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배드민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세영(22)이 이번 달 출전하기로 예정돼있던 국제대회에 모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13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안세영은 전날 소속팀 삼성생명을 통해 이러한 대회 불참 의사를 대한배드민턴협회에 전달했다. 안세영이 불참하는 대회는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750 일본오픈(20∼25일)과 슈퍼 500 코리아오픈(27일∼9월 1일)이다.
당초 안세영은 두 대회 모두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뛸 예정이었다. 명목상의 불참 이유는 무릎과 발목 부상이다.
안세영은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오른쪽 무릎 부상을 당했고, 한국시간으로 12일 막을 내린 2024 파리 올림픽 사전캠프에서 발목 힘줄을 다쳤다.
다만 안세영은 별다른 이상증세 없이 올림픽을 완주했고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에 따라 금메달 획득 직후 내놓았던 작심 발언과 그에 따른 후속 상황이 이번 불참 결정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세영은 지난 5일 시상식이 끝나고 부상 관리, 훈련 방식, 의사결정 체계 등을 비판하며 협회와 대표팀을 직격했다. 당시 안세영은 "내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협회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대표팀에게 많은 실망을 했다"며 "저는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는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중에 자세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 같다"라고 대표팀과의 결별을 시사했다.
이어 "처음 오진이 나왔던 순간부터 계속 참고 경기를 뛰었다"며 "지난해 연말 다시 재검진을 해보니까 무릎이 많이 안 좋았다. 파리 올림픽까지 시간도 많이 없었고 참고 뛰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또 "힘들었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계속 배드민턴 발전을 위해서 내 기록을 위해 계속 뛰고 싶지만 협회에서 어떻게 해주실지는 잘 모르겠다"며 "앞으로 저는 그냥 배드민턴만 할 수 있다면 어떤 상황도 다 견딜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안세영은 이와 함께 "대표팀에서 나간다고 올림픽에 못 나가는 건 아닌 것 같다. 단식만 뛴다고 선수 자격을 박탈하게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협회는 모든 걸 다 막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자유라는 이름으로 많은 방임을 하고 있다. 우리 배드민턴이 많은 발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데 금메달 하나 밖에 나오지 않을 걸 돌아봐야 하지 않는 시점이지 않나 싶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튿날 프랑스 파리의 대한체육회 코리아하우스에서는 안세영이 빠진 가운데 배드민턴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이 열렸는데, 혼합복식 은메달리스트인 김원호(삼성생명)-정나은(화순군청)을 향한 축하의 분위기보다는 안세영과 대표팀 전반에 관한 내용에 초점이 맞춰졌다.
김원호는 안세영과 관련된 질문을 받은 뒤 "(안세영과는) 종목 파트가 다르기 때문에 크게 (협회와 갈등이 있었다는 건) 느끼지 못했다"며 "현재 배드민턴 대표팀 분위기는 아무래도 많은 기사들이 나간 상태이기 때문에 좋다고는 말씀을 못 드리겠다. 안세영과는 (전날 여자 단식 결승 종류 후) 만나지 못했다"고 답했다.
또 "오늘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걸 고민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안세영 관련) 기사를 봤기 때문이다. 축하를 받아야 하는 자리인데 여러 가지로 우려스러운 마음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정나은의 경우 "안세영과 관련된 질문은 받지 않겠다"면서 선을 그었다.
체육회는 '안세영 본인 의사에 따른 불참'이라고 공지했으나 안세영은 귀국길에서 "내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한국 가서 다 얘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추가 폭로를 예고했다.
