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17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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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깬 안세영 "협회와 시시비비 공방전 아냐, 상식선 운영 바란다"

기사입력 2024.08.16 20:10 / 기사수정 2024.08.16 20:49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2024 파리 올림픽 금메달 수확 후 대한배드민턴협회의 행정 등을 지적하는 작심 발언을 했던 배드민턴 국가대표 안세영이 일파만파 커진 논란과 관련해 자신의 정리해 내놨다.

안세영은 1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장문의 글을 올리고 "올림픽 우승 후 인터뷰 자리에서 부상에 대한 질문에 지난 7년간의 대표팀 생활이 스쳐가며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하게 되었다"며 "궁극적으로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불합리하지만 관습적으로 해오던 것들을 조금 더 유연하게 바뀌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에 대한 것"이라고 얘기했다.

이 글에서 안세영은 "특히 부상에 있어서는 모든 선수에게 정말 괴롭고 힘든 일이기에 저 또한 부상으로부터 잘 회복할 수 있는 여건과 지원을 바랐다"며 "각 선수가 처한 상황과 구체적인 부상 정도가 모두 다르기에 그에 맞는 유연하고 효율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기를 원했지만 현실에서 맞닿은 상황은 전혀 그렇지 못해 크게 실망했고 안타까웠다"고 지적했다.

그는 "배드민턴이 비인기종목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더 좋은 쪽으로 변화해 나간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국민들이 즐기는 스포츠가 될 수 있고, 재능 있는 인재도 많이 유입될 것이다. 건강한 환경에서 선수들이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고 국민 분들의 따뜻한 응원도 받을 수 있다. 그것은 모두 다 협회의 성과가 될 것"이라고 긍적적인 변화가 선수와 협회, 나아가 배드민턴이라는 종목에 '윈윈'이 될 것이라 내다봤다.

안세영은 "저는 협회와 시시비비를 가리는 공방전이 아닌 제가 겪은 일에 대한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있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고 조만간 그런 자리를 가지기를 바라고 있다"며 "시스템, 소통, 케어 부분에 대한 서로의 생각 차이를 조금씩 줄이고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상식선에서 운영 되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다행히도 체육회와 문체부에서 진상을 파악하실 것이라는 소식을 확인했다. 문체부와 체육회에서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협회와 선수가 원활하게 소통이 되고 있는지 선수들의 목소리에도 꼭 귀를 기울여 주시는 것"이라며 "지금부터는 협회 관계자 분들이 변화의 키를 쥐고 계신만큼 더 이상 외면하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행동해 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안세영은 5일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하계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세계랭킹 9위 허빙자오를 게임 스코어 2-0(21-13 21-16)으로 완파하고 금메달을 수확했다. 지난해 코펜하겐 세계선수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연속 우승한 안세영은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까지 목에 걸며 다시 한 번 최정상에 올라 '안세영의 시대'를 직접 알렸다.

그런데 이날 안세영의 금메달보다 화제가 된 건 금메달 획득 이후 안세영의 발언이었다. 결승전 직후 인터뷰에서 안세영은 부상에 대한 질문에 "내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협회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대표팀에게 많은 실망을 했다.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는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중에 자세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힘들었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계속 배드민턴 발전을 위해서 내 기록을 위해 계속 뛰고 싶지만 협회에서 어떻게 해주실지는 잘 모르겠다. 앞으로 저는 그냥 배드민턴만 할 수 있다면 어떤 상황도 다 견딜 수 있을 것 같다"고 '폭탄 발언'을 했다.



안세영의 발언에 배드민턴협회를 향한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국가대표 운영은 전반적인 행정 하나하나가 도마에 올랐다. 다만 파리 올림픽이 막바지에 다다랐던 시점, 대회를 마치고 귀국한 안세영의 입에 시선이 몰리자 안세영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올림픽에 나선 선수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고, 올림픽이 모두 끝난 뒤 입장을 밝히겠다고 알렸다.

안세영은 "나의 이야기로 많은 분들을 놀라게 해 드려 마음이 매우 무겁다.  특히, 수많은 노력 끝에 올림픽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가장 죄송하다. 나의 발언으로 인해 축하와 영광을 마음껏 누리셔야 할 순간들이 해일처럼 모든 것을 덮어 버리게 됐다. 선수분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항까지 걸음 하셨던 기자 분들과 나의 입장을 기다리고 계신 많은 분들께도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나의 생각과 입장은 올림픽 경기가 끝나고 모든 선수들이 충분히 축하를 받은 후 말씀 드리도록 하겠다"고 덧붙였고, 대회가 끝난 뒤 배드민턴협회가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자신의 입장을 알렸다.

