘렀지만 허공을 갈랐다. 김택연은 원 볼 투 스트라이크에서 4구째 152km짜리 직구로 승부했고 신본기를 더그아웃으로 돌려보냈다.



김택연은 계속된 2사 만루 위기도 이겨냈다. KT 박민석은 초구 152km짜리 직구에 헛스윙, 2구째 152km짜리 직구에 파울 타구가 나왔다. 스트라이크 존에서 벗어난 150km짜리 하이 패스트볼은 그냥 지켜봤지만 4구째 150km짜리 직구에 헛스윙했다. 

김택연은 두산의 3연승과 주말 3연전 위닝 시리즈를 멋지게 지켜냈다. 시즌 15세이브를 수확하고 나승현이 2006 시즌 롯데 자이언츠에서 기록한 고졸 신인 단일 시즌 최다 세이브(16) 기록에 1세이브만을 남겨뒀다.

김택연은 경기를 마친 뒤 "큰 고비가 있었지만 도망칠 생각은 없었다. 원래는 변화구도 섞어가며 상대하려 했는데, 2사 만루 상황이 되고 도망칠 곳 없었기 때문에 자신 있는 직구로만 승부했고 삼진을 잡겠다는 생각만 했다. 상위 타선으로 이어지기 전에 막는 것이 중요했는데 잘 막아서 다행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또 "최근 타이트한 상황에 올라간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오늘 경기도 앞으로 내가 성장하는데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택연은 이날 게임까지 2024 시즌 50경기 53⅔이닝 3승 1패 15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1.84의 특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됐던 신인왕은 사실상 김택연이 예약한 상태다. 김택연과 신인왕을 놓고 다툴 '대항마'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 

김택연의 퍼포먼스도 시즌을 거듭할수록 더 무시무시하다. 전반기 38경기 38⅓이닝 2승 무패 4홀드 8세이브 평균자책점 2.35, 후반기 12경기 15⅓이닝 1승 1패 7세이브 평균자책점 0.59의 성적을 찍고 있다. 나승현이 보유하고 있는 고졸 신인 단일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은 특별한 변수만 없다면 이달 중 달성이 유력하다. 

김택연은 일단 고졸 신인 세이브 기록에 대해서는 당장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지난 2월 프로 데뷔 시즌을 준비할 때처럼 부상 없이 페넌트레이스를 완주하고 팀 승리에 최대한 보탬이 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김택연은 "세이브 기록은 의식하지 않으려 한다. 매 순간 집중해서 던지다 보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목표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다치지 않고 시즌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사진=두산 베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