7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안세영은 "난 싸우려는 의도가 아니라 운동에만 전념하고 싶은 마음을 호소하기 위해, 그렇게 이해해 달라는 마음으로 말씀을 드린 것"이라며 "더 자세한 내용은 협회·소속팀과 상의한 뒤 말씀드리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후 대한배드민턴협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전반적인 대표팀 운영 방식을 조사하고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한편, 부상 관리 소홀, 국제대회 참가 지시 등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은 안세영보다 먼저 귀국길에 오른 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그런 적 없다. 나도 (안세영이) 안 나온 게 좀 의아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심적으로는 가슴이 아프다. 사실 (배드민턴)협회에서 무슨 잘못을 많이 한 것처럼 보이는데 보도 자료를 보면 이해할 부분이 많을 것"이라며 "나와 선수, 협회와 선수는 갈등이 없었다. 안세영은) 제대로 다 선수 생활을 했다. (부상) 오진이 났던 부분에 관해서만 파악해서 보도자료로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대한배드민턴협회가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는 안세영의 주장이 모두 반박됐다. 협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안세영 선수는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올림픽 참가자격을 획득하고 1번시드를 획득, 유지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으며, 우리 협회에서는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과정에서 몸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선수의 대회 참가여부 의사를 무시한채 무리하게 국제대회에 참가시킨 대회는 없었음을 말씀드린다"라고 말했다.
협회는 이어 "'벌금 때문에 무리한 대회 참가를 지시했다’는 부분에 대하여는 세계배드민턴연맹에서는 선수의 부상에 적절한 진단서(의사가 해외여행을 금지하는 내용의 진단서)를 세계연맹으로 제출후 면제 승인을 받을 경우 벌금 및 제제를 면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벌금 규정 때문에 부상 입은 선수를 무리하게 국제대회 출전시킨 사례는 없었으며, 안세영 선수 역시 항저우 아시아경기대회 이후 2023년 덴마크 오픈, 프랑스 오픈에 불참하는 과정에서 구비서류를 제출 후 세계배드민턴연맹으로부터 어떠한 벌금과 제재를 받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파리 입성 직후 당한 발목 부상에 대해서도 협회는 자세히 설명했다.
협회는 "파리플랫폼에 도착한 이틀 뒤 안세영 선수는 훈련 중 불의의 발목 부상을 당했다. 발목 힘줄 손상 소견으로 대한체육회와 협의 아래 체육회 의무팀 치료 지원과 파리 내 한의원 진료 지원이 가능했으나 안세영 선수가 치료를 받기 원해 지명한 한의사를 서울에서 섭외, 신속하게 파리로 파견(7월22일 인천 출국→8월4일 파리 출국)해 1100만원 이상의 경비를 소요하며 치료를 지원한 바 있다"라고 밝혔다.
협회 보도자료가 나오고 하루 뒤 안세영은 SNS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안세영은 "수많은 노력 끝에 올림픽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가장 죄송하다. 제 이야기로 많은 분들을 놀라게 해 드려 마음이 매우 무겁다"며 "제 발언으로 축하와 영광을 마음껏 누리셔야 할 순간들이 해일처럼 모든 것을 덮어 버리게 됐다. 선수분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대한배드민턴협회와 대표팀에 대한 구체적인 불만 사항은 올림픽이 끝난 뒤 공개하겠다는 계획도 내비쳤다.
안세영은 "제 입장을 기다리고 계신 많은 분들께도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올림픽 경기가 끝나고 모든 선수들이 충분히 축하를 받은 후 제 생각과 입장을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안세영이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선수 부상 관리, 선수 육성 및 훈련 방식, 협회의 의사결정 체계, 대회 출전 등에 관한 문제점을 지적하자 문화체육관광부가 협회를 조사하고 나섰다.
문체부는 이번 안세영과 배드민턴협회와의 갈등을 들여다보면서 ▲국가대표 선발 과정의 공정성 및 훈련과 대회출전 지원의 효율성 ▲협회의 후원 계약 방식이 '협회와 선수 사이에서 균형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 ▲배드민턴 종목에 있는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 제한 제도의 합리성 ▲선수의 연봉체계에 불합리한 점이 없는지를 함께 파악해보겠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이번 조사는 단순히 '협회가 선수 관리를 적절히 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제기됐던 여러 현안에 관해 의견을 수렴하게 될 것"이라며 "배드민턴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 발전에도 파급될 수 있는 미래지향적 방안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사단장은 문체부 이정우 체육국장이 맡는다. 문체부 직원과 산하기관인 스포츠윤리센터 조사관 등 10명 이상이 조사단에 합류한다.
한편, 올림픽 멤버 가운데 두 대회에 불참 의사를 밝힌 선수는 현재로선 안세영이 유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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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