안세영의 인터뷰에 김택규 배드민턴협회장은 "나와 선수, 협회와 선수는 갈등이 없었다"고 얘기했고, 협회는 10페이지 분량의 보도자료를 내고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과정에서 몸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선수의 대회 참가여부 의사를 무시한채 무리하게 국제대회에 참가시킨 대회는 없었다"고 말하는 등 안세영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하지만 안세영의 발언을 기점으로, 곪은 상처가 터진 듯 배드민턴협회에 대한 갖가지 폭로가 쏟아지며 배드민턴계를 두고 벌어진 논란은 쉬이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한 매체는 "지난 2월 안세영의 부모님은 소속팀에서의 재활과 전담 트레이너 배정을 요구하면서 대표팀의 선수촌 내 생활 문제 개선을 함께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중학교 3학년이던 2017년 처음 국가대표에 발탁된 안세영은 7년 내내 대표팀에서 막내 생활을 해왔는데, 선배들의 끊어진 라켓줄을 갈거나 선배 방의 청소를 한 것은 물론, 일부 선배들의 빨래까지 도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촌 내 만연했던 악습이 폭로되면서 안세영이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상식선에서의 운영"을 외치는 이유가 있다는 분위기다.



다음은 안세영의 입장문 전문. 

안녕하세요, 안세영입니다. 배드민턴을 시작한 후 많은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 덕분에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영광까지 안게 되었습니다.
부모님, 동생 그리고 가족들, 못난 제자지만 저를 여기까지 이끌어 주셨던 선생님들, 그리고 저와 인연을 맺은 감사한 동료 선후배들, 선수촌에서 케어 해주시고 끼니도 챙겨 주시며 응원해주신 모든 선수촌 식구들, 마지막까지 훈련해 준 파트너들, 든든한 소속팀, 그리고 이겼을 때나 졌을 때나 저에게 힘을 주신 국민분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셀 수도 없을 많은 분들의 염원과 응원 덕분입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올림픽 우승 후 인터뷰 자리에서 부상에 대한 질문에 지난 7년간의 대표팀 생활이 스쳐가며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말의 파장이 올림픽 기간에 축하와 격려를 받아야 할 선수들에게 피해를 주었습니다. 스무살이 넘었지만 그 동안 운동과 훈련만 파고 들며 열심히 했지, 지혜롭게 인생을 헤쳐 나가는 방법은 아직 한참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다시 한번 모든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 선수와 관계자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과 심려를 끼쳐드린 국민 분들께 죄송합니다.

현재 저에 관해 많은 기사들이 나오고 있지만 제가 궁극적으로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불합리하지만 관습적으로 해오던 것들을 조금 더 유연하게 바뀌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에 대한 것입니다. 

특히 부상에 있어서는 모든 선수에게 정말 괴롭고 힘든 일이기에 저 또한 부상으로부터 잘 회복할 수 있는 여건과 지원을 바랐습니다. 각 선수가 처한 상황과 구체적인 부상 정도가 모두 다르기에 그에 맞는 유연하고 효율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기를 원했지만 현실에서 맞닿은 상황은 전혀 그렇지 못해 크게 실망했고 안타까웠습니다.

"너만 그런 게 아니다' 넌 특혜를 받고 있잖아'라는 말로 문제를 회피하기 보다 한번 해보자,'그게 안되면 다른 방법을 함께 생각해보자' 라는 말 한마디로 제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분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저는 배드민턴이 비인기종목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더 좋은 쪽으로 변화해 나간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국민들이 즐기는 스포츠가 될 수 있고, 재능 있는 인재도 많이 유입될 것입니다. 건강한 환경에서 선수들이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고 국민 분들의 따뜻한 응원도 받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모두 다 협회의 성과가 될 것입니다. 이런 행복한 일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협회와 시시비비를 가리는 공방전이 아닌 제가 겪은 일에 대한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있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고 조만간 그런 자리를 가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매 순간 아니다, 나쁘다, 틀렸다가 아니라 이런 부분들이 바뀌어야 다 함께 더 발전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시스템, 소통, 케어 부분에 대한 서로의 생각 차이를 조금씩 줄이고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상식선에서 운영 되어 주시기를 바라는 것 뿐입니다.

다행히도 체육회와 문체부에서 진상을 파악하실 것이라는 소식을 확인했습니다. 누군가가 관심을 갖고 점차 규정과 시스템이 바뀌며 변화해 나간다면 저 뿐만 아니라 미래의 선수들도 조금 더 운동에 집중하고 케어 받는 환경에서 운동을 해 나갈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문체부와 체육회에서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협회와 선수가 원활하게 소통이 되고 있는지 선수들의 목소리에도 꼭 귀를 기울여 주셨으면 합니다.

지금부터는 협회 관계자 분들이 변화의 키를 쥐고 계신만큼 더 이상 외면하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행동해 주셨으면 합니다. 합리적인 시스템 아래에서 선수가 운동에만 전념하며 좋은 경기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 드립니다.

그리고 이번 일로 배드민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배드민턴에 대한 변함없는 관심, 격려를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지금 발목과 무릎 부상 때문에 시합에 출전하지 못하지만 재활을 잘 마무리 하고 저는 다시 선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배드민턴 코트 위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도 아직 부족한 것 투성이고 모자란 것이 많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나서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기에 두렵지만 나서게 됐습니다. 앞으로 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고 자칫하면 배드민턴을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무섭게 밀려듭니다. 하지만 그동안 받은 국민분들의 응원과 관심에 보답하고자 고민한 끝에 이 글을 쓰게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안세영 올림

사진=엑스포츠뉴스DB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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