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이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안세영이 입국장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나누고 있다. 박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인천공항, 김정현 기자)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뒤 대한배드민턴협회 등을 비판한 발언으로 주목받은 안세영(삼성생명)이 귀국했다.
안세영은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장에 돌아왔다. 안세영을 비롯해 배드민턴 대표팀, 사격 대표팀, 체조 대표팀이 같이 돌아왔다.
안세영이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공항을 찾은 팬들이 "화이팅"을 외치며 안세영을 응원했다. 안세영도 환한 미소로 화답한 뒤, 취재진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안세영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일단 내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나는 정말 싸우려고 하는 의도가 아니라 나는 정말 운동에만 전념하고 싶은 그런 마음을 호소하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이해해 달라는 마음으로 말씀을 드린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여기서 이제 막 도착을 했는데 아직 제가 협회랑도 이야기한 게 없고 또 팀이랑도 아직 상의된 게 없어서 더 자세한 거는 내가 (협회와)상의한 후에 말씀드리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오전에 입국한 배드민턴협회장이 안세영과 갈등이 없었다고 말한 점에 대해서도 안세영은 "이 또한 더 상의해보고 말씀드리도록 하겠다. 이제 내가 도착했다"라고 밝혔다.
파리 현지 기자회견도 나오지 않은 점에 대한 질문이 들어오자, 안세영은 "이 부분도 정말 논란이 많더라. 이 부분도 말을 자제하도록 하겠다. 왜냐하면 내가 아무것도 협회랑도, 팀이랑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최대한 빨리 팀과 이야기하고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이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안세영이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인천공항, 박지영 기자
후속 질문이 나오려는 순간, 안세영은 뒤에 있던 한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눈 뒤, 곧바로 공항 외부에 있는 소속팀 삼성생명 버스에 몸을 실었다. 예상보다는 싱거운 답변이었다.
격동의 하루였다. 앞서 안세영은 귀국을 위해 프랑스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제 입장은 한국 가서 다 얘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상황이) 많이 복잡하다. 한국에 가서 이야기해드리겠다"고 거듭 말했다.
안세영은 샤를 드골 공항에서 "많은 선수가 축하받아야 할 자리인데 축하받지 못하는 것 같아 너무 미안하다"며 "그럴 의도는 아니었지만 그렇게 비치는 것 같다. 축하받아야 할 선수들은 축하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폭탄 발언'으로 인해 은메달을 따고도 무거운 분위기에서 지난 6일 기자회견에 임한 혼합복식 김원호-정나은 조에 대한 미안함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몇 시간 뒤 대한배드민턴협회 김택규 회장이 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고 안세영 폭탄 발언에 대해 사실상 반박했다. 김 회장은"심적으로는 가슴이 아프다. 사실 (배드민턴)협회에서 무슨 잘못을 많이 한 것처럼 보이는데 보도자료를 보면 이해할 부분이 많을 것"이라며 "나와 선수, 협회와 선수는 갈등이 없었다"며 "(안세영은) 제대로 다 선수 생활을 했다. (부상) 오진이 났던 부분에 관해서만 파악해서 보도자료로 배포하겠다"고 답했다.
안세영이 7일 파리 시내 코리아 하우스에서 예정된 기자회견에 불참한 것이 배드민턴협회 책임이라고 전한 보도에 대해선 김 회장이 "그런 적 없다. 나도 (안세영이) 안 나온 게 좀 의아스러웠다"고 일축했다.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안세영이 6일(현지시간) 프랑스 샤를 드골 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앞서 지난 5일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하계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허빙자오(중국)를 게임 스코어 2-0으로 완파하고 금메달을 따냈다.
안세영은 이날 승리로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방수현이 여자 단식 금메달을 목에 건 이후 이 종목에서 28년 동안 끊겼던 한국의 금맥을 다시 캐냈다.
한국 배드민턴은 지난 1996 애틀랜타 대회 방수현 이후 여자 단식 우승 이후 이 종목에서는 금메달은 물론 메달리스트조차 배출되지 않았다. 2000 시드니, 2004 아테네, 2008 베이징, 2012 런던, 2016 리우데자네이루, 2020 도쿄까지 포디움에 오른 선수가 없었지만, 안세영이 길고 긴 암흑기를 청산시켰다.
안세영은 5일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하계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세계랭킹 9위 허빙자오를 게임 스코어 2-0으로 완파하고 금메달을 따냈다. 지난해 코펜하겐 세계선수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연속 우승한 안세영은 이번 올림픽 금메달 획득까지 더해 세계 배드민턴 여자단식 최고수임을 확고히 알렸다. 한국 배드민턴은 안세영의 우승으로 지난 2008 베이징 올림픽 혼합복식 이용대-이효정 조 이후 16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했다. 여자복식으로 한정하면 1996 애틀랜타 올림픽 방수현 이후 28년 만에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연합뉴스
안세영 스스로도 커리어 첫 올림픽 출전이었던 2020 도쿄(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인한 2021년 개최) 대회 때 8강에서 탈락했던 아픔을 깨끗하게 씻어냈다. 한국이 하계 올림픽 배드민턴 종목에서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한 것도 2008 베이징 올림픽 혼성 복식 이용대-이효정 이후 무려 16년 만의 쾌거다.
