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프랑스 파리, 김지수 기자) '삐약이'가 3년 전 자신을 울렸던 독일에게 아픔을 갚아줬다. 멋진 설욕과 함께 파리에서 또 한 번 포디움에 올랐다. 언니들과 메달을 목에 걸고 웃고 싶다는 바람이 현실로 이뤄졌다.
신유빈, 전지희, 이은혜로 구성된 대한민국 여자 탁구 국가대표팀은 10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독일을 게임 스코어 3-0으로 꺾었다.
한국은 이날 1게임 신유빈-전지희가 여자 복식에서 혈투 끝에 3-2(11-6 11-8 8-11 10-12 11-8), 2단식에서 이은혜가 3-0(11-8 11-9 11-2), 3단식에서 전지희가 3-0(11-6 11-6 7-4)으로 독일을 누르면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국 여자 탁구의 하계 올림픽 단체전 동메달은 2008 베이징 대회 이후 16년 만이다. 당시 김경아, 당예서, 박미영이 일본을 꺾고 포디움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한국 여자 탁구는 이후 2012 런던, 2016 리우데자네이루, 2020 도쿄(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2021년 개최) 대회에서 메달리스트를 배출하지 못했다. 세계 최강 중국은 물론 일본, 최근 실력이 급성장한 유럽 국가들에 밀리면서 탁구 강국의 명성에 금이 갔다.
한국 여자 탁구는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부활의 날갯짓을 폈다. 대표팀 막내이자 에이스 신유빈의 기량이 급성장하면서 두 개의 메달을 얻게 됐다.
신유빈은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임종훈과 호흡을 맞춘 혼합 복식 종목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2 런던 대회 남자 단체전 은메달 이후 12년 만에 탁구 종목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는 기쁨을 맛봤다.
신유빈은 여자 단식에서도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포디움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최종 4위로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신유빈은 여자 복식에서도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번 대회 출전한 3개 종목 모두 준결승 무대를 밟으면서 대표팀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한국은 여자 단체전 16강에서 브라질을 매치 점수 3-1로 꺾으며 순조로운 첫발을 뗐다. 8강에서 만난 북유럽 탁구 강호 스웨덴을 매치 점수 3-0으로 완파하고 준결승에 안착했다.
준결승에서는 세계 최강 중국과 기량 차를 절감하면서 매치 점수 0-3으로 패했지만 빠르게 아픔을 털어냈다. 독일을 제물로 이번 대회 두 번째 메달을 수확해 냈다. 신유빈은 혼합복식에 이어 자신의 올림픽 커리어 두 번째 메달을 빠르게 추가, 기분 좋게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신유빈은 동메달 결정전 상대가 독일이었기 때문에 승리를 향한 의지를 더 불태울 수밖에 없었다. 3년 전 도쿄에서 대한민국 탁구 역대 최연소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기록을 세웠지만 메달을 손에 넣지 못했다. 신유빈은 여자 단식 32강에서 홍콩의 두호이캠에게 패하며 탈락한 데 이어 단체전에서도 8강에서 고배를 마셨다.
신유빈은 도쿄 올림픽 여자 단체전 8강전 당시 첫 게임 복식에서 전지희와 호흡을 맞췄다. 산샤오나-페트리자 솔야 조를 게임 스코어 3-2로 누르고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단식에서는 최효주가 한잉에게 게임 스코어 0-3으로 완패했고, 이어 3단식에선 전지희가 솔야를 게임 스코어 3-0으로 이겨 매치 점수 2-1로 앞섰다.
신유빈이 승부를 끝낼 수도 있었지만 한잉에 밀려 게임 스코어 1-3으로 지면서 흐름이 묘해졌다. 결국 최효주가 산샤오나에게 게임 스코어 0-3으로 지면서 준결승 티켓을 독일에 내줘야 했다. 신유빈은 한국의 역전패가 확정된 뒤 아쉬움에 눈물을 쏟아냈다.
신유빈이 도쿄의 아픔을 씻어내기까지 필요했던 시간은 3년이면 충분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여자복식 은메달과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복식 금메달에 이어 파리에서는 혼합복식, 단체전 동메달을 추가했다. 신유빈을 울렸던 독일에게 멋진 복수에 성공한 건 덤이었다.
신유빈은 파리 올림픽 개막 후 이번 대회에 출전한 대한민국 선수단 전체를 통틀어 가장 많은 경기를 뛰었다. 혼합 복식 16강(독일)-8강(루마니아)-4강(중국)-동메달 결정전(홍콩) 4경기, 여자 단식 64강(호주 테이퍼 멜리사)-32강(헝가리 포타 조르지나)-16강(미국 장 릴리)-8강(일본 히라노 미우)-준결승(중국 첸멍)-동메달 결정전(일본 하야타 히나) 6경기 등을 소화한 뒤 여자 단체전에 나섰다.
단체전에서도 16강-8강-4강-동메달 결정전까지 4경기를 더 소화하면서 총 14게임을 뛰었다. 단체전에서 1복식 경기만 나서기는 했지만 올림픽 무대의 중압감과 긴장감을 고려하면 심신에 가해지는 데미지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신유빈은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올림픽에서 뛸 수 있는 기회가 언제나, 또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게 아닌 만큼 매 순간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신유빈은 지난 8일 단체전 준결승 패배 직후 "정말 이제 파리 올림픽 마지막 경기만 남았다. 후회 없는 게임을 하고 싶고"며 "동메달 결정전 하나에 내 모든 걸 쏟아 부어서 언니들과 꼭 메달을 따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신유빈은 자신의 소망을 이뤄냈다. 언니들과 함께 파리 포디움에 올라 동메달을 목에 거는 해피 엔딩을 맞이했다. 3년 전 도쿄에서는 슬픔의 눈물이었지만 파리에서는 기쁨 가득한 눈물을 흘릴 수 있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