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빈과 싸운 '한 팔 탁구' 알렉산드르의 감동…승자보다 '더 큰 박수' 쏟아지다 [2024 파리]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올림픽이 감동의 무대임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승자는 한국 선수들이었지만, 패자가 된 브라질의 '특별한 선수'가 더 많은 박수를 받았다.

주인공은 오른팔 없이 왼손으로만 탁구를 치는 인간 승리 주인공 브루나 알렉산드르(29)였다.

한국 여자 탁구 대표팀은 6일 프랑스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 16강전서 브라질을 매치 점수 3-1로 물리쳤다. 브라질은 한국보다 실력은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일방적으로 밀릴 수준도 아니다. 일본계인 브루나 다카하시와 지울리나 다카하기 자매가 주축을 이룬 가운데 알렉산드르도 가세해 힘을 보내고 있다.

한국은 국제탁구연맹(ITTF) 여자 단체전 세계랭킹 3위를 달리고 있다. 브라질은 10위다.



이날 알렉산드르는 올림픽 여자 단체전에서 맨 먼저 열리는 복식에 나섰다. 브라질은 원래 다카하시 자매가 복식 조로 유명하지만 브루나 다카하시가 단식 2경기를 뛰게 하는 승부를 걸었고, 이에 따라 알렉산드르가 지울리나와 콤비를 이뤄 지난해 세계선수권 여자복식 은메달리스트인 신유빈-전지희 조와 싸웠다.

이어 이날 4번째 경기인 3단식에도 등장해 이은혜와 격돌했다.

이날 알렉산드르의 경기를 움직임 자체로도 박수를 받기에 손색이 없었다. 탁구에선 서브를 위해 자신이 쓰는 손의 반대편 손으로 탁구공을 높이 띄워야 한다. 그런데 알렉산드르는 오른손이 없으니 왼손에 든 탁구채로 공을 높이 올려 서브를 넣었다.

또 상대의 공격을 받을 때도 왼팔을 가까운 쪽, 먼 쪽으로 뻗어가며 다부지게 싸웠다. 일반 선수와 다름없이 공을 넘기며 승부를 이어갔다. 

알렉산드르의 사연은 눈물 겹기만 하다. 태어나고서 6개월 만에 백신 부작용에 따른 혈전증으로 오른팔을 절단했기 때문이다. 생의 거의 대부분을 오른팔 없이 살아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알렉산드르는 자신의 장애를 장애라고 생각하지 않고 보다 활발한 스포츠 활동, 특히 탁구를 하면서 이겨냈다. 

10대 때부터 탁구를 시작한 그는 스케이트보드와 풋살을 하며 균형감각을 길렀다. 20대에 접어든 뒤엔 장애인 탁구에서 이미 뚜렷한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2014년 베이징 세계장애인탁구선수권 단식과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따냈고, 2017년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대회 단체전에선 금메달을 획득했다. 2016년 자국에서 열린 리우 패럴림픽에선 여자 단식과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땄다. 3년 전 도쿄 패럴림픽에선 단식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패럴림픽 무대에서 세게 정상권 수준에 이른 그는 당찬 도전을 시작했다. 파리 올림픽에 도전하기로 했고 마침 브라질탁구협회가 알렉산드르를 국가대표로 발탁한 것이다.

그는 이미 지난 지난 2월 부산에서 열린 단체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에 온 적이 있다. 당시에도 브라질 대표팀은 16강에서 한국과 붙었다. 알렉산드르는 이시온에게 패했다.



이후 알렉산드르는 올림픽 여자 단식 출전권을 따내진 못했지만 브라질 여자 대표팀의 3번째 선수로 이날 단체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첫 게임 복식에 출전하면서 세계 장애인 스포츠의 새 역사를 썼다.

폴란드의 '한 팔 탁구 레전드' 나탈리아 파르티카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모두 출전한 탁구 선수가 됐다. 파르티카는 알렉산드르의 롤모델이기도 하다. 파르티카의 길을 따라 알렉산드르가 파리까지 왔다.

알렉산드르는 "내가 모든 장애인을 대표하고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 매우 기쁘다"며 "이런 올림픽 출전이 나 자신을 넘어 모든 장애인을 생각하며 꿈을 계속 추구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더 갖게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언젠가는 장애 여부와 상관 없이, 장애인이 두 팔 가진 사람과 경기하는 일이 세상이 평범한 일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브라질 스포츠 사상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모두 출전하는 선수라는 기록도 작성한 그는 아직 파리에서 할 일이 남아 있다. 한국과의 여자 단체전에서 두 경기를 뛴 그는 이제 파리에서 패럴림픽에 출전, 이루지 못했던 금메달에 도전한다.



알렉산드르는 지난 6월 파리 올림픽 출전이 확정됐을 때 역경을 딛고 일어서게 한 자신, 그리고 부모에게 큰 감사를 올렸다.

그는 "아기였을 때, 팔을 잃은 나를 보며 울고 계시던 부모님에게 누군가가 '딸이 자랑스러운 일을 해낼 거다'라는 말을 했다더라. 이 성취를 부모님, 여러분과 나누게 됐다. 하나님의 꿈은 결코 죽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소셜미디어(SNS)에 소감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