한국 배드민턴은 ▲1992 바르셀로나 대회 여자 복식 정소영-황예영, 남자 복식 김문수-박주봉 ▲1996 애틀랜타 대회 여자 단식 방수현, 혼성 복식 김동문-길영아 ▲2004 아테네 대회 남자 복식 하태권-김동문 ▲2008 베이징 대회 혼성 복식 이용대-이효정 등이 올림픽 무대를 정복했다. 여기에 안세영의 이름도 새겨졌다.
안세영은 시상식을 직후 마친 뒤 금메달을 목에 걸고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를 진행하며 우승 감격을 전했다.
그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행복하다. 이제야 숨이 쉬어지는 것 같다"며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부상 때문에 트레이너 선생님과 로니 코치님과 함께 싸우고 울고 했던 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게 너무 실감이 난다"고 밝혔다.
이어 "내 무릎에게는 '너 때문에 많은 사람들한테 미움을 살 뻔했다'라고 말해줬다"며 "매 순간이 두려웠고, 걱정이었다. 힘든 순간을 참고 이겨내니까 이렇게 숨통이 트이고 환호할 수 있는 순간이 왔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고 이 순간을 위해 참았던 것 같다"고 감격했다.
안세영은 지난해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여자 단식 우승을 차지하면서 '월드 클래스'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이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단식과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고 2관왕에 올랐다.
안세영은 5일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하계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세계랭킹 9위 허빙자오를 게임 스코어 2-0으로 완파하고 금메달을 따냈다. 지난해 코펜하겐 세계선수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연속 우승한 안세영은 이번 올림픽 금메달 획득까지 더해 세계 배드민턴 여자단식 최고수임을 확고히 알렸다. 한국 배드민턴은 안세영의 우승으로 지난 2008 베이징 올림픽 혼합복식 이용대-이효정 조 이후 16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했다. 여자복식으로 한정하면 1996 애틀랜타 올림픽 방수현 이후 28년 만에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연합뉴스
하지만 안세영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 결승전 당시 심각한 무릎 통증을 안고 뛰었다. 귀국 후 자기공명영상(MRI) 정밀 검진을 실시한 결과 오른 무릎 근처 힘줄 일부 파열 진단을 받았다.
안세영은 재활 기간 최소 2주, 최대 5주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은 뒤 회복에 전념했지만 이후 출전한 3개 대회에서 모두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다. 정상 경기력을 되찾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안세영은 자신의 무릎 부상이 악화된 배경에는 최초 검사에서 오진, 완전한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각종 국제대회 출전 강행을 지시한 협회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안세영은 이 때문에 "나의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협회가 내 부상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고 대표팀에게 많은 실망을 했다"며 "트레이너 선생님이 내 꿈을 이뤄주기 위해서 너무 눈치도 많이 보시고 힘든 순간을 보내신 것 같아 너무 미안하다. 나는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는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강조했다.
또 "이 부분은 나중에 자세하게 설명하는 날이 있으면 좋겠다. 내 다음 목표는 최대한 많은 (우승) 기록을 써 내려가는 것이다"라며 "금메달을 따고 짧은 순간이었지만 충분히 낭만을 느낄 수 있었다. 참아왔던 걸 표출할 수 있었는데 이런 낭만을 또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고 일단 너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안세영은 믹스트존 인터뷰 종료 후 이어진 여자 단식 메달리스트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자신의 주장을 이어갔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부상 직후 정밀 검사 과정에서 오진이 있었고 통증을 안고 대회를 소화했다는 입장이다.
안세영이 5일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한국 안세영이 중국 허빙자오를 꺾고 금메달을 획득한 뒤 감독과 코치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안세영은 "대표팀에서 부상을 겪는 상황과 순간에 너무 많은 실망을 했다.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며 "우리 배드민턴이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데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이 하나 밖에 나오지 않은 걸 돌아봐야 하지 않는 시점인 것 같다"고 또 한 번의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한국의 역대 올림픽, 모든 종목을 뒤돌아봐도 금메달을 딴 선수가 협회를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놓은 건 안세영이 처음이다. 만 22세의 나이에 올림픽 무대를 제패한 세계 최고의 선수가 스스로 국가대표팀을 떠나겠다고 말하는 것도 일반적이지 않다.
안세영은 파리 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를 향한 불신이 크게 쌓였고 갈등과 의견 차이가 전혀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
안세영은 "난 배드민턴 발전과 내 기록을 위해 계속해 나가고 싶지만, (대한배드민턴) 협회에서 어떻게 해주실지 모르겠다. 저는 배드민턴만 할 수 있다면 어떤 상황이든 다 견딜 수 있을 것 같다"며 "대표팀을 떠난다고 해서 올림픽을 못 뛰는 것은 선수에게 야박하지 않나 싶다. 단식과 복식은 엄연히 다른데 선수 자격을 박탈하면 안 된다. 협회는 모든 것을 다 막고, 그러면서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임한다"고 직격했다.
7일 귀국한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이 인천공항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세영의 이 발언으로 대한민국 발칵 뒤집어졌다. 이후 안세영의 코리아 하우스 기자회견 불참, 샤를 드골 공항에서의 짧은 인터뷰, 김택규 회장의 인천공항 인터뷰, 안세영의 인천공항 인터뷰가 48시간 사이 연쇄적으로 터졌다.
사진=인천공항, 박지영 기자, 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